* 제 업무 이야기는 말그대로 제 일상기입니다. 특별히 자랑하고 싶어서 올리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습니다. 그냥 부담없이 큰 Judgement없이 있는 그대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가능하면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올리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말중에 “계급장 떼고 덤벼” 라는 말이 있다. 권위주의 없이, 나이나 지위로 거저먹는거 없이 헝그리한 진검승부를 하는거 같아서 좋아하는 말이다. 앞으로 어느 조직에서 얼마나 올라가든 나이를 먹든 항상 재밌고 소탈하고 계급장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즉 이건 절대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
에버노트에서 나의 하루하루는 말그대로 헝그리한, 계급장 하나 없는 훈련병 이야기다.
1 – 내가 처한 상황 : MBA시작때보다 더하다. 정말 내세울거 하나 없는 사람
MBA에서 내가 가장 Struggle 했던 것 중 하나는 별로 할말이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금방 학연, 지연, 혈연, (아 누구 아세요? 저도 친해요) 이런 이야기나 기타 드라마, 스포츠, 연애인, 하다못해 상사 뒷담 이런거라도 얘기하면서 거리감을 좁혀갈텐데 미국에선 순식간에 대화에서 소외되고 따되기 일수였다. 영어도 부족하고, 농담도 못하고, 공감대도 없고, 그래서 애들 Background 외워가며 친해질려고 노력했고, 한명한명에게 진심으로 대했고 그러다보니 친해지고 관계를 쌓을 수가 있었다.
이거야 원 여기 Startup을 와보니 MBA처음은 저리가라다. 일단 엔지니어 중심의 Geeky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눈을 안마주치고 자기 할일만 하는 사람도 꽤 있다. 엔지니어가 반 이상이고 CEO도 긱. 엔지니어 출신이니. MBA에선 애들이 최소한 처음에 다가와서 인사하고 친해질려고 하고, 가끔 너무 잘난척을 해서 그렇지 하나같이 사회성 좋은 애들이었는데 여긴 훨씬 차분하고 less crazy하다. 그래서 친해지기가 어떻게보면 더 어렵다. (특히나 에버노트는 Product 중심의 엔지니어 회사로 마케팅이나 세일즈가 거의 없다. 그리고 아래도 쓰겠지만 CEO가 엔지니어인것도 크다. AirBnb나 Eventbrite는 훨씬 어리고 fun하고 시끄러운 문화가 있다고 하고 하다못해 Box도 더 그렇다고 하지만 에버노트는 정말 그에 비하면 양반이다. 착한애들이 참 많다. )
특히나 나는 여기서 이방아도 이런 이방아가 없고 이런 미운오리새끼가 없는 신기한 존재다. 늘상있는 대화 중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산 : Hey Brian, how’s it going. You are the VP of partnership right? (브라이언 – 응, 그렇지). Would you tell me a bit of your story? I’m really interested in this types of career and 엠베이 중이라 이런게 나한테 무지 중요한 얘기가 될 수 있거든. 고견좀 들려주라. (엄청 띄워주니 역시 이건 만국 공용어로 좀 통한다.)
브라이언 : 아 그래? 난 여기서 태어나 자랐어. 쭉 Partnership업무만 했지. 오기전엔 애플이랑 구글에서 일했어. 등등 (뭐 보통 이런식이다. 다양한 테크기업에서 일했거나, 지인 소개로 왔거나, 서로 잘 connect돼있는 이동네에서 정말 우수한 애들, engineer들, 아님 창업 그룹들이다.) 어때 멋지지?
산 : 오 진짜 멋지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살았구나. 그래서니가 이 일 좋아하는구나. 고마워 고마워.
브라이언 : 너 얘기좀 해줘. 스탠포드 MBA라고? 그전엔 뭐했니?
산 : 아 한국정부에서 경제정책하다 왔어. 못알아 듣겠다고? 의료개혁정책, 경제운용방향, 세계경제 분석 이런 업무하면서 정부전반 정책에 대한 기획 업무 했지. 여러 부처에 관여하고, 예산 세금 등을 활용해서 전략짜는 역할이야.
브라이언 : 흠….(상당히 할말을 찾아 고심하는 눈치다.) Interesting! (진짜 할말이 없다는 이야기다.) What did you do for undergraduate? (학부때는 뭐했니? – 도저히 더는 내 직장 얘기로 할말이 없어서 화제를 돌려주셨다.)
산 : 아 경영학 했어. 오죽 못했으면 지금 MBA또하고 있잖아. 난 진짜 할줄아는게 없는거 같아
브라이언 : Wow. There are so many other interesting things to study (실제로 미국에선 liberal art, psychology, history 이런거 전공한 애들 참 많이본다. 실용학문 하기전에 이런 인문학이나 기본으로 더 재밌는 공부하고 기본을 다진다. 참 경영학과 나온게 갑자기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2 – 나의 생존전략
이 공감가는 Podcast에서 좋은 동료, 직원의 조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에서 크게 4가지를 언급했다.
- Integrity
- Accomplishment
- Reference + Expertise
- Attitude
사실 어떻게 보면 나는 Startup에서의 경험도 전혀 없고 비슷한 업무도 해본적 없는 사람이다. 관련 업계 insight도 정말 부족하다. 엔지니어나 디자이너처럼 확실히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그나마 커넥션이 좀 있지만 내가 한국시장만 보는 것도 아니고 나보다 인사이트 뛰어난 사람은 정말 많다. 즉 아직 나는 미국에서, 특히나 이쪽 Industry에서 2번과 3번을 전혀 쌓지 못했다. 그럼 나는 어떻게 일을 잘하고 살아남아야 할까.
강점을 살린다. 내가 강점이 있고 자신 있는게 몇개 있다. Attitude와 Enchantment. 즉 열심히 하고, 유머-대화-관심으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호기심과 열정으로 스스럼없이 부탁하고 도움을 구하고, 커뮤니케이션 확실히 하고, 그런 것들이다. 아래 몇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아래 내용들은 다 나의 core업무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다음에는 내가 주로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해보겠다.
1 – 자기소개 기회와 내부 메신저 적극 활용하기 – 도움 주려고 애쓰기
운좋게도 첫날 회사 전원 앞에서 자기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미리 준비한 유머 몇개를 터뜨리고 나서 “나는 인턴이고 free labor니 나랑 놀아주세요. 일 시켜주세요. ” 뭐 기본적으로 이렇게 접근했다. 짧게, 유머중심, 키 메세지는 내가 누구다가 아니라 친해지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 였다. Short, sweet, swallowable – Guy Kawasaki
그리고 회사 내부 메신저에 아래 글을 남겼다.
“Hi, my name is San. I’m starting my summer internship in International business team. I’m a first year student in Stanford business school and currently live on campus. (I commute with my bike.) So glad and excited to be on board. I’m sitting right next to the 5th floor kitchen so please say hello when you are around. I love meeting new people, exploring new world, and sharing life. I am also extremely talented at donating free labor. Nice to meet you all. ”
그리고 나서 계속 열심히 웃고 다녔더니 조금씩 나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도움을 주며 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급기야 CEO Phil Libin이 직접 Special project를 하나 줬는데 (뭐 대부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하고 나니 배우는 것도 너무 많았고 스스로 기분도 참 뿌듯했다. 역시 시대는 자기PR시대.
2 – 없는일, 궂은일 찾아서 하기
여기와서 너무 답답했던 것중 하나가 sitting chart와 organizational chart 즉 제대로된 조직도가 하나 없는거였다. 한국 정서상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전화기 없는것 그렇다 쳐. 누가 있는지 누가 뭐하는지는 알아야 공부도 하고 친해질텐데 그게 없다니. 회사 보안 이유로 안만드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HR애들이 귀찮아 하고 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안만드는 거였다. (우리나라 였으면 위에서 일시켜서 당장 만들었으리라.) 그리고 워낙 사람이 새로 들어오고 종종 바뀌다 보니 업데이트가 워낙 잦기도 하고 우리나라처럼 다 친해지고 다 알아야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자기일 열심히 하고 개인생활 존중하는 분위기라 그런것도 한목한것 같다. Yammer에 Org chart가 좀 있지만 그거 보고있자니 넘 불편해서 내가 나서서 만들겠다고 그랬다.
그래서 주말에 몇시간동안 한명한명 사진 다운받고 이름과 Job Description 찾아서 Mac Keynote로 위에 보이는것 같은걸 하나 만들었다. (오래걸렸다 생각보다 훨씬) 그리고 월요일 아침 짜잔, 회사 메신저에 올리며 폭발같은 반응을 기대대했느데… 럴수럴수. 겨우 Like 세개. HR head아줌마는 급기야 날 불러서
“뭐한거니? 알아볼수가 없어. 이게 뭐야? 좀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봐”
이런 말이나 해서 나의 사기를 급 저하시켰다. 우씨. 바빠죽겠는데 잠안자고 만들었건만.
이상의 에피소드에서 내가 잃은건 시간, 얻은건 나의 attitude를 좋게 봐주는 추종자 몇명과, 내가 외우게 된 수많은 사람 이름과, 할려면 제대로 해야된다는 교훈. 두고봐라. 다시 만들어서 멋지게 올려야지.
3 – 친한 사람 만들기
MBA때부터, 아니 그전부터 어찌보면 나의 생존전략은 마음 착하고 따뜻하고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 한둘 찍어서 친해지고 정주고 그래서 도움받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navigate하고 그런 식이었다. 역시 어딜가나 다 사람일이고 진짜 도움되는 말은 친해져야, 나를 정말 챙겨주는 사람이 생겨야 들을 수 있게 마련이다. 다행히 내 바로 옆자리에 앉는 우리 최고의 Gina 누나 부터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찍을 수 있을 때 계속 열심히 찍고 있다.
사실 위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디에나 적용되는 이야기들이다. 단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 정부-대기업과 스타텁의 가장 큰 차이로 내가 느낀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서 희생과 로열티가 너무 중요한것 만큼이나 여기서는 유머와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너무 중요하다는 거다. 결국 여기선 내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얼마나 뺐고 업무협조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가 업무능력이랑 직결되는데, 그걸 일일이 윗사람 통해서 공식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다 개인 능력으로 부탁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재밌고 호감가는 사람이 되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게 너무 중요하다. 안되는 유머로 최대한 노력중이다. 근데 나름 한국 유머가 재밌는지 많이 좋아해준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끼고 있다.) 계속 던질 생각이다. 미국은 참 유머에 대한 관용이 높은 나라다.
5 –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요청하기
배우고 싶은게 참 많다. 이 멋진 Tech Startup에서 Product Manager, Marketing, Business Development 하는 애들이 일 어떻게 하고 어떤 부분에서 만족을 느끼고 어떤게 필요한 스킬이고 그런지… 데이터 분석하는 애도 마찬가지다. 그런 쪽에 타겟을 한명씩 정해놨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기회가 있을때마다 열심히 띄워주며 그 업무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그게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그러면서도 부담을 안주는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좋은 미팅에도 들어가고 내가 피드백도 주고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겨가고 있다. 역시 다양한 것을 배워간다는 것 만큼 기쁜게 없다. 시작은 무조건 엄지! “야 진짜 멋지다. 너 하는일 너무 재밌을거 같아. 너무 궁금해. 조금 어깨너머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지막으로 스탠포드 MBA에서 가장 인기있는 교수님 Prof. Grousbeck이 스타텁에서 인턴하는 학생들에게 해준 조언을 끝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1. CEO가 결국 회사 문화를 만드니 CEO열심히 관찰해라. (이건 정말 맞는 말인거 같다. AirBnB나 다른 스타텁들 이야기 들어보면 진짜 CEO많이 따라간다. ) If we have the chance to work close to the founder / CEO of the company, observe him/her, how he behaves… Because in small companies / start-ups, he is the person that defines the CULTURE of the firm. And he defines it not by what he says, but by the way he behaves, the way he is. If you like him, then you will also like the culture of the company. Think about: a) His manners; b) whether he is a good listener; and c) whether you’d like to work for him.
2. 공식적으로 드러난 조직과 물밑에 숨어있는 조직을 잘 관찰해라. Observe and try to understand what is the formal vs. the ‘de facto’ organization of the firm.
3. 스탠포드 MBA라고 괜히 나서거나 잘난척하지 마라. 진검승부해라. ‘Hide’ your credentials (i.e., do not show off your Stanford MBA etc.), behave with humility; plus, there is no ‘entitlement’: you need to proof your worth
4. 들어라. 니얘기 하지 마라. Don’t talk about yourself
5. 진정한 호기심을 보여라. Show genuine interest for the others
6. 배울려고 먼저 나서지 마라. 니가 뭔가 해야 배우는게 있다. Don’t focus in “I want to LEARN this and that”; learning should come as a by-product of what you DO
7. 뭔가 바꾸고 싶거나 제안하고 싶을 때 정치적인 말 잘써라. “이런게 말이 될거 같으세요? ” At the time of suggesting changes, diverging views etc., use (more diplomatic) formulas like: “would it make sense To…?”
8. 다른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어떻게 상대방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잘 신경써라. Think how you are making others FEEL: That’s what they will remember, what will come to their minds when they think about you
9. 나쁜 시작은 만회할 수 있지만 나쁜 끝은 만회가 안된다. A bad start, though not ideal, can be overcome. A bad end can’t.
10. 감사함을 표시해라. Show gratitude.
백산님의 블로그 아주 흥미롭게 잘 보고 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글 내용중에 한가지 좀 어색한 부분이 있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교수님의 충고중 7번…
7. 뭔가 바꾸고 싶거나 제안하고 싶을 때 정치적인 말 잘써라. “이런게 말이 될거 같으세요? “ At the time of suggesting changes, diverging views etc., use (more diplomatic) formulas like: “would it make sense To…?”
에서 “정치적인 말” 이라는 표현 보다는, “외교적 수사” 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것 같네요. 흔히 사람을 묘사할때 정치적이다..라고 하면, 뭔가 숨은 의도가 있거나 목적을 갖고 이러저리 재는 그런 사람을 뜻하지요. “저사람은 너무 정치적이야”라고 말하면 저 사람은 순수하지 못하고 뭔가 꿍꿍이가 있거나 너무 상대방(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노력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반면 외교적이다(diplomatic) 라고 표현하면 매우 정중하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써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태도를 의미하지요. 반면 표현이 확실하지 않고 모호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직설적인 화법으로 “난 당신 의견에 반대합니다”라고 표현한다면, 외교적 표현으로는 “저의 의견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의견은 겸허히 참고하겠습니다” 이렇게 되겠지요? 또는 그자리에서 즉각적으로 yes/no의 의사표명을 하기 보다는 “신중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런것도 외교적 표현이지요. 아마 교수님의 의도는 후자쪽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그리고 영어에서 흔히 쓰는 공손의 표현 “would it make sense to ….?”는 “이런게 말이 될거 같으세요?”라는 뉘앙스 보다는, 한국말로 의역하자면 “~ 하는건 어떨까요?” 쪽에 가깝겠지요. 이게 말이돼?? 라는 표현은 다소 공격적인 표현으로 비추어질 소지가 있네요.
괜한 참견으로 불쾌해 하실까봐 조심스럽네요. 아무튼 이 블로그를 보면서 나도 블로깅을 해보고 싶다라는 욕구가 샘솟을 정도로 재미있게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건승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너무 타당한 지적이시네요. 정신없이 생각나는대로 번역하다보니 신경못쓸때가 많아요. 앞으로도 많이 지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