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 in US 11_우연히 찾아온 Evernote

* 아래 글 읽기에 앞서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부디 공지사항 에 있는 글들을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고 제게 연락주시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은지 제 생각 정리해 봤습니다.

마운틴뷰에 있었던 에버노트 전 오피스

마운틴뷰에 있었던 에버노트 전 오피스

1. 배경설명

이번 글은 정말 오랜만에 업데이트 하는 미국취업기이다. 때는 다시한번 거슬러 올라가 2012년 2월, MBA에서 컨설팅, 뱅킹 이나 구글, 아마존 등의 Big Tech 회사들 리크루팅이 끝나고 이제는 학교로 오는 리크루팅은 거의 끝나가는 그런 시기였다. 갈수록 불안해 졌던 나는 커리어 센터에서 나를 너무도 잘 챙겨준 이 Rebecca Chopra 라는 분 (이분은 진짜 나의 쿼터백 같은, 코치 같은 분으로 이후로도 꾸준히 정말 잘 챙겨주셨다. )을 열심히 찾아갔고, 그녀는 조급해 하는 나를 진정시키며 차분히 네트워킹 해보자며 조언해 주셨다. Salesforce.com, Zappos 등 재밌어 보이는 회사들을 뒤져서 GSB선배가 있으면 연락을 시작했는데 정말 전화스케쥴 잡기까지 너무 괴로운 과정을 반복해야 하고 통화해도 별로 할말도 없고 시간도 오래걸리고 정말 지쳐가고 있었다. Evernote도 그중 하나였어서 별로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난 에버노트 그냥 한두번 친구들이나 수업시간에 들어본 정도였고 “누가 컴퓨터로 노트를 써?” 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별 관심이 없었다. 놀랐던 것은 한 수업시간에 그 유명한 KPMG 파트너가 와서 한 이야기인데

여러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유저가 얼마나 빠르게 느느냐, 하나는 유저의 loyalty, retention rate, churn (즉 한번 들어오면 얼마나 안나가는지.) 가 얼마나 높으냐. 대부분의 회사들의 시간이 갈수록 Churn rate은 쭉 25% 이하로 까지 떨어지죠. 그런데 이게 정말 잘 안떨어지다가 나중에 몇년후에 다시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가입하고 그냥 안쓰다가 남들이 하도 쓰니까 몇년후에 다시오는 사람이 오히려 늘어나는. 제가 본 회사중에 Facebook이후로 그런 회사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게 에버노트 입니다.

오호. Sounds interesting. I might want to give it a better try.

2. 우연히 만난 동문 Naomi

레베카 아줌마가 추천해준 선배는 나오미 였다. 앞선 글에 나와있는데로 이메일을 보냈더니 금방 답이 왔고 전화통화가 잡혔다. 수요일 밤 9시쯤이었고 난 그전까지 바쁜 일상을 보내며 전화도 별로 준비하기 않고 있었는데 저녁먹는 자리에서 내 옆자리에 있었던 친구와 말하던 중에

  • 친구: 산아, 너 Job은 구했어?
  • 산: 아니, 아직. 사실 요새그거땜에 돌겠어. 오늘도 이따가 에버노트란 데랑 통화하는데, 뭐 그냥 해보는거지 이게 Job이 될 수 있을까 나 에버노트 잘 쓰지도 않고 모르는데.
  • 친구: 진짜? 정신나갔구나. 에버노트 Product도 잘 모르면서 그런 통화를 해? 에버노트가 얼마나 대단한데. 자. 내가 보여줄게. 이렇게 쓰고 저렇게 쓰고 블라블라~~

이렇게 천재일우로 난 완전 바보는 아닌 상태로 나오미랑 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이하는 통화내용

  • 산: 하이 나오미, 정말 반갑고 고마워. 시간내줘서. 나 MBA다니고 여기 너무 좋아. (쓰잘데 없는 small talk.) 근데 나 에버놋 관심많아. 여름인턴 구하고 있는데 혹시 조언 있니?
  • 나오미: 오 그래 진짜 반갑다 옛날생각난다. 고맙긴 당연한거지. 난 학교다닐때부터 Product만드는거 너무 좋아했고 디자인 스쿨 수업들으면서 그런거 많이 했고 컴공수업, 코딩도 좀 배웠고 Eventbrite이나 기타 회사에서 일도 좀 했었지. 그러다가 나도 너처럼 선배한테 접근해서 내가 직접 PM할수있다고 했더니 이렇게 오게 됐는데 여기 진짜 진짜 진짜 재밌고 좋아.
  • 산: 우와, 진짜? 너 진짜 짱이다. (아주 과장된 어조로.)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 나오미: 그래, 너 뭐하고 싶니? 뭐 잘하고 뭐 할 수 있을거 같니?
  • 산: 글쎄. 나 Product은 잘 모르고 엔지니어링도 못해서. Marketing 이나 Partnership같은거 하고 싶은데 사실 해본적은 별로 없어.
  • 나오미: (정말 얘는 각이 안나오는 구나. 살짝 한숨.) 휴…흠….아 맞다 우리 회사에 아시아 마켓 담당하는 트로이라고 있어. 내가 걔한테 너 레쥬메 보내주고 해볼게 한번 걔랑 얘기해보는게 좋을거 같은데?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나오미는 트로이랑 연결시켜 줬고 트로이가 흔쾌히 직접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당시로서는 Mt. View에 있는 오피스로 초대해줬다. 그래서 한 며칠후인 2월 20일, 인터뷰 아닌 인터뷰 같은 첫 만남이 스케쥴됐다.

3. 인터뷰인지 뭔지 모르는 만남 준비하고 첫 만남까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뷰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뒷조사. 에버노트는 중국/일본에는 따로 오피스가 있고 트로이는 거길 제외한 한국 대만 싱가폴 인도 호주 등 아시아 전체를 커버하는 General Manager 라는 것을 알아냈다. 내가 가장 잘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에버노트의 Product과 Company에 대한 Insight 그리고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유저를 더 늘릴까 이걸로 보고 열심히 파기 시작했다. 역시 내 스타일 답게 주위에서 잘 알만한 사람들에게 죄다 연락을 돌려서 조언을 요청했다. 한국에서 VC하시는 지인 형과의 전화통화로 지금 한국에 공식 오피스는 아직 없으며 유저는 약 얼마쯤 되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아냈다. 그리고 관련 Tech, Start up, VC분들과 최대한 많이 전화통화나 이메일을 통해서 에버노트가 한국에서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할지, 삼성 이나 SKT 등 큰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이런 것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난 첫만남때부터 조금은 늦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수업끝나고 당시 꼬진 자전거를 타고 약 6~7km길을 가는데 왜이리 멀고 힘들던지. 도착했을때는 상당히 땀이 나 있었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으며 늦었다는 민망함으로 영 만신창이였다. 그런 나를 트로이는 특유의 유머와 웃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줬다. 그리고 우리의 첫 만남은 매우 편안하게 오갔다. 매우 우연히도 현 아시아쪽 General Manager인 이 사람은 전에 선교차 한국을 와본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한국말도 할 줄 알고 나의 성장환경과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히 이해하고 있었다. 같이 아는 사람도 참 많았다. 대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풀려갔고 나도 오랜만에 나의 백그라운드를 이해해주는 만난 안도감에 정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한국 농담도 하고 인터뷰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내가 다 준비한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선뜻 – 산, 여름에 여기와서 일해보지 않을래요? 나 마침 산이랑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 있는데. 라면서 거의 구두 Job offer를 줘버렸다. 하… 이렇게 쉽게. 너무 좋다기보다는 오히려 살짝 허무하기 까지 한 오퍼였다. 뭐가 이래이거. 때는 바야흐로 2012년 2월20일.

4. 정말 운이고 뽀록이다. But I wasn’t just lucky, I was fortunate.

얼떨결에 만남을 마치고 며칠 후에 Naomi한테서 연락이 와서 정식 오퍼레가 곧 나갈거니 2주정도 안에 답을 달라는 이야기가 왔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에버노트도 스타텁이라 Pay가 그리 센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인턴이라 그렇게 작다는 그 돈도 내가 정부에서 일할 때 보다 오히려 많았을 정도니 내가 불만이 있을리 없었다. 커리어 오피스에서도 일하는게 중요하지 괜히 이런것 같고 negotiate해서 안좋은 인상을 남길 필요는 없다는 조언을 해줬고 난 아예 협상같은걸 하지 않았다.) 내가 이 소식을 그날 저녁먹을때 내게 에버노트 강의해준 친구에게 이야기하자 얘가 더 놀라고 흥분하며 – 야 진짜 말도안되. 너처럼 하나도 모르는애가 에버노트에서. 내가 가서 일할래 – 라며 질투하며 좋아해줬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이게 얼마나 재수가 좋았던 건지, 얼마나 일하기 어려운 기업이고 타이밍인지 알게 됐다. 회사는 약 100명 후반대, 막 새 오피스로 이전하고 크게 성장하려는 이런 타이밍이 많은 내 MBA동기들도 가장 꿈꾸는 그런 타이밍이고 회사인지라. 이야기 들어 봐도 이렇게 쉽게 인턴을 딴 케이스는 많지 않아서 얼마나 내가 재수가 좋았는지 다시한번 감사하게 된다. 나중에 내가 친구들에게 야 나 진짜 재수좋았어. “I was lucky.” 라고 하자 친구들이 그러더라. “San, lucky is something that is given to you without your effort. If you put the right effort into it, you should say I was fortunate, instead of lucky.” 그래. 진짜 운이었지만 내가 열심히 네트워킹 한 끝에 이런것도 얻어걸렸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더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좀더 마음편한 상태에서 다른 옵션들도 알아보게 되었다.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One comment

  1. 와 드라마틱한 스토리 입니다 ㅎㅎ
    백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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