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은 삶

* 아래 글 읽기에 앞서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부디 공지사항 에 있는 글들을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고 제게 연락주시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은지 제 생각 정리해 봤습니다.

—–

Drop of water

난 탄산음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 아무거나 막 먹게되고 점점 더 자극적인것을 찾다보니까 어느새 물보다 탄산음료를 한번씩 찾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처음 마실때는 자극이 너무 강해서 한꺼번에 많이 못먹었는데 막상 먹다보니까 죄책감도 좀 사라지고 밍숭맹숭한 물맛을 잃어가는걸 발견한다.

너무 다 마찬가지다.

한동안 일절의 음란물을 안본고 그런 생각조차 최대한 끊어본 기간이 있다. 또 그러다가 가끔 너무 그런 생각이 날때면 참 참기 어렵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순간의 자극이 반복될수록 일상에서 물처럼 단순하지만 가장 내 몸에 좋고 가장 건강하며 지속적인 그 relationship 에서의 성의 기쁨을 잃어버릴수 있다는거 너무 뻔하다. 그렇게 자극에 익숙해진 눈과 몸은 유혹에 훨씬 vulnerable 하다는거 너무 뻔하다.

큰 죄책감없이 술집을 다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치를 하고, 담배나 약물을 하고, 남 뒷통수 치고, 돈 횡령하고, 시간과 삶을 허비하고, 주위에 막 대하고, 스스로를 내팽겨치고, 그 모든 우상숭배와 적당히 사는 모습들. 한때는 그게 너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런 글을 쓴적도 있다. 모든 addiction 은 독이고, 100%의 정직이 99%보다 쉽다는것이 너무 뻔해서,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죄를 미워했다. 사람을 정죄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나는 그래도 저러지 않는다. “ 이런 confidence로 항상 똘똘뭉쳐 있어서 어찌보면 다른사람들에게 더 initimidating 했을것이다. 사실 내가 아무말 안해도 그런건 다 느껴지는건가 보다. 그냥 나란 사람의 존재 자체가, 나의 그런 자신감과 강한 ego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겐 공격이고 부담이었을거란거 이젠 정말 알것 같다. 나의 presence는 따뜻하기 보다는 강했고, comforting하기보다는 부담스러웠으리라.

그러나 Over confidence가 어느순간부터 무너지고, 끝없이 struggle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나의 과거 태도들을 돌아보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향한 눈도 많이 바뀐것을 느낀다. 참 감사하고 은혜로운 일이다. 하나님 눈에 보시기에 얼마나 우리모두 죄인일까. 난 평생 죄인일게 분명하다. 그래. 난 오늘도 struggle한다. 작게는 초콜렛을 먹을지 안먹을지에서부터 크게는 지나가다가 본 이쁜 여자들에게 가는 눈길들, 순간적으로 치고들어오는 십일조를 낼지 말지, 이걸 세금신고를 할지말지 이런 작은 계산 하나하나…정말 쉬운게 없다.

뭐가 옳은 길이고 뭐가 맞는지는 내안의 성령님이 너무나 잘 알고 말씀해주신다. 내 안의 양심이란게, gut feeling이란게, 항상 내게 또 말씀해주신다. 그러나 내 안에는 또 끝없이 유혹하는 끝없이 고개를 드는 또다른 내가 있다.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살거 없어. 한번쯤인데 어때. 그냥 가끔은 좀 느슨해지는게 건강에 좋아’ 등등의 유혹으로, 합리화하고 타협하고. 정말 무서운 것은 이런식으로 또다른 나에게 점차 지기 시작한 후에 오는 공허함, 자기비하, 자포자기의 무력감 같은게 아닐까…물론 누구에게나 나 같은 삶의 방식,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요할 마음은 정말 없다. 조금은 적당하고 편안하게 사는게 더 맞는 사람들도 많겠지. 그래도 난 할수만 있다면 정말 100%의 컨트롤을 하고 싶다. 적당히 타협해서 탄산음료를 먹는 삶은 적어도 내게는 맞는 삶이 아니라고 느낀다. 그래서 Christianity 의 그 끝같데 모르는 윤리기준과 교리가 내게 더 와닿는 것이리라. 난 도전받고 싶고 난 이기고 싶다. I do not run like someone running aimlessly; I do not fight like a boxer beating the air. 그래야만 내가 바로서야만 떳떳하게 세상에서 더 겸손하게 struggle하는 사람을 섬길수 있으리라.

내 생애 크리스천으로서 처음 맞는 부활절. 화창한 날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경외하는 친구이자 선배가 결혼을 했고, 한편에서는 온 나라가 세월호 사건으로 가슴앓이 하는 소식 투성이고, 난 필립얀시의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 를 일독하고 주일 예배때 목사님으로부터 그 말씀을 또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이 있는 곳,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이 난곳, 성매매 여성의 현장, 알콜중독자들의 모임, 남아공 인종차별의 아픔이 아물지 않은 곳,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필립얀시는 “하나님이 무슨 소용이에요” 라는 질문에 직접 몸으로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는 대답한다. 그런 끔찍한 아픔의 현장에서 하나님은 있었다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 속에서도 치유가 일어나고 그것은 정말 묵묵히 또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서 나오고 있었다고. “하나님이 무슨 소용인가” 에 대한 대답은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 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그냥 주어진 전장에서 묵묵히 열심히 사랑과 도리를 행하는게,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사역이고 숙제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진정 사랑이 넘치는 사람은 그 presence부터 다르다. 끔찍한 고통에 같이 아파해주고, 너무도 옳지 않는 죄악에 분노로 대하지만 약하고 무너지는 사람들에게는 끝없는 사랑과 따스함으로 항상 안아주는 그런 사람들. 너무 그 존재 자체가 편안한 사람. 그러면서도 스스로에 대해서는 너무나 엄격하고,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래서 뼛속깊이 겸손한 사람. 그래서 너무도 부드럽지만 너무도 강한 사람. 그냥 그게 숨길수가 없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 방정환 김구 황희정승 넬슨만델라 링컨 마더테레사 이런 사람들….너무도 닮고 싶은 그런 모습들. 아니 그 무엇보다도 닮고 싶은 예수님의 삶의 모습을 묵상해보면, 정말 내가 갈길은 너무도 멀다. 그 간격이 절망이 아닌 소망으로 다가오는게 한량없는 은혜지만, my point is, I no longer has any over confidence on me.

언제나처럼 sns에는 수많은 비난이 올라오고. 뉴스에는 모 목사님이 성추행을 했다고, 모 장관후보가 그랬다고, 모 사모님이 이런 사치를 한다고….전부터 그랬지만 이런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과 공격들은 이제는 진짜 내게는 너무 맞지 않는 옷으로 느껴진다. 죄는 미워할 지언정, 불의에 분노하고 열정으로 대항할 지언정, 다른 사람의 인생을 정죄하고 판단하고 아니 그보다 “난 저렇지 않아” 라고 자신만만하기에는 내 코가 석자다. 그 상황에 있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걸 받은 나도, 이렇게 많은 은혜를 입은 나도 항상 struggle하는데… 떳떳하게 사는게 정말 쉽지않은거 같다. 머리는 알아도 몸은 항상…평생의 숙제리라. 물같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7 comments

  1. “하나님이 무슨소용인가”에 대한 생각을 종종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이런 뜻이 있었군요. 그저 묵묵히 살아가라… 그렇게 살다보면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깨닫는 순간이 오겠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2. bravooooo

    안녕하세요, 매번 글 읽기만 하고 가다가 처음으로 댓글 남기고 가네요.. 미국에서 경영학과 학부생 3학년인데 매번 글 너무 잘 읽고갑니다 ^^ 언제나 좋은 글 쓰시고 여러 가지 얘기 해주셔서 진짜 도움이 많이 되요… 저도 최근에 christian이 되서 그런지, 요즘 글은 더 와닿는거 같아요. 언제나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

  3. Minkyu Ahn

    잘보고 갑니다. “no longer has any over confidence on me” 가 남네요.

  4. 덕분에 항상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있어서 고맙다.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 꼭 읽어봐야겠어!

  5. summer

    요즘 우울했었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6. 성창훈

    삼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공부는 나물밥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옳다고 믿는 삶을 사는건 나물밥을 매일 먹는 기분이에요. 몸에도 좋고 계속 먹으면 향취도 나지만 아무래도 매 순간 마다 먹기는 쉽지 않달까요 ^^;
    오늘 하루도 사소한 유혹들이 정말 극심하게 찾아오더라고요. 하루하루 백산님 글 보면서 많은 걸 공유하고 배우고 공감하며 마음의 충만함을 얻고 갑니다. 백산님도 원하시는 대로 물같은 삶을 사시길! ㅎ.ㅎ 같이 화이팅해요 :D!!

  7. 성창훈

    삼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공부는 나물밥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옳다고 믿는 삶을 사는건 나물밥을 매일 먹는 기분이에요. 몸에도 좋고 계속 먹으면 향취도 나지만 아무래도 매 순간 마다 먹기는 쉽지 않달까요 ^^;
    오늘 하루도 사소한 유혹들이 정말 극심하게 찾아오더라고요. 하루하루 백산님 글 보면서 공유하고, 배우고, 공감하며 마음을 가득 채우고 갑니다. 백산님도 오늘 하루 원하시는 데로 유혹과의 전쟁에서 이기셨기를 빕니다. 저도 제가 있는 곳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D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