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세계관, 그리고 가족

* 아래 글 읽기에 앞서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부디 공지사항 에 있는 글들을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고 제게 연락주시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은지 제 생각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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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disclosure: 이 글은 기도하고 쓴 글이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었다. 너무 personal 하기도 했고, 너무 내 신앙을 자랑한 것 같기도 해서 뭔가 찝찝해서 (그리고 우리형은 내가 이런거 써서 올린거 나중에라도 보면 분명 엄청 분노할거라, 언제 삭제될지 모른다 ㅋㅋ) 민경이한테 한번 봐달라고 했는데 보더니 민경이가 이런말을 해줬다. “나야 오빠를 잘 아니까 이 글이 재밌고, 어떤 의도에서 쓴 글인진 알겠는데. 글쎄 뭐랄까. 너무 솔직해서 부담스러운 부분도 꽤 있고, 오빠의 부족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전해지는게 아니라 오빠의 생각들이 그냥 force되는것 같은느낌이야. 오빠를 잘 아는 사람이면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별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꽤 있는거 같아.”
그래서 다시 기도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까먹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되새겨 주셨고 깨닫게 해 주셨다. 그래서 다시 쓴다.
———————-

문득 뒤돌아 보니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어느덧 훌쩍 커버렸다. 마음은 아직 20대인데, 내 친구들은 아직 너무나 철이 없고 도저히 30대의 정신상태로라곤 보이지 않는데, 이미 눈가에 주름이 꽤 생겨가고, 몸도 예전같지 않고, 사회적으론 조금씩 더 큰 책임을 맡아가는. 그래 이젠 청년이 아닌 장년이 되어가고 있다. 나도 어느덧 가장이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글들이 넘쳐난다. 저마다 각자의 시각으로 (이하 “세계관”) 의견을 표출한다. 강한 정치적 견해가 넘쳐난다. 내가 잘 아는,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엄청나게 센 의견을 내놓는걸 보면 가끔 생소하고 멀게 느껴질때가 있다. 이게 내가 알았던 그 사람인가. 나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종교이야기를 할때, 성경구절을 인용할때 사람들이 얼마나 그런걸 느낄 것인가. 그것때문에 자신의 세계관을 표출 못하는건 또 아니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볼만한 문제가 아닌가.

얼마전 야심찬 프로젝트로 나이먹고는 처음으로 남자끼리의 시간을 가졌다. 아빠와 형과 추운 겨울날, 깜깜한 밤에 근처 state park로 캠핑을 갔다. 그리고 우리는 위스키도 꽤 마셨다. 별하늘 아래에서 모닥불을 앞에두고 우리는 서로 못할이야기가 없었다. 우리 셋다 가장이다. 우리 셋다 정치적 견해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다. 서로에 대해 배려감보다는 관심과 애증이 더 깊은 우리는 그렇게 돌직구를 날려가며 거침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는 우리가 나눈 주요 이야기들이다.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대략적으로, 공유해도 좋을것 같은 것만 공유한다.)

우리가 한 이야기들

img_3761RE: 엄마에 대해, 그리고 서로의 아내에 대해

아들들: 아빠, 엄마를 잘 부탁해. 엄마는 여린 사람이니 아빠가 잘 보듬어 줘야지. 농장에서 고생하는데.

아빠: 엄마아빠 걱정은 말아라 잘 살고 있으니. 엄마의 많은 부분이 니들한테 있는걸 보면 참 신기하다니까. 엄마의 유머와 재치가 범이한테 참 많이간거 같아. 엄마의 자존심과 싫은소리 듣기 못참는 것은 산이 너한테 많이갔고.

우리셋다: 우리 백씨 남자들 다 누울자리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결혼들 잘했어. 진짜 형수님같은 사람이, 민경이 같은 사람이 어디있겠어. ~~~. 여자들이 우리가 신경쓰지 못하는 것까지 세심히 많이 챙기니까 참 감사하지만, 정말 이해 안되게 사소한 거에 서로 스트레스 받을때도 있고 오해할 때도 있고 신경쓸 때도 있는것 같지 않아? 하여튼 여자들은 복잡해. 우리가 중간에서 잘 조율하면서, 배려하면서 또 해야지 ~~~

RE: 서로 바라는 것에 대해, 소망하는 것에 대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아빠:아빠가 늘 하는 말이지만 너무 훌륭한 아빠 밑에선 훌륭한 자식이 나오기 어려워. 난 우리 자식들은 분명 이 아빠를 훨씬 뛰어넘을거라고 믿는다 이미 뛰어넘었고. 계속해서 정진하고, 나라를 향한 마음을 잘 품기 바래. 나라가 많이 어려운 때야.꼭 힘을 키우고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범아, 내가 단 하나 바라는게 있다면 운동하는거야. 이번에 운동습관을 들인건 너무 잘한것 같아. 산아, 너도 너무 종교에만 빠지지 말고 계속 정진하면서 나라 생각하고 주위 많이 돌아보고 그렇게 잘하리라 믿는다. 이 아빠는 바라는거 없어. 사실 이제까지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조금 쉬엄쉬엄할까도 생각중이야. 몸도 예전같지 않고. 여행도 조금 다녀볼까도 생각해보고 있고.

형: 다 말은 쉽지만 결국 사람이 돈이 있고 여유가 있어야 주위에 베풀수도 있고 인간다운 삶을 살수도 있는거야. 난 우리가족이 너무나 소중해. 큰아들로서 형으로서 남편으로서 내 역할 잘 하면서 살고 싶어. 우리 부모님 좋은 여행도 보내드리고 싶고, 산이 너한테도 많이 베풀고, 내 아내한테도 잘하면서 기본적인것도 좀 누려보며 살고 싶어.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먹고살기는 너무 어려운 환경이야 정말 백산 니가 뭘 알겠냐만. 이 형이 걱정이 좀 있다 그래도 잘 될거고 잘 할거샤. 내가 한긍정 하잖냐. 개인 비행기쯤은 굴려야 되지 않겠냐? 이 형의 소박한 소망이다 ㅋㅋ

산: 그래 아빠 좀 쉬고 쉬엄쉬엄해. 형도 분명 잘 할거야 돈도 많이 벌거고. 사실 옛날에는 엄청 바라는게 많았는데 요새는 내 자리 잘 지키고 싶어 난. 내몫 다하고, 희생해야될때 희생하고 그런.

형: 호오, 백산이 진짜 신앙생기더니 변하기 많이 변했어. 너처럼 야망에 불타던 놈이 이런말을 하다니. 그리고 가만보니 얼굴도 꽤 변했어. 아빠, 산이 얼굴 봐봐 그 날카롭던 놈이 꽤 선해졌잖아. (아빠 왈, 난 날카로웠던 얼굴도 보기 좋았는데…) 하지만 산아, 그렇게 살다가 소리소문없이 없어진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 니가 예로 드는 예수님, 마틴루터킹, 넬슨만델라 뭐 이런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의 잘된 케이스고, 그냥 보통 케이스는 우리가 듣고보도 못했을텐데

산: 난 상관없어. 아니 상관없다고 적어도 머리론 생각해. 근데 형이 진짜 동생이랑 가족 생각을 많이하네.

형: 너랑 몇년전에 샌프란에서 자전거 타고 놀랐던거 기억나냐? 지난 몇년간 가장 재밌었던 기억 중 하나였어. 너처럼 바쁘고 둔한놈은 까먹었겠지. 이 형이 너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니가 알겄냐.

RE: 돈 사용에 대해, 우선순위에 대해

아빠: 아빠는 이번에 많이 정리했다. 이제 크게 욕심내지 않고 자식들한테 큰 폐 안끼치다 가는게 목표야.

산: 하이고 잘하셨수. 제발 이제 주식이나 무리한 투자만 하지 말아주쇼잉. 아들들이 어서 좀 벌어서 부모님도 호강시켜드려야 되는데.

형, 아빠: 근데 산아 너 진짜 얼마쯤 버냐?

산: 난 대충 이만큼 버는데 이정도를 세금이랑 집세로 내고 헌금도 하고 등등해서 모은돈은 거의 없고 블라블라. 이제 더 잘해봐야지.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랑 이런걸 잘좀 세워볼려고. 돈을 잘 쓰는게 쉬운일은 아닌거 같아. 돈 벌어서 형이랑 부모님이랑 가족들한테도 베풀고 싶은데 아직은 잘 안되네.

형: 난 이렇게 생각해. 내가 번 돈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거야. 그건 내게 game의 rule 같은거야. 내가 번 돈이면 난 우리 가족이나 내가 사용하고 싶은데에 내 자율것 쓸거야.

아빠: 아빠도 크게 재운이 있지는 않았지만 쓸데없는데 돈 안쓰고, 열심히 모으고 투자하면서 살았단다. 30/40대 한창 일할 수 있을때 현명하게 재정을 관리해야되. 아내랑 모든걸 상의할수 있으면 좋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때로는 운도 많이 따르고 본인이 직접 결정해야 되는거 같다.

산: 형, 아빠. 난 우리가족한테 잘하고 싶고 돈 쓰고 싶은데도 참 많아. 그런데 일단 내게는 재정사용에 있어서 민경이와의 관계와 우리 가족간의 신뢰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 그래서 모든걸 의논하고 할거고 모든걸 동의에 바탕을 두고 하고 싶어. 민경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설득할거고, 그래도 안되면 그 당시엔 포기할거야. 어느날 나의 모든 재정사용이 공개되어도 떳떳할 수 있고 싶어. 어렵겠지만 해보고 싶어.

RE: 정치에 대해, 세계관에 대해

형: 정치나 종교나 이런건 민감한 문제잖아. 상대방을 배려하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예를들어 엊그저께 있었던 그 추수감사절 예배는 내게는 좀 길었어. 나같이 비 신앙인을 위한 배려는 없었지. 아빠가 그런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것도 난 아니라고 생각해. 괜히 싸움이 날 수 있잖아.

아빠: 범아, 아빠는 그렇게 경우가 없게 얘기를 꺼낸건 아니었단다. 그리고 아빠는 객관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거고 이건 중요한 문제잖니. 이런 이야기조차 안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겠니. 아빠는 걱정이 많단다. 지금 한국이 아주 중요한 상황인데 걱정이야. ~~~~

산: 종교나 정치 이야기는 정말 어려운거 같아. 신념의 문제니까. 이야기를 하는 목적이 무언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함인지, 아님 그냥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같이 열린 토론이 하고 싶은건지 스스로 잘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이야기를 할때 분명 지혜가 필요하지.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 이야기를 안할순 없어. 신념에 대한거니까. 그래서 나도 계속 신앙 이야기를 형과 아빠한테 안할 수 없는거지. 형, 형이 볼때 나나 아빠 주위에서 가장 멋있고 존경받을만한 사람이 누구야?

형: 음, 너 주위에는 A? 아빠 주위에는 B 아저씨가 좀 멋있지

산: 봐봐, 둘다 크리스천이잖아. 그거 자체가 뭔가 의미하지 않아? 나도 그렇게 되가고 싶어.

형: 야, 니 주위에 기독교인이 많으니까 당연히 기독교인이 뽑힐 확률이 높은거지. 기독교 안믿는 사람중에도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암튼 종교는 너혼자 믿어라. 난관심없다. 아직도 난 내 동생이 어쩌다 교회를 가게됐는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니까. 니가 옛날에 교회에 대해서 뭐라고 했는지 아냐? 말을 마라.

RE: 완전 취해서 했던 이야기들 – 이건 생략  

 

느꼈던 것들

img_3757우리의 세계관이 참 다르구나. 그리고 우린 천상 부족한 남자구나 

자정이 넘도록 우리는 신나게 이야기했다. 듣기 보다는 말하기를 많이하고, 나중에 술취해선 서로 맘상하게 하는 이야기도 종종 오갔다. 그리고 추위에 떨고 자다가 (너무 추워서 자다가 깼다가) 다음날 돌아와서 다들 앓아누웠다. 그래도 정말 재밌었다. 우리 세 남자.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었던것, 우리가 이야기했던것, 그리고 다 이야기하지 못했던것. 앞으론 무슨 이야기를 하게될까. 앞으로 우리는 어떤 가정을 만들어가고 어떤 역사들을 써 나갈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

남자라는것 참 재미있다. 이번에 형이랑 아빠랑 나름 내가 가장으로서 (미국 우리집에 있다 보니 둘다 영어도 충분히 안되고 운전도 못하고 하여 내가 가장아닌 가장 노릇을 하게 됐었다) 있어보니, 둘다 계속 주방에서 일하고 애기도 보고 하는 엄마와는 달리 이것참 큰 도움(?) 은 안되는, 다들 자기 의견은 강하고 각자 집에선 자기가 왕이고 자기 집 가고싶어하는 남자더라. 별로 배려안하고 크게 신경도 안쓴 나도 부족한 남자고. 우리 삼부자는 들을줄 모르고 말하기 좋아하는, 자기 세계관을 펼치는데에만 관심있고 더 큰 목표나 (정치, 돈, 종교), 아주 생리적인 욕구나 (먹고 자는것) 이런데에만 관심있는 영락없는 남자였다.

내가 정말 가장 사랑 받았구나

형이 이야기하면 할수록 형에 대해 나도 많이 몰랐다는걸 느꼈다. 아빠도 많이 놀랐다. 우리 범이가 이렇게 이야기 많이하고 잘하냐고. 그만큼 형은 자라면서 충분히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나 환경 자체를 못갖었던 게 아닐까. 형은 입이 짧았다. 난 아무거나 잘먹었지만 형은 밥먹는걸 별로 안좋아했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형의 얘기를 들어보니 형이 후각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냄새로 이미 식욕이 좌우되는 스타일이었다. 나랑 아빠가 뭐 어떻냐며 자기가 안좋아하는 음식 냄새를 팍팍 피우며 먹을때, 형은 그냥 먹고싶은 생각이 사라졌던 거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고, 나는 들을 생각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난 엄청 사랑받고 칭찬받아서 항상 새로운 사람한테 질문하거나 도움 부탁하는게 자연스럽고 재밌고 진짜 얼굴 두껍고 쪽팔림을 모르는데 형은 진짜 그런걸 싫어한다. 쪽팔리는거나, 남한테 피해주는걸 극도로 싫어하고, 절대 부탁도 잘 안한다.

아빠도 정말 처절하게 자랐다. 사랑이라곤 별로 없는 환경에서 교회다니며 사랑을 갈구했고, 결혼하고 하면서도 아빠에게 삶은 항상 전투였지 따뜻한 동산은 아니였다. 지금도.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살지만 정작 본인한테 투자할줄도, 자기자신을 사랑할줄도 모르는거 같아서 너무 가슴이 많이 아팠다. 아빠의 나에대한 짝사랑, 아빠는 좋다지만 난 결코 돌려줄 수 없는걸. 한번씩 나의 어떤 멘트에 아빠가 화를 내거나 상처받은것처럼 행동할때면 나도 많이 놀랐다. 아빠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내가 이제 노인이 되어가고 나이들어가면서 안그렇고 싶어도 계속 그런 호르몬이 나오고 애기처럼 되고 그런걸 막을수는 없어. 거기다 이 아빠가 이상한 자존심이 있는거 니들도 알잖냐. 갑자기 말도 안되는 화도 낼수도 있고 갈수록 더 그럴거야. 그래도 너무 놀라지 말고 조금 이해하렴.”.

 

그런데 나보다 형과 아빠가 나를 훨씬 사랑해 주는구나

형이 그러더라. 지난 몇년간 기억중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랑 자전거 타고 놀았던게 제일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라고…그럴수가. 난 기억도 잘 안나는데. 형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는구나. 형이 어렵게 라면판 돈으로 나보고 청담동 가서 머리하라고 하는것도, 맨날 센스없게 옷 입는다고 옷도 한벌 안산다고 구박하면서 옷사주고 하는것도, 정말 형의 사랑이었구나. 내가 나중에 몰래 그 머리자른돈 형 가게에 놔두고 왔을때 형이 라인으로 한마디 썼다. “이거 멋진 형노릇하기 참 힘들구만.” 눈물이 많이 나더라.
난 항상 더 큰 의미를 생각하고, 더 넓은 세상을 생각하고, 교회다 직장이다 주위사람이다 신앙이다 뭐다 내 삶을 살기 정신없는데, 형은 어느새 큰아들로 부모님 집에 가서 전등도 갈아드리고 아빠 포도즙 고객 리스트도 만들어드리고, 그러면서 큰아들로서, 형으로서 역할하며 잘나고 바쁜 동생을 항상 배려하고 있었다. 우리아빠의 나에대한 사랑은 가희 종교적이기까지 해서 범접조차 할수가 없다. 그래. 하나님이고 예수님이고 이야기만 맨날하지 다 나 혼자 잘났다 산아. 근데 어째 내가 이들이 나를 생각하는 것만큼 이들을 못생각하고 있을까 못 품고 있을까. 많이 돌아보게 됐다.

나의 말과 생각은 별로 영향을 미칠 수 없구나. 하지만 나의 삶은 다르다.

내가 아무리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내 머리속에는 아무리 논리적인 이야기도 형이랑 아빠한텐 전혀 먹히지 않는것 같았다. 아빠는 이미 다 겪어 봤다면서 너무 종교에 빠지지 말라고 계속 그러고, 형은 정말 콧방귀도 개미만큼도 관심 없다는 듯이, 야 이 형은 먹고살기 바빠. 이런말로 일관했다.
하지만 형이랑 아빠가 해준 말중에 너무나 주님께 감사했던게 있다. 내가 성격도 변하고 얼굴표정도 바뀌었단 거다. 옛날에 그 날카로웠던 내가, 이제는 표정도 많이 선해지고 성격도, 아우라 자체가 많이 선해지고 여유있더 졌다고. 나이들어 사람이 바뀌는거 거의 못봤는데 백산 진짜 넌 알다가도 모를 놈이라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아무 영향력을 못미치는 나는 아주 무능력하고 작은 존재지만, 나의 삶을 변화시키고 계시는 그건 정말 큰 힘이다. 의지해볼 뿐이다. 우리 형과 아빠의 세계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꽤나 많은 시간(?)이 있을테니, 주어진 시간동안 많이 사랑하고 기도하고 싶다.

 

소망하게 되는 것

우리 가족간에 사랑이 가득하기를. 어떤 문제들이 생겨도 (건강, 돈, 사람간의 갈등) 나는 형을 사랑하고 아빠를 사랑하고, 형과 아빠를 더 높이고 위하고 순종해야 겠다는 다짐이 많이 든다. 나의 신앙도 그들을 판단하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고 품고 위하는 신앙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삼부자가 엄마와 형수, 민경이를 참 많이 사랑하면서 가정 꾸려가고 계속해서 사랑 가운데 생육하고 번성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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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4 comments

  1. 남자 셋의 허심탄회한 시간 신선하네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솔직한 나눔들 참 좋습니다.

  2. 김기범

    오! 백범이다!

  3. 오 기범이형이다. 형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ㅎㅎ 범이형은 이런거 안읽을거에요 (읽으면 안좋아할수도 ㅎㅎ) 형이 답글 남겼다고 하면 좋아하겠네. 형 이야기 종종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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