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가격, 죄책감과 현실외면의 무게

최근에 일련의 일들이 있었다. 짧게 느낀것들을 나눠보고 싶다.

1.
교회 영어부 예배 (EM) 커뮤니티의 한 형제의 50살 깜짝 생일파티가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금요일 저녁 예배 끝나고 교회 형제들과 이야기하다가, “맞다, 내일 생일파티 있다며? 너도 올거야?” 라고 물어봤는데 그 형제가 “진짜? 무슨 생일파티? 혹시 영어부 예배 이야기야 한어부 예배 이야기야?” 이렇게 물어봤다. 아차 싶었다. 이 형제 생일파티였나보다… 대충 얼버무리고 나왔는데 옆에 있었던 다른 형제 하나가 나오면서 “야, 이거 쟤 생일파티란 말이야. What did you do? ” 이러면서 비난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는데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남들이 몇주간 공들여 준비한 깜짝생일파티를 내가 실수 한번으로 다 망쳐버린것 같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별거 아닌거였지만 (민경이도 이야기 듣고 ‘으이구 진짜 오빠땜에 못살아. 괜찮아 모를수도 있고 별거 아니야 잊어버려’ 이랬지만) 죄책감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다. 특히 그 비난하는 눈빛이 비수에 꽂혔다. 위축됐다. 오죽하면 이날 꿈에 나왔을까. 그냥 생일파티도 안가버릴까, 그냥 생각안해버릴까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2.
다음날 아침, 토요일에 눈 비비고 일어나서 한주간 쌓였던 수많은 상념과 어제의 찝찝한 기분을 리프레시 하고 싶어서 집앞 커피숍으로 향했다. 평범한 주차를 하다가 옆차를 긁었다. 정말 황당했다. 잠시 정신이 멍해서 주위를 보니 아무도 없었다. 일단 차를 빼서 조금 떨어진 데 주차를 하고 생각을 추스렸다. 아주 많이 긁은것도 아니고 아무도 안본것 같은데 그냥 가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볼수록 아무도 못본것이 확실했다. 그냥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묻어버리고 싶었다.

3.
이 두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자 그냥 만사가 귀찮아 졌다. 생각정리는 무슨. 왜 자꾸 일이 꼬이지. 그냥 오늘 집에 있어버릴까. 그냥 생각하기 싫다. 마주하기 싫다. 외면하자. 생각안해 버리면 되잖아. 이런 외침이 계속 들었다….

4.
그래도 용기를 내봤다. 전에 친구한테서 들은 말이 귓가에 멤돌았다. “San, do the right thing. Don’t do anything that your mom wouldn’t be proud of.” 그리고 크리스천이라고 늘 이야기하고 다니는 나의 위선이 가증스러웠다. 하나님이 뻔히 보고 계신데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그래서 쪽지를 남겼다. 정말 미안하고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써놓고 나오니 마음이 후련했다. 적어도 이 작은 일에서 난 세상을 더 안좋은 환경으로 만들진 않은것 같다. 돈이 좀 나가고 보험비가 높아지겠지만 그것쯤은 편안해진 마음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후에 그 형제의 생일파티에 갔다. 너무 준비한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먹을걸 하나 사갔다. 그리고 보자마자 너무 미안하다고 했는데 바로 “아, 난 진짜 몰랐어. 다른 사람 생일 이야기한줄 알았지 당연히. 내 와이프는 이런 깜짝파티 할사람이 정말 아니거든.” 그냥 한방에 힐링이 됐다. 허허. 이렇게 한방에 힐링될게 하루동안 날 이렇게 괴롭혔던가.

5.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났다. 아, 한두가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이렇게 순식간에 사람이 위축되고 외면하고 싶어지게 될 수 있구나. 외면하면 엄청 가볍고 자유해질 것 같았다. 너무나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더 노예가 되지 않았을까? 죄책감, 자괴감, 아니면 자기 합리화와 무기력증, 혼자있고 싶어지는것 등이 겹겹이 쌓일때, 우리는 점점더 자유와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무의식중에 쌓여있는것까지 하면 나에게도 이런 것들이, 이렇게 내 마음대로 합리화 하면서 생각 안하고 그냥 눈 한번 감고 넘어간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안하면 된다고, 나만 생각안하고 된다고 그때그때 넘어간것이 일일이 다 생각나고 드러난다면 정말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를 것이다. 이런 것들이 내 무의식에서 나를 짓누르고, 나의 용기를, 나의 당당함을, 나의 Fresh함을, 나의 세상을 향한 소망과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얼마나 누르고 있을까. 그리고 내가 언젠가 실수한 누군가에게 생각없이 보낸 비난의 눈빛이, 그 사람의 가슴에 꽂혀서 사람을 더 위축시기고, 움츠러들게 만들지 않았을런지 정말 모를일이다. 죄책감과 현실외면의 무게…절대 가볍지 않다.

반면 옳은 선택을 내리기 까지, 현실을 마주하고 잘못을 구하고 용서를 빌기까지, 그 무게가 너무 크게 느껴졌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하고 나니 너무나 가볍다. 이렇게 간단하고 마음 편한게 그때는 그렇게 무거웠을까. 이게 바로 나의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볍다는 그말이 아닐까.

이 모든게 꿈이라면? 한번씩 꿈에서 깨서, 아 꿈인데 그냥 더 당당하고 더 양심적으로 행동할것. 이런 후회한적이 상당히 많다. 가끔씩은 꿈에서 매우 용기있는 행동을 하기도 해서 꿈에서 깨고 나서 꿈속의 나 자신이 참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중에 죽을때가 가까워 오면 내 삶을 돌아오면서 참 이 모든게 꿈과 같았는데 좀더 바르게 살걸,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번에 가벼운 스크래치라서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쪽지를 남겼지만 만약에 훨씬 더 큰 돈이 들어가는 일있었다면? 훨씬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일이었다면? 누가 전에 모든것에는 가격이 있다고 (price tag) 했더랬지. 나의 양심의 가격은 얼마인가…

이번주에 Stanford MBA 5주년 동문회 (Reunion) 행사가 있다. 친구들 볼 생가에 기대가 너무 많이 되면서, 성숙함이 많이 부족했던 MBA시절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스스로의 열심에 어느정도는 대견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항상 내가 중심이었고 결과에 너무 목숨걸다 보니, 충분히 사람들에게 베풀고, 또 integrity 를 얼마나 지켰는가 주위 관계에서 얼마나 손해보고 얼마나 상대를 생각했는가. 지금도 난 여전히 그렇지만…

많은게 느껴진 요 며칠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용기를 구한다. Integrity를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용기를 지켰을때의 그 가벼움을 홀가분함을 그 자유함을 잊지 않고 싶다. 그리고 죄책감의 무게에 짓눌려 있거나 아니면 그것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빛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래는 Catch me if you can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프랭크 아저씨의 육성 인터뷰이다 (Google에서한 Talks at Google). 조금 길지만 자신있게 추천한다. 본인의 삶에 대해서 담담하게 (근데 너무 재밌다 이분 삶) 이야기 하시다 20분쯤부터 본인의 과거에 대한 솔직한 감상과 반성을 한다. 자신은 그냥 성숙하지 못했던 거라고. 법을 어기고 멋대로 산건 평생 다 갚지 못할, 언제나 앉고 가는 짐이고 죄라고. 세상에 진짜 사람은, 진짜 성숙한 성인은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고…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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