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2. 믿음으로 정해진 곳 없이 직장을 마무리

이 글은 앞선글 일로부터의 자유_1. 에 이은 두번째 글이다.


남몰래 리크루팅하던 힘든 기간

그래 하나님 앞에 눈물로 회개하고, 반성하고, 너무나 감사했지만, 현실에서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2018년 가을이 되면서 난 본격적으로 사이드로 리크루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정말 힘들었다. 직장일이 너무 많았다. 투자유치를 하는 중이니 대표도 워낙 바빴고 덩달아 나도 투자자들의 질문 답변과, 다른 오퍼레이션에 여념이 없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도 잘 달래줘야 했고, 스타트업을 해보신 분이라면 펀드레이징 과정이 얼마나 피말리는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전 펀드레이징 시간과 달랐던게 있다면 내가 이 과정에서 리크루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게 나의 integrity 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회사에서 재무적인 정보를 비롯해서 거의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내가, 수많은 사람이 나를 믿고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고 있는데, 리크루팅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괴로웠다. 한번씩 회사 업무시간에 리크루팅 관련 이메일이 오거나, 전화가 오거나 하면 내가 리크루팅을 하는게 알려질까봐 마음을 졸였다. 

한번은 인터뷰 과정에서 비디오 콜을 해야 하는데 할 곳이 너무 마땅치 않아서 근처 에어비엔비 오피스 구석에서 몰래 하다가 다른 직원을 마주치기도 했다. 회사 밖에서 비디오콜을 하는게 얼마나 황당해 보였을까. 내가 뭐하는지 뻔히 들킨것 같았다.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내 표정에서도 이미 눈치챘을수도 있다. 숨기는건 참 쉽지 않고 적성에도 안맞는 일이었다.  

리크루팅은 정말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다른 글에 자세히 쓰겠지만, 나의 커리어는 객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한국에선 정부에 일했고, 미국에선 주로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전문성 없는 제너럴리스트인 나 같은 사람을 찾는 조직은 참 찾기 어려웠다. 

이렇게 모든게 스트레스다 보니 개인적인 삶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항상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여유가 없었다. 애들을 볼때나, 가족끼리 있는 시간에도 내 마음은 여유라곤 없었다. 아 일을 하나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아 리크루팅 준비를 하나라도 더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냥 순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내도 많이 힘들어했다.

오빠, 난 오빠가 이 회사에 있든, 나가든, 다 상관없어. 사실 끝까지 잘해서 관계 좋게 잘 끝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든 오빠의 결정을 난 존중하고 따를거야. 내가 바래는게 있다면 그저 오빠가 좀 웃고 기뻤으면 좋겠다는 거야. 늘 힘들어하는 당신을 보고 있는게 힘들어.” 

10월말 선교가기 전에 내 리크루팅과 회사 펀딩이 모두 해결되길 기대했지만….

매우 힘든시기였지만 그래도 나름 계획도 있고 전략도 있고 믿는 구석도 있었다. 내가 누군가, 집념의 사나이, 집요함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백산이 아닌가. 정말 최선을 다해 일도 하고 리크루팅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걸 했다. 

사실 이때 난 태어나 첫 선교를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선교를 왜 가게 됐는지, 가서 무엇을 느꼈는지는 또 완전히 다른 하나의 스토리고, 그거에 대해선 여기 글로 쓴바 있다. 난 선교와 더불어 나의 이런 상황들이 확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아주 얄팍하고 인간적인(?) 기대였던가. 선교와 더불어 하나님이 각자에게 역사하신걸 지난 몇년간 많이 보고 들었다. 차인표의 간증 (선교에 가서 내가 뭔가 주고 올줄 알았는데 그 가난한 아이의 손을 잡는 순간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주러 갔다가 훨씬 많이 받고 왔다. 그 손을 잡은 이후 내 삶이 180도 바뀌었다), 내 아내의 간증,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아기가 생기거나 무언가가 바뀌는걸 보면서 알게모르게 그간 기도했던것들을 하나님이 팍 들어주실려나 보다 이런 생각과 기대를 가졌다. 아니 혹시 팍 안들어주시더라도 뭔가 대단히 은혜롭고 아름다운 일을 보여주실것만 같았다. 

마침 타이밍도 너무 완벽했다. 펀딩도 거의 가장 중요한 리드 투자자한테 텀싯받는게 다 되가는 분위기였고, 거의 최종면접까지 나름 순조롭게 서너개 회사 면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생각이 들었다.

아, 10월쯤에 둘다 해결되고, 선교갔다오면서 난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수 있겠구나. 내 인생의 새로운 계절로 갈때 하나님이 이렇게 선교를 가게 하시는구나

이런 내 기도와 기대와는 달리 상황은 기대와 정 반대로 진행됐다. 선교가기 며칠전에 믿어왔던 회사들에서 전부 No를 듣고, 회사의 펀딩도 아직 클로징 되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나의 모든 기대와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난 항복하는 마음으로 나름 무거운 마음으로 모든걸 뒤로하고 선교를 떠났다.

넌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니? 그것은 어떤 믿음에서 나온거니?

그렇게 간 선교는 정말 좋았다. 선교지에서부터 계속 기도했던 것은 나의 ‘믿음’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결국 믿는게 무엇인지 이게 스스로 궁금했다. 인터뷰를 볼때마다 이 회사가 하나님이 내게 예비하신 회사인가, 아님 저 회사인가, 늘 헷갈렸고, 그러다가 결국 되면 “아 이 회사였구나. 이 회사를 예비하신 거였어” 라고 한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결국 이건 기복신앙, 번영신앙과 뭐가 다른가. 결국 결과가 나오면 끼워맞추기식 신앙이 아닌가. 그런식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간증하는게 좀 웃기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내가 크리스천이 되기 전에 소위 말해 “기도응답”이라는게 다 자기해석으로 느껴졌는데, 내가 딱 그러고 있으니 이건 정말 웃기는 노릇이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그나마 선교지에서 받아서 내가 붙잡고 있던 말씀은, “Commit your work to the lord and he will establish my plan” 이었다. 그래, 결국 진인사대천명, 난 내가 할 수 있는걸 하자. 내 믿음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 믿음은 내가 하루하루 내 할 도리를 하면 내 계획을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다는 그것이리라. 그래, 근데 난 여기서 내 할도리를 하는게, 난 회사일도 열심히 하면서 계속 나의 미래와 커리어를 위해 리크루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으로 난 계속 리크루팅을 하고 있었고 선교다녀온 이후에도 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선교를 다녀온 첫 주일날 예배를 드리면서 찬양을 하는데 가슴속에서 이런질문이 계속 나왔다. “제 믿음이 무엇인가요? What is my faith?” 그러다가 이런 질문을 받는것 같았다. “넌 왜 일하니? 넌 내가 왜 일하라고 일을 허락해준 것 같니?” 그렇게 기도에 깊이 집중하고 내면의 QA가 진행됐다.

산: 제 믿음이 무엇인가요? 전 뭘 믿는건가요? 결국 좋은 job 주실거요? 이게 제 믿음인가요? 

God: 왜 일하느냐? 내가 왜 일을 허락했다고 생각하니?

산: (생각)

God: 난 사랑하고 섬기라고 너에게 일을 줬단다. 그렇게 하고 있니? 

산: (침묵. 할말 없음)

God: 믿음이 뭐냐고 물었지? 넌 뭘 믿고 있니 진짜로? 그리고 너의 행동이 무엇이니? 믿음에서 나온 너의 행동이? 지금 넌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지? 

산: 전 리크루팅 하고, 회사에는 어정쩡하게 다리 걸쳐놓고 있고, 하나만 걸려라 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리고 오퍼 받으면 하나님이 주셨다고 멋지게 간증할 생각 하고 있었죠. 

God: 그래, 말 잘했다. 거기에 어떤 믿음이 있는거니? 그건 너의 스토리란다. 니가 그리는 시나리오란다. 내 이야기가 아니야. 내 이름을 너의 스토리에 끼워맞추지 말려무나.

산: (침묵)

God: 난 믿음에서 나온 행동을 원한다. 나를 믿는다면 마음껏 사랑하고 섬기렴. 나가야 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건 얼마든지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받아들여도 된다. 그건 잘못된게 아니야. 하지만 지금 니가 하고 있는 행동은 내가 기뻐하는 행동은 아니구나. 난 내 아들이 일터에서 진정한 일꾼이, 섬김의 일꾼이 되기 원한단다. 나를 믿는다면 멋지게 마무리 하려무나. 그리고 내가 어떤 일들을 보여주는지 보렴. 내 아들 백산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애란걸 내가 잘 안단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나왔다. 히브리서 11장 말씀이, 야고보서 2장 말씀이 가슴에 와서 꽂혔다. 그래 그래서 아브라함은 이삭을 내려쳤고, 기생 라합은 죽음을 무릅쓰고 사람을 숨겨줬구나. 행동이 필요하다. 행동이 나의 믿음을 결국 이야기한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And without faith it is impossible to please him). – Hebrews 11:5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faith by itself, if it does not have works, is dead.) – James 2:17

리크루팅을 접고, 명예롭게(?) 회사를 정리하다.

그리고 나서 월요일에 회사를 갔다. 리더십 팀 미팅이 한창이었다. 서로 열띤 토론을 하다보니 감정이 격해진 커멘트도 나오고, 서로 정말 열심히 하지만 다양한 데에서 각자가 스트러글(struggle) 하는게 느껴졌다. 갑자기 이 사람들, 가족같은 사람들이 더 사랑스럽고 더 연민, 더 공감이 갔다. 그리고 내가 그간 여기에 완전히 200% 다하지 않았다는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했다.

“아마 느꼈겠지만, 지난 몇개월간 내가 예전처럼 완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굳이 목소리 내서 이야기하거나 그러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거나 적당히 케어했다. 미안하다. 이 바쁠때 내가 일주일넘게 자리를 비울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이제 완전히 재충전 됐으니 정말 열심히 일하겠다.”

그리고 내 생각을 아주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전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싸우고 더 확실하게 내 이야기를 하게됐다. 사람들이 내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 더 좋아해줬다.

그리고 대표와 CTO 분과 따로 이야기했다. 내 결정을. 앞으로 남은 기간이 2주가 되어도, 1개월이 되어도, 3개월이 되어도 상관없으니 나는 확실히 나갈거고, 그걸 준비하자고. 그 기간중에 리크루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내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대표도 더이상 나를 붙잡지 않겠다고 잘 계획세워서 엑싯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누구누구를 새로 뽑을지, 내가 하던 일들을 어떻게 나눌지, 언제까지 일하는게 회사에 가장 좋을지 등을 계속 맞춰갔다.

그리고 나서 매우 감사하게도 우리팀은 꼭 필요한 사람을 몇 뽑을수 있었고, CFO를 제외하곤 인수인계가 착실히 진행됐다. 나도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회사에서도 더 나의 자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치 죽은 날짜 받아놓고 후회없이 사는것처럼, 후회없이 마무리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사람들과의 시간도 조금씩 더 가졌다. 

회사에서, 대표와 모든 사람들이 나의 결정을 응원해줬고, 다양한 부분을 서포트 해줬다. 그 덕분에 연말에 아버지 칠순 여행도 잘 다녀올 수 있었고, 1월초/중에는 한국에서 일할수도 있었다. 아내도 너무 기뻐했다. 내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엔 온전히 가족에 집중한게 그렇게 좋았다고 한다. 

진짜 태어나 처음 다같이 가본 해외여행, 아버지 칠순잔치 – it was a blessing

회사에서 12월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과 1박2일 retreat을 갔다. 너무 좋았다. 눈물이 나더라. 아 이들 너무 멋지다. 참 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왜 굳이 떠나야 하나? 이 사람들, 내가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인데. 한편으로는 전에는 내가 다 해야하던 일들이 새로 들어온 친구에 의해서 팍팍 되는걸 보면서 그래, 이제는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CFO까지 뽑기로 확정 되었을때, 이젠 나갈때가 된것을 느꼈다.

회사 리트릿에서 사람들과

연말에 전체 팀에 내가 나간다고 이야기하는건 쉽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고 (역시 비밀은 없다), 다들 나의 결정을 응원해줬다. 사실 가장 어려운건 대표와의 관계였다. 워낙에 특수관계였기에. 내가 아무리 내 딴에는 커뮤니케잇하고, 내 할도리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 마음을 다 헤아리겠는가. 거의 모든걸 나에게 준 사람, 너무 많은걸 가르쳐 주고 베풀어준 사람을 내가 먼저 떠난다고 하는 거였으니, 그 어떤 말로도 그 어떤 gesture로도 충분히 보상이 되지 않았던것 같다. 그럼에도 대표는 끝까지 나를 배려해줬다. 

그렇게 은혜가운데, 큰 무리없이,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4년여간 함께한 이 가족같은 사람들과 조직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믿음’ 이 있었기에, 난 아무런 두려움 없이 적절한 작별 (proper goodbye)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 나의 두번째 응답은 믿음 – Faith. 행동으로 이어지는 믿음 (Action out of faith) 이었다.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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