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만에 한국에서 풀로 보낸 첫해가 저물어 간다. 정신없이 살아온 사십대의 첫해를 돌아보며 정리해본다.
1부: 올해의 하이라이트들
우린 삶이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꾸역꾸역 주어진 환경에서 내몫의 고난을 살아내면서 의미있는걸 성취해가는것? 삶이주는 아름다움을 음미해가는것? 난 어른으로서 내몫의 무게를 감당하되, 결국엔 아이가 되어 마음껏 놀고 (몰입하여 만들어가기) 마음껏 노래하는것 (아름다움 음미하기) 이라 정의하고 싶다. 아래는 올해의 하이라이트들.
삶을 새롭게해준 영감의 순간들

- Best book (인문교양) 두번째 산 (2nd mountain): 오랜 지인 정장환님의 소개로 접한 보물같은 책. 인생엔 스스로의 기반을 다지고 성취해가는 첫번째 산과 헌신할 무언가/누군가를 찾아내고 그것에 헌신해가는 두번째 산이 있다는게 그 줄기이다. 삶을 관통하는 영적인 지혜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책. 글로써 접한 데이비드 브룩스란 사람에 대해서도 반하게 되는 책이었다. 그의 삶과 영적인 여정이 너무 공감이 갖고 그걸 이렇게 풀어내는게 참 닮고싶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Best book (소설) 불편한 편의점, 작은땅의 야수들, 삼체, 황금종이: 전진과 성장만이 모든것으로 느껴졌던 이삼십대를 지나 중년이 되자 이젠 공감과 스토리를 통한 새로운 의미부여가 훨씬더 크게 다가오고, 소설이 비소설보다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반추케 하는 힘이 있다는걸 발견하게 됐다. 나의 삶과 전혀다른 삶에 푹 빠져서 그 이야기에 들어있다가 나오면 거짓말처럼 내 삶을 더 잘 살아낼 힘이 생긴다. 그래서 탄탄하고 아름다운 서사를 가진 소설을 갈수록 사랑하게 된다. 삼체는 SF라 조금 다른갈래지만 나머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류의 대하소설이나 장편소설같은 삶의 이야기들…
- Best book (경제경영) 좋은 불평등 . 경제정책 어젠더 2022: 경제경영서는 사실 잘 보지 않는다. 너무 뻔한소리로 느껴지거나, 지나친 단순화로 느껴질때가 많아서. 하지만 위 두책은 참 좋았다. 좋은 불평등은 신자유주의를 모두의 적으로 돌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고, 경제정책 어젠더는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교과서이자 바이블처럼 느껴지는 책이었다.
- Best book (에세이) 아주정상적인 아주아픈 사람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 소설, 인문교양서 이상으로 좋아하는 장르가 에세이이다. 삶의 깊이와 진한 맛을 소개해주는 에세이를 읽으면 마음이 아리고 울고 웃으며 몰입하게 된다. 위 세 책은 다 “고통”, “죽음”과 연결된 에세이이다. 그 무게만큼, 농도짙은 한명한명의 삶의 서사가 내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 아래는 올해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 코칭 podcast 중: 중요한건 니가 너에게 필요한 일의 속성/재료들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야. 결국 우리가 의미를 느낀다는건 우리가 그걸 해석할수 있는지에 달려있고, 해석할수 있으려면 정의가 되어 있어야해. 그건 너만이 할수 있지 남이 해줄수 있는게 아니야. 스스로 삶에 필요한 것들과 방향성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어야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꾸려갈수 있지. 아니면 늘 새로운 환경 변화가 너의 목마름을 채워줄거란 신기루를 쫓아가며 살게되기 쉽지만 그건 밑빠진 독에 물 붙는것 같은거야.
- 친형같은 선배형과의 대화: 일적으로 다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이라고? 나도 마찬가지야. 80:20의 법칙알지? 보통은 20이 80을 먹여살린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난 좀 변형된 80대20의 법칙을 생각하며 살고 있어. 80점 정도 삶에서 이것저것 채워지면 20정도 부족한건 자연스러운거란 거야. 결국 삶의 여러 부분들 중에서 – 부부 각자의 커리어, 아이들 교육, 부모님, 기타 등등 – 그때그때 더 우선순위를 높이고 집중할수 있는 타이밍과 순간들이 있는거 같아.
- 전 공무원 출신의 선배: 이젠 인력과 자본의 국경이동에 제약이 없어졌기에 좋은 환경과 여건이 있다면 자본과 인력이 모이고 그렇지 않다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최근 홍콩에서 싱가폴로 완전 무게중심 이동하는게 대표적인 예고. 근데 한국은 삼권분립이 이제 작동하지 않고 입법부에 힘이 너무 과대하게 쏠린 상황에서 정치적인 포퓰리즘이 가속화되고 있는것 같아 걱정이야. 너나 내가 공무원 할때 (십여년전)은 공무원 할만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 힘이 너무 빠졌어. 난 이게 가장 걱정이야. 갈수록 한국에서 우수 인력과 자본이 빠져나갈까봐…
- MBA선배 크리스천의 이야기: 아내는 힘안들이고 즐기면서 일들을 척척 해내는데 넌 스트레스받으며 안간힘을 써도 잘 안되는거 같다고? 당연하지. 네 아내는 은혜로 사니까 힘이 안드는거고 넌 니힘으로 할려니까 힘이 부치는거잖아.
- 아내의 이야기: 사실 주위에 잘 하는 이야긴 아닌데, 내겐 막연하게 들릴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 그건 바로 나와 우리가정이 복의 통로가 될거란것. 내가 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그건 그분의 주권과 계획으로, 내 힘이 아니라.
나보다 더 큰 그 무엇을 목격한 기억들
드림틴즈 여름수련회: 다음세대에게 헌신하도록 부름받은 공동체와 동역자를 만남

- 한국에 와서 만난 보석같은 아이들, 보배같은 공동체. 서울 한복판에 이만큼 살아있고 재미있고 반짝거리는 아이들이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다. 특히 내가 맡은 고3애들은 내가 막연히 생각한 입시에 찌들어 있는 그런 친구들이 아니었다. 랩하는 친구, 패션하는 친구, 음악과 춤과 시와 예술을 다 씹어먹으며 리더십 충만한 리더, 인스타그램 인플루엔서, 서울대의대 합격해버린 공부천재, 평범한척 하지만 가장 비범한 친구, 미국에서 학교다니며 방학때 잠깐씩 오거나 이제막 미국으로 간 친구,…이들과 함께한 수많은 시간이 기억에 남지만 하이라이트는 2박3일간의 여름수련회였다. 신나게 놀고 뜨겁게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새롭게 느끼게 해주신건 이들이 내 학생을 넘어서 동역자라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젊은이의 역할을 하고 중년은 중년의 역할을 하는것. Elder는 꿈을 꾸고 청년은 환상을 보는것. 미디어에선 늘 비관적 미래만을 이야기하지만 난 이들에게서 내일의 희망을 보았다.
Praxis 뉴욕, 어벤쳐스: 나의 역할에 대한 부르심을 느끼고 신앙 선배들의 유산을 목격

- Praxis 뉴욕: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사역단체 Praxis의 사람들을 봄에 만나고, 여름에 2박3일간의 Praxis academy 행사에 갔다. Praxis는 기업가들이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킬것이란 비전을 가지고 기업가들을 섬기는 크리스천 단체이다. 전세계 각 도시에서 Praxis와 협력하여 그 도시의 크리스천 기업가들을 섬기는 사람들이 와서 같이 배우고 나누고 예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날 아침 예배하는 가운데 “지휘자”란 단어와 이미지가 내게 훅 들어왔다. 마치 이런 말을 들은것 같았다. 산아, 넌 지휘자야. 맘껏 지휘하렴. 이 수많은 사람들, 이 수많은 과제들, 이 수많은 가능성들. 니 눈엔 다 보이잖아 다 느껴지잖아. 이제 그걸로 무엇을 할래. 맘껏 지휘해보렴.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내 보렴. 넌 아주 잘해낼거야.
- 어벤쳐스: 이제 구년차를 맞는 어벤쳐스란 크리스천 창업경진대회 및 창업대회에 감사하게도 멘토로 참여하게 되었다. 첫 오리엔테이션 이후 멘토들이 모이는 멘토나이트를 갔는데, 거기에서 이시대의 백부장 천부장 같은 전사들이 보였다.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시대를 살아내고, 교회 부흥의 시기를 경험하고 같이 만들어간 이땅의 50대 60대 신앙의 선배들이 있었다. 생명윤리를 지키는 크레도란 단체를 리딩하고 있는 법무법인 대표분도 만나고, 기업을 이끌고 있는 MBA선배도 만나고, 기독교 대학총재를 막 역임한 여성리더도 있었다. 같이 찬양하고 기도하는데 아주 단단하고 따뜻한 기반을 느꼈다. 이 멋진 신앙의 유산을 이제 중년이된 내가 우리세대가 이어받는구나. 다음세대에 잘 물려주려면 정신 바짝차려야 겠지만 외롭진 않겠다 신앙의 선배들이 이렇게 또 장을 깔아주고 계시니…
집중해서 무언가에 도전하고 만들어간 시간들
강의, 멘토링: 나를 최대로 Stretch 시켜준 마법같은 순간들 (자세한 이야기 링크)

- 실리콘밸리 멘토링/강의: 평소부터 잘 알던 국민대 교수, 프로그래머스 대표님의 소개와 권유로 한국에서의 삶을 접고 실리콘밸리 진출에 도전하는 사회초년생 약 15명을 3개월간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했다. 경제경영/커뮤니케이션 전반을 다루는 광범위한 주제였는데 모든 내용이 내게 자율로 맞겨졌다. 생각나는대로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했는데 그게 그렇게 즐겁고 재밌을수가 없었다. 매주 힘든 일을 끝내고 애들을 재우고 천근만근의 몸을 이끌고 시간을 시작했다가 90분의 정해진 시간이 끝날때는 잠도 활짝깨고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차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게 너무 신기했다. 이거 외에도 아는 사람 부탁으로 강의도 한두번 했는데 정신없는 일상가운데 강의준비가 스트레스였지만 막상 할때는 몰입이 저절로 되고 시간이 순간이동한듯 지나가 있었다. 선생님이란 배역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지 느끼게 해준 시간
일에서의 성장: 진짜 문제를 파악하고 정확히 전달하며 적극적으로 토론하기 (자세한 이야기 링크)
- 쿠팡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힌 도전은 아주 고민의 깊이가 깊은 토론거리를 매주 또는 매 2주마다 준비하여 리더십과 함께 토론을 이끄는 거였다. 큰 회사이고 워낙 “핵심문제 정의”에 초점을 맞추는 회사문화다 보니 격주로 있는 리더십 미팅의 밀도를 맞추는게 전혀 쉽지 않았다. 마치 전에 공무원으로 일할때 청와대회의 또는 관계부처 장관회의 안건을 늘 준비하는 느낌이랄까. 달라진게 있다면 안건만 준비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토론을 내가 이끌고 리더십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를 직접 조율해야 한다는것. 그리고 그걸 영어로 진짜 말잘하는 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난 순발력있게 확신과 논리를 가지고 토론을 잘하는 파이터와는 거리가 먼 기질을 가진 사람이기에 이 훈련은 정말 쉽지 않았고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일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적어도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고 토론을 밀도있게 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성장이 있었음도 부인할수 없다.
2045펠로우십: 다시한번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고민하며 꿈꿔볼수 있는 공간

- 늘 존경하고 흠모해 마지않던 지인의 권유로 2045 펠로우십을 기획하고 시작해보게 되었다. (2045펠로우십은 국제 경쟁력과 안목을 갖추고 사회 문제에 헌신할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미션을 가진 단체이다.) 돌이켜보면 내게도 대학시절 일본 게이오대학과 함께 한 GPAC이란 프로그램이 향후 진로를 결정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이정표를 남겼다. 그런 의미있는 경험을 몇몇 대학생/사회초년생에게 줄수 있으면 성공이란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고, 이런 공간을 통해서 평소 관심은 있지만 선뜻 시간과 에너지를 못낸 사회문제들을 더 공부하고 고민하고 나눌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시작하기 까지 쉽지만은 않은 과정들이 있었지만 리더의 전폭적인 후원과 리더십으로 이제 곧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기대된다 –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온전히 쉬고 기뻐할수 있었던 순간들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들

- 올해는 감사하게도 가족들과 참 많은 추억을 쌓을수 있었다. 올해초 어머니의 칠순잔치부터 해서 여름엔 강원도로, 가을엔 낙동강 일대로, 겨울엔 스키장과 거제도로 부모님/형네 식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고, 중간에 우리가족끼리 필리핀 여행도 다녀왔다 (처가집 식구들과의 여행도 있었는데 그건 내가 비자/출장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시고 애들이 아직 핸드폰하기 전 (온전히 우리품에 있을때) 이런 시간들을 보낼수 있음이 참 감사하고 귀하다. 아내와도 일년내에 큰 부부싸움 한번없이 대부분 잘 지낸것 같고 이 모든걸 가능케 해준 아내의 사랑과 배려가 새삼 참 귀하게 느껴진 한해였다. 올 한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쓰려면 또 몇개의 글은 쓸수 있을텐데 그건 다른 글에서 소개하는걸로.
일상의 소소한 낭만들

- 운동: 격주에한번은 하는 풋살: 진짜 짧게 하는 헬스, 재밌었던 F45
- 토요일 아침새벽시간 (종종 스타벅스가서 보내는 몇시간)
- 애들재우고 가끔 아내와의 데이트 (미국에선 꿈도 못꾸던)
- 가끔 지인들과 한잔 (전 공무원 선후배, 고등/대학 친구, 기타 스타트업/테크쪽 사람들 등등)
- 프리미어리그 사커, 넷플릭스, 유투브… (maybe too much media??)
- 스타벅스 오트라떼 (커피는 못끊겠다)
- 가끔 사람들 초대해서 밥먹고 수다떨기
2부: 올해의 도전과 묵상들
위에 써놓은 것만 보면 마치 올한해 너무 좋은 일들만 가득하여 평화와 기쁨 충만히 살아온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가운데 보냈다. 신앙적으로 아주 단단했던 해도 아니였고, 아내한텐 미안할정도로 내 속에 내가 많았던 적이 참 많았다. 아래는 올한해 주요 고민과 무게들…
나는 맞게 가고 있는가
- 커리어 걱정: 가장 많이 한 고민은 커리어에 대한 것이었다. 이걸 다 공유하려면 몇개의 시리즈 글이 나와도 모자라겠지만, 핵심은 이거다 – “나는 맞는 길로 가고 있는가”. 40대에 접어들면서 짊어져야할 무게는 갈수록 커졌는데 막상 커리어가 한쪽으로 좀 뿌리내리려 하니 이길이 맞는 길인가, 난 이젠 영영 길을 바꿀수 없는건 아닐까 이런 걱정이 든다. 지금하는 일이 나쁘지 않고 앞으로 십여년은 충분히 의미있는 커리어를 쌓을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덕업일치”를 이뤄낸것은 아닌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이거이상의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직감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하지만 이젠 몸도 많이 무거워졌고, 너무 여러번 바꿔왔기에 전과는 좀 다르게 진중하게 커리어를 접근해야 하는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든다. 생각이 많아지는것도 맘에 들지 않고, 그렇다고 생각을 떨쳐버리지도 못한 한해였다.
- 돈 걱정: 미국에 있을때에 비교하면 감사하게도 오히려 돈을 모을수 있게 됐는데, 역설적으로 맘은 더 여유가 없어진 부분도 있다. 서울에서 애 셋을 키우는 40대 외벌이 가장으로서 집도 한채 없다는게 자괴감이 들때도 종종 있었다. 괜찮은 투자처들이 보이는데 투자하지 못해서 맘이 많이 아쉬웠다. 부의 추월차선 류의 책과 컨텐츠가 늘 사회를 도배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나도 좀 공부해야 하는게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주위를 보며 느끼는 것들: 성공과 아픔들, 그리고 한국사회의 집단고민
- 40대가 되어 서로 열심히 비교하고 아둥바둥 인스타그램하고 사는 서울살이를 해보니 이젠 진짜 크게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성공가도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미 물질적으로 충분한 부를 쌓은 사람도 종종 보이고, 커리어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져가며 자신의 무엇을 계속 만들어가는 사람도 보인다. 후배들 중에도 연락하기 부담스러워질만큼 성공한 사람들도 보이고. 한편으론 정말 상상치 못한 아픔을 겪는 모습들도 종종 보인다. 가정불화, 건강문제, 커리어문제, 돈문제 등.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도 더 많은 아픔이 있으리라. 성공하고 승승장구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때보다, 어려움에 처해있고 일이 맘대로 안풀리는 사람을 만날때 더 많은걸 느끼고 힘을 받을때도 많이 있다.
- 성공과 아픔들 가운데 공통되게 느껴지는 한국사회의 집단고민은 “나라의 미래” 에 대한 걱정이다. 마치 저물어가는 해,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는것 같은 걱정. 저출산이슈로 나라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미래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에 대한 걱정, 그리고 바뀌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지극히 비생산적인 교육시스템 (여기에 엄청난 부동산 버블과 상속세 등의 세금제도 등) 이런것들을 종합할때 한국사회에서 내 자식을 낳고 키우며 살게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여기저기 살아보면 한국만한곳도 정말 없단 말도 많이하는데, 이런 집단 고민과 위기의식, 그리고 각자도생하는듯한 사회분위기는 참 안타깝다. We really need to do something about it.
중년의 남성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하다
- 얼마전 크게 감동하면서 본 싱어게인의 노래이다. 내가 엄마이지만 여전히 엄마가 필요하단 백지영 심사위원의 말에 백지영 심사위원도, 노래한 이분도 말을 잊지 못한다.
- 그러면서 나도 생각한다. 아, 중년의 남성이자 가장인 나에게도 의지가 되는 아버지가 정말 필요하다. 강하고 성숙한 수컷으로 내가 계속 성장하고 성숙하고 자리매김해 나가는데 든든한 후원과 진심어리며 꼭 필요한 조언과 꼭 필요한 가르침을 전혀 아끼지 않는, 코치이자 카운셀러이자 감독이자 후견인같은 그런 존재.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생각만 해도 맘이 든든해지는 나의 최고의 백. 그 이름만 대면 안열리는 문도 열리는 그런 존재, 하지만 나의 성장과 홀로서기를 위해 꼭 필요할때만 개입할줄 아는 그런 존재. 내가 힘들때 의지가 되지만 내가 홀로설수 있도록 혹독한 도전과 시련에도 나를 던질줄 아는, 그런 지혜롭고 강인한 존재.
- 난 “인간들은 리더가 되고싶은척 하지만 실상은 강력한 리더가 나타나 자기를 이끌어주길 바라지”. 란 서울의봄 전두광의 멘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난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들은 다 각자의 몫을 하며 선하고 아름답게 살고 꽃피우기를 본능적으로 원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어렵고 우린 약하기에 늘 포기하고 주저앉고 삐뚤어지고 하는게 우리 삶이다. 우리에겐 무조건적인, 흔들리지 않는 지원과 믿음, 사랑이 필요하다. 그게 있을때 결국 우리모두는 저마다의 꽃을 피울것이다. ”
3부: 새해를 맞는 마음
나의 길을 최대한 정의하고 한걸음씩 나가보기
2024년 나의 가장 큰 키워드는 여전히 “일”이다. 감사하게도 가족들은 참 잘 지내고 있고 신앙공동체도 안정적으로 내 삶에 자리매김해 있기에 일적으로 더 나의 길을 가는데 마음이 많이 간다. 아래는 내가 정의한 내게 꼭 필요한 일의 요소들이다. 이걸 더 구체화하며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더 집중해 보려 다짐한다. 이건 조금더 기도하고 묵상하고 다음번에 더 자세히 써보고 싶다… 마지막 크리스마스파티때 우리 틴즈애들과 함께 부른 Every Praise를 마지막으로 2023년의 회고글을 마무리한다. (여기서 저 찾으면 밥삽니다 제가 =))
- 주위에 긍정의 선순환을 만들기. 가급적이면 depth를 동반한 value add를 만들어내기
- 생각을 정리하여 주위에 전달하고 그걸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이나 생각을 만들어내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와 백산님 모두 2023년 바쁘게 한해가 지나간 것 같습니다.
백산님께서 기재해주신 고찰들이 현실로 잘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어려운 상황들이 있지만,
마지막 부분에 Every Praise로 찬양하는 다음 세대의 모습을 보며
이 나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음을 봅니다.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4년 하나님 안에서 평안한 한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Happy New Year!
오 오랜만에 저도 현규님 글 보니 반갑네요! belated happy new year!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와 산님의 글을 보니까 참 좋습니다(제가 산님의 블로그를 안지도 어연 6년이 …) 아직 20대인 제가 산님의 글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가슴에 와닿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그러네요 🙂 하나님 안에서 더욱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랄게요!
오 수은님 오랜만에 너무 반갑네요…네네 수은님도요
산님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게 지금까지 세속적 직업으로 분류될순 없는 것 같지만, 그 부분을 더 깊이 파시면 언젠가 덕업일치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 전공, 프로젝트, 기술에 집중해서 박사가 되건, 교수가 되건, 전문가가 되건 하는데, 그들이 산님처럼 끊임없이 자기자신과 세상에 고민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들은 아닐 거 같거든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동기부여하고 이어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허브같은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너무 듣기 좋은 칭찬이네요. 꼭 제 정체성을 재발견한것 같은 기분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려요. this means a lot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