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탐색

요즘들어 진로고민이 너무나 된다. 마치 다시 취직하는 것처럼MBA는 직업세탁소라고 누가 그러던가한번 더 FA선수가 되어 option을 갖는 다는건 행복한 고민을 내게 준다. 
1. 나는 왜 행시를 봤을까
지난 일기장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본다 .

2005년 초 일기
진로선택에 있어 나의 제일 우선기준은
보람있는 일인가
한국을 위해.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전망있는 일인가

이런 기준에 제일 맞다고 생각되는
대한민국 경제관료가 하고 싶어서
행정고시를 보려고 했는데

얼마전 정부차원에서 내년부터 행시인원을 대폭축소한다는 발표를 했다.
올 여름부터는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데
이젠 정말 ‘미적미적’댈 틈이 없다.
대기업이냐 외국계냐 아니면 또 다른 길이 있는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고시를 안보겠다고 맘 먹으니 그 힘든 고시공부 안한다는 생각에 적이 안심이 되지만
그만큼 더 불확실성으 세계에 맨몸으로 승부하려면
뭔가를 만들어야지. 지금부터

2005년 중간 일기

어렸을 때는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고싶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때는 해탈이 하고 싶다가-_- 외국여행 다니면서 한국에 도움되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도, 아직은 나에게 가능성이 많이 있을 때 하고 싶은게 확실해 질 줄 알았는데

변화를 만드려면 지금뿐이라는 압박감에 끊임없이 선배들 만나고, 생각해보고, 책도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도 해보지만 되돌아오는건 단 하나 내가 진정 하고싶어하는 일이 뭐지.

생각해보면 선배를 만나  “이쪽 일 하면 좋아요?” 이렇게 질문하는 것 처럼 바보 같은게 없는데 늘 그렇게 묻고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컨설팅 업계에 들어가서 기업들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일을 배우는거? 투자은행이나 증권업계에 들어가서 재무관련 상품 만들고 팔고 돈벌고 수익창출하고 재무쪽 전문가? 그냥 산업체에 들어가서 밑에서부터 배워가며 차곡차곡 기초를 다져가는 정공법? 공부해서 한국은행이나 국정원 등의 시험, 준 공무원 처럼 살기? 외국 가서 공부하고 AICPA 나 CFA 등을 목표로 해서 Specialist 되기?

아직 단 하나도 확실히 아니라고 가지치기를 못할정도로 머리가 복잡한데…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장 하고싶은건 정부 일인데. 그게 가장 보람있고 재밌을 것 같은데 가장 나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 같은데 고리타분하고 전망없는 고시공부를 하자고 배수의 진을 치기엔 너무 배불러 진건 아닌지 

앞으로 2달안에 결정하자 일단 이번 방학까지, 열심히 놀고 사람만나고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가져야지…

Time to roll~

2005년 말 일기
꿈을 타협할 순 없는 거니까

미안할 것도

두려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의지는 용기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다시 자신감을 준다

정말정말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 내가 그토록 건너지 않으려 발버둥쳤던 다리를 건너는 거니

뒤돌아보지 않으리


2. 나는 왜 공직이 떠나고 싶은 걸까

1) 내가 잘할 자신이 없어서 

너무나 치열한 곳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첫번째 문제는 나의 edge가 전혀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나의 에지는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프레젠테이션, 팀웍, 적당히 말로하기, 영업, 네트워킹 이런거 같은데 여기서 필요로 하는건, 분석력, 희생정신, 무조건 시키는거 성실히 열심히하기, 빠른 눈치, 이런 것들이 더 큰듯

그만큼 모든걸 바칠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좋은 동료가 못되고 있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너무나 괴롭힌다. I just don’t belong here. 

2) 조직이 사람을 키워주지 못한다고 느껴서. Exit option, back up plan 부재

우리 조직만큼 exit plan이 없는 곳이 있을까. 그냥 섬같은 곳이다.
여기서 사람 하나하나는 asset으로 대접받기 힘들다. 오히려 squeeze되는 resource가 되기 쉽다. 

이유는 1-상사가 전권을 행사하는 인사제도- 윗사람한테 인정받지 못하면 핵심포스트 승진은 없다. 팀의 성과가 명확하지 않으니 팀 분위이기나 아래에서 윗사람을 크로스 첵 하기도 어렵다. 2-순환보직, 단기에 승부를 내야한다. 얼마나 이 일 할지 모르고 상사도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지금 주위에 어필할 성과가 필요하다. 3-어차피 밑에 직원이 힘들게 일해도 갈곳이 없다. 그리고 다들 착한 사람들이라 또 시키면 잘 하고 열심히 한다. 4-객관적으로 핵심 포스트가 몇개 없고 먹을 파이가 너무 적다. 이유인 즉슨 Resource, 파이가 부족한 상황에서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squeeze해도, 얘는 갈데가 없다. 

그러다보니 도저히 한명 한명의 개개인의 삶을 존중해줄 수가 없다. 좋지 못한 인기없는 상사가 되도. 정확히 낚시바늘 드리울 곳을 가르쳐 주면서 물고기 잡는게 아니라 그냥 호수를 다 파서 잡아오라고 애들 부리는 상사가 되어도 물고기만 잘 잡으면 위에서 이쁨받는다. 그렇다보니, 한사람 한사람의 경력개발과 삶은 뒷전이고, 항상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기 어렵다. 나만 해도 자리를 옮기고 내 후임자에게 제대로 인수인계조차 하지 않았다. 부끄러울 뿐이다 

3) 조직이 가진 resource의 한계 – 어떻게 일하는가 

공직의 role 은 정말 확실하다. 필요한 조직이다. 공정거래, 금융, 에너지, 총괄조정, 세금, 국채, 예산, 외환 하나하나 꼭 공직의 role 이 있고,
어떤 role들은 민간에선 죽었다 깨나도 못할. rule setter 라는건 참 매력적이다

문제는 일하는 방식이다
경제기획하는 strategy를 짜다보면 외국의 best practice를 찾아야 할 때도 많고, 갖은 통계치부터 그래프그리는거나 잔손 가는게 너무 많다McKinsey같은 global firm 은 파워포인트, 단순 통계나 데이터 검색, 같은 것들에 대해 축적된 DB, 외국 인력과의 빠른 연결, 필요시 돈 팍팍써서 outsourcing하고 컨퍼런스 콜 하고 이런게 아주 잘되어 있지만 난내가 다 해야했다. quality의 차이가 클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도 잡다한 찌라시와 잡무가 얼마나 많은지 과거에는 정부가 핵심 정보를 쥐고 있었고, 용역이나 회의로 민간을 lead 했다면, 이제 남은건 똑똑한 사람뿐이지, 하드웨어는 갈수록 frontier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거다. 내부 Knowledge Management 개혁이 절대적이다. 

4) 즐길 수 없다는 것

정말 돈을 벌지 못한다. 그렇다고 시간이 있는것도 아니다. 공간의 제약도 정말 크다. 혼자 섬같은 과천에 있다. 세종시에 가면 서울에서 약속잡는 것은 꿈도 못꾼다. 나만 혼자 섬같은데 떨어져서, 친구들과 자연스레 점심저녁 먹을수도 없고 어딜가나 공무원이라서 욕먹고 돈낼때마다 움츠러들고 자연스레 모임도 안가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생활하기가 너무나 열악하다. 골프같은건 꿈도 못꾸고. 그런것도 다 어느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나보다 자꾸만 사회와 단절되어 간다는 느낌, 즐기지 못하고 산다는것. 망가져가는 몸. 이것도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

3. 공직이 가진 장점

너무 내 직장에 대한 불만만을 늘어놓았지만 참 좋은게 많은 직업이기도 하다. 

1) 개인 후생과 마음의 안정

돈은 정말 조금번다. 평생 벌어봤자 연봉 1억달기는 하늘에 별따기. 
그래도 아주 잘하면 갈 수있는 국비유학제도가 있고 유학휴직, 육아휴직, 동반휴직, 등등 휴직제도도 잘돼있다죽어도 안짤리고 외국 파견가면 체재비와 자식 교육비가 나오고 애들이 영어도 잘한다. 거기다 아주 잘하면 은퇴하고 몇년씩 감사로 갈 수도 있고 돈도 좀더 벌 수 있다공무원 연금 빵빵한거 까지 생각하면

2) 일의 성격 – What 은 최고

사기업에서 돈벌기 위해 맨날 주식차트보거나 매일같이 술먹으며 영업뛰거나, 말도안되게 엑셀 스프레드 시트만 보거나,
클라이언트한테 잘보일려고 영혼이 없는거 처럼 불림 당하거나 치사하고 더러운일 안한다

내가 했던 일들, 하는 일들은 나쁜  일들은 아니다 적어도. 어떨때는 국가적으로 매우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일이 많고, 잘하기가 매우 어렵도록 하드웨어가 안되어 있어 그렇지 한국 보건의료 현황 및 개혁방안, 독과점시장 현황 및 개선방안 같은 중장기 페이퍼를 정말 열심히 고민하면서 썼고 그런걸 쓰도록 훈련받았다. 그대로만 되면 나라가 몇배는 좋아질 것 같았다. 

3) 사람 – 너무 똑똑하고 착하기만 한 사람들

이건 우리부는 확실히 자신있다
정말 정말 똑똑하고 나보다 훨씬 덜 뺀질뺀질하고, 착하고, 희생정신 강하고, 성실하고 가끔은 혀을 내두를 정도로 멋진 사람들과 일했다. 답안나오는 상사들도 그리 많지 않고 많은걸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목차잡아가면서 글 팍팍 쓰는 것도 다 기재부에서 배운 생각정리해 글 쓰는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4.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지난 기간에 후회는 없다의료산업, 경제정책 종합, 세계경제(미국 유럽) 거시경제 돌아가는거, 물가정책, OECD 관련업무, 한국경제의 크고 작은 문제들 할거 없이 공부도 많이했다. 생각을 정리하는 법도 배웠고 이젠 어딜가도 행복할 수 있을만큼, 일도 많이하고 돈도 조금벌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다. ㅎㅎ 무엇보다 정말 소름끼칠만큼 똑똑하고 멋지고 희생정신 강하고 착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고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인정받지 못한다는거,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거 같다는건 참 큰 스트레스였나보다. 이상한 안좋은 습관까지 붙으면서 (불평불만, 군것질, 주위에 폐끼치기), 여유도 없어지고 몸과 마음에 군더더기가 너무 붙었다. 
이제는 잠시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고 다음을 준비하고 싶다. 다시한번 눈에서 에너지가 나올 수 있는 가슴이 뛰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군더더기를 줄여나가 보자 
Almost there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5 comments

  1. Pingback: Career에 대한 생각(2012년 가을) « San's playground

  2. parksangchan

    좋은 글 감사합니다. 22살 전역을 앞둔 군인인 저로써도 미래에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참 걱정이 됩니다. 전공도 경영학과라 길이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말로 하면 다양한 길이 열려있다는 뜻이니까…백산님(선임님? 저도 카투사입니다;;;단결!) 도 늦은(?) 나이까지 진로고민하는 거 보고 아직 많이 경험해봐야겠다고 또 한번 깨닫고 갑니다!!!!

  3.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신 것이 느껴집니다.
    저도 특기가 고민하기 인데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잘 고민하는 법! ㅎ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 하하 감사합니다. 고민하기가 특기라고는 생각 안해봤는데 그럴수도 있겠네요. 잘 고민하는 법은 모르겠고 평생 고민할 자신은 좀 있는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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