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2012…Merry Christmas

간만에 단상, 일기성 글을 하나 쓰고 싶다. 연말이고 새로움과 따스함이 가득하지만 한국의 왁자지껄한 송년회와 가족/친구들이 한편으론 너무너무 그립다. 관계, 공감, 소통이 목마른가 보다. 객관적이고 실용적이고 퍼나르기 쉬운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이 공간을 아직은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더 소수의 분들께 다가가더라도, 더 깊이 있게 더 emotion 과 함께, 그냥 있는 그대로 다가가고 싶다.

2012년이 다 갔다. 다른 어떤 한해 보다도 삶과 의미에 대해 고민해봤던, 다른 어떤 해 보다도 정말 많은 경험과 부대낌을 겪었던 한해로 기억한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살게하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참 만만치 않다. 올해 주요 사건들

  • 미국 취업 도전, 십전팔기끝에 실리콘밸리 스타텁에서 인턴
  • StartWave, Asian Leadership Academy, 블로그 글쓰기, StartX 등등 일 엄청 벌이기
  • GSB의 가장 큰 Show 에서 MBA생 친구들로 부터 깜짝 비디오 선물 받기
  • 엄마, 아빠, 형이랑 우리 가족에 대해 돌아보고 이야기해보고 상처 끄집어내고 다시 덮고 울고 웃으며 보듬기
  • MBA친구들에게 내 인생 이야기하기
  • 인도/남아공/아이슬란드/싱가폴/대만/멕시코 그리고 soon 칠레 여행
  • 점차 Faith 쌓아가기. 기도와 감사를 조금씩 더 생활화하기
  • 결혼할때 주례 부탁드리고 싶은 Joel Peterson 교수님 만나기 (주례선생님을 먼저 만나다니 준비가 완벽하다 진짜 =))
  • 미국 친구들이랑 시시껄렁한 농담하고 서로 설거지 미뤄가면서 그래도 룸메이트로 살기
  • 나보다 7살 어린 보스(?) 랑 같이 일해보기
  •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더 바라고 무절제와 나약함으로 또 무너지고 일어서기 반복하기

그리고 멕시코에서 칠레로 넘어가기 직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영누나의 이 책, 김수영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를 한달음에 읽었다. (위 링크는 리디북스 E Book 링크다.)

참 감동적이다. 이렇게 영감을 주는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그럴 때마다 가슴이 참 따뜻해지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 그건 참 너무 좋다. 누나는 정말 힘든 환경에서 많은걸 극복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365개의 꿈에 대한 나열식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스토리가 있고 특히나 작가 스스로의 사랑 이야기, 과거 이야기가 너무나 진솔하게 묻어나와서 정말 좋다. 나도 MBA친구들의 삶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있는데 나중에 이런 식으로 엮어 볼지 고민해 봐야겠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자꾸 이렇게 Inspiration, Meaning, Social Impact 같은 것들이 좋아질수록 소위 말하는 Balance 를 잃지는 않을까 고민도 든다. 평범하고 좋은 가정/돈/직장/남들보기 번듯한 삶/ 뭐 이런, 어떻게 보면 너무 세속적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너무나 중요한 것들. 전에도 썼지만 Meaning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결국 나도 너무도 작고 나약하고 세속적인 사람이란것, 그걸 부정하고 싶어서 더 강해지려고 채찍질도 해보고 노력도 해봤지만 도무지 부정할 수가 없다. 세상에 의미있는 일이 너무 많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데,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그걸 다 하기에는 가끔은 어깨가 너무 무겁다. 그리고 더 강하고 더 겸손하고 더 차분하고 더 아름답지 못한 스스로의 나약함이 많이 힘들기도 하다. 난 보통 스스로를 스팀팩 맞은 마린처럼 Full energy로 계속 풀가동할 것으로 가정하고 계획을 짠다. 그리고 그게 안되서 그냥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낼 때, 계획대로 일들을 못해낼 때 참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마음편히 즐기는 게 요새는 가끔은 죄책감이 들기도 하다. 내 도움을 바라며 이메일을 보낸 사람들에게 답 안하고 친구들이랑 술먹으며 히히덕 거릴 때면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다. 결국 균형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걸 안다. 내가 나 다울 수 있는 중용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느낀다. 아래는 나를 눈물짓게 했던 내 베프가 오늘 해준 말들.

meaning도 좋지만 행복하려면 밸런스가 중요하지 않겠냐. 난 너의 그 충만한 에너지와 능력이 언젠가 알아서 니 삶의 밸런스를 찾아주리라 믿긴 한다만, 너 역시 가족, 커리어, 사람들과의 교류, 의지할 수 있는 이성, 돈, 명예 등등등등 모든 것의 밸런스를 찾아 하루 빨리 니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마음의 평온을 찾길 바랄 뿐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든 넌 결국 이겨낼거야 지금은 니 눈에 니가 가야 하는 길 밖에 안 보이니까, 그리고 워낙에 니가 니 목표를 추구 할 때 다방면으로 전투적인 인간이라 한쪽으로 치우쳐진 삶을 추구하고 알게 모르게 틀어진 것들이 많이 있겠다만,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인간이면 시간이 지나고 모두 회복 할 수 있지 않겠냐. 특히나 너라면 니 스스로 맘에 안 드는 너의 스트레스와 습관도 극복 할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요새 하나 느끼는 게 내가 얼마나 뼛속까지 한국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멕시코에서도 느꼈고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면서, 또 세계 각지를 다녀보면서 점점 더 절실히 느낀다. 전진과 성취 없이는 의미와 행복도 없고 공허하다. 그냥 하쿠나 마타타로 데낄라 마시고 즐기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기에는 내 DNA가 그걸 거부하는거 같다. 그래 개미는 개미답게 살아야지 갑자기 어떻게 베짱이가 되냐.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다. 점점 더 읽기/쓰기가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세계를 누비자 – embracing the world 라는 주제로 글을 좀 써 봐야 겠다. MBA에서 만난 세계 각지의 친구들 분석, 나와 세계 Reflection series, 멕시코/인도/싱가폴 등등 국가 심층취재. 이거야 원 벌려놨던 거 모두 마무리하지도 않고 맨날 새로 일만 벌리니 내가 생각해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평생 이러고 살려나 보다.
 
글을 쓰다보니, 그리고 연말 감상을 적다보니 상당히 드라마틱해 졌지만 혹시나 걱정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말은 이렇게해도 맨날 나답게 웃고 떠들고 까불어 가며 잘 살고 있다. MBA에서나 StartX서나 어디서나 기본적으로 내 캐릭터는 밝고 적극적인 촐랑이다. 감사와 긍정의 마음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어서 정말 좋다. 그건 그렇고 이제 내년이면 만으로도 온전히 서른이다. 내가 참 존경하는 블루런벤처스의 윤관 대표님이 얼마전에 해주신 말이 있다.
 
 
난 나의 커리어 설계를 함에 있어서 10년마다 Theme를 가져보려 했어. 20대는 무조건 경험. 정말 다양한 일을 해보겠다. (그래서 대표님은 전세계를 다니며 수많은 국가에서 일도 해보셨다.) 30대는 Professional Life의 기반 다지기, 즉 어느 분야에서 전문성과 네트웍 꾸준히 쌓아가기. (지금 벤처캐피털에서 십수년째 하고 계신다.) 40대는 30대에 쌓은 기반을 바탕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기. 50대는 Professional Life의 정점 찍기, 60대에 Social Project 시작하고 Next Young generation 에 투자하기, 70대에 Philanthropic arm 만들기, 이런식으로 난 평생 일할거야.
 
 
나의 30대의 Theme은 무엇이 될까. 난 어디서 살면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Where/Who/How/What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데 Why라는 게 또 참 근간이 되는 신기한 질문이다. 왜. 행복하려고? 봉사하려고? 성공하려고? 하나님의 아들로 살려고? Nirvana를 찾으려고? 계속 던져볼 질문이다. 어디서 무얼하든 나답게, 한국인 답게, 스탠포드 학생답게, 열심히 살면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주위와 따뜻하고 재밌는 일 많이 만들어 보기를 기원한다. 더 열정적이고 단순하고 소박하고 겸손하고 따뜻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to everyone~
아이슬란드의 눈속에서

아이슬란드의 눈속에서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19 comments

  1. 주장호

    형 오랜만이에요.
    워낙 글 읽고쓰는거에 약한터라 형의글을 끝까지 못읽을때도 있지만, 자주는 들락날락 하죠ㅎ
    ‘먼저만나뵌주례선생님’에서 살짝 빵 터짐.
    저도 요즘은 제일의 관심사가 퓨쳐와이프 인데
    이게 좀처럼 마음데로 안되군요^^
    그럼, 메리크리스마스!

    • ㅋㅋ그래…장호야. 오랜만이다. 딴거보다 요새 엉아 갑빠 각이 없어져가는게 가장 슬프다. 다시한번 간지좀 살려야겠다.

  2.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

  3. 산이형~ 형 글보면서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4. 산이형~ 형 글보면서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5. HY

    올해 이 블로그를 알게 된게 큰 수확중에 하나예요 ^^ 내년에도 많이 배우고 자극받고 가겠습니다~ 즐거운 연말되시고 새해복도 많이받으세요!

  6. Kicheol Park

    백산씨, 글은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 팬입니다. 잘 읽었고,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7. VZ

    저는 다른 글보다도 이 글이 favorite이예요~ㅎㅎ 읽는데 마음이 편해요.

  8. inyoung lim

    산! 나 인영 ㅋㅋ 알려나!! 멋지구나. 예전에도 늘 힘이 넘치고 멋졌지! 가끔 들여다 보다가 첨 댓글 남기네! 나도 요 글이 좋다. 다소 늦었지만, Happy New Year!

    • 히야 누나… 누나가 여길 다와보다니 영광인걸요 ㅋ 잘지내요? 보고싶다. 애 나았어? 행복해? 해피뉴이어… 안부전해줘요. 이메일 주소나 페북가르쳐 주든지… -0-

      • inyoung lim

        ㅋㅋㅋ 애 낳았고 잘지내고 행복하지 ㅋㅋㅋ. 이멜주소가 요 밑에 쓰는데 안보이나? 페북은 어케 알려주는지 모르겠다 이멜 주소 h2hikari@gmail.com이야. 요즘 난독증 걸린 아줌마라 글을 전부 다 읽었다고는 못하지만 가끔 읽고 열심히 살아야지, 자극 받고 가 ^^ 올해도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길~

        • ㅎㅎ그래 누나 나중에 이메일 하나 보낼게. 난독증걸린 아줌마라 너무 웃긴데 ㅋㅋ 옛날생각나네 오랜만에 누나랑 연락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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