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적응기3- MBA시작전 다녀온 Trip들

* 아래 글 읽기에 앞서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부디 공지사항 에 있는 글들을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고, 제게 연락주시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은지 제 생각 정리해 봤습니다.

Admit weekend 에서 받은 충격으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왔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없는 업무와 일상속에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어느덧 여름이 다가왔다. 이번 MBA에 한국사람은 나 혼자뿐이라는 사실도 알게됐고, 영어도 잘 못하고 외국생활도 안해봤고 했던 일도 너무 다르고… 왕따 안당하려면 부지런히 친구를 사귀어야 겠다는 위기의식(?)과 정말 어렵게 잡은 이 기회를 가장 멋지게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MBA시작 전에 학우들끼리 가는 모든 pre trip에 참여하겠다는 작전을 짰다.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게 있어서 전부 참여한다는건 불가능했지만 그럴때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트립을 선택했다.)

1. Argentina – Columbia trip

콜롬비아에서 미국친구들과 유치한 술게임을 마치고

콜롬비아에서 미국친구들과 유치한 술게임을 마치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여행 자체는 좋았지만 상당히 스트레스 받았다. Admit weekend의 연장선상 이었다. 난 대화에 잘 끼지 못했고 알게모르게 소외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저녁을 먹는데 내 옆에 애가 잠깐 나랑 대화를 시도하다가 별로 할말이 없는걸 깨닫고 자기 옆에 애랑 이야기하고 모두가 2~3 짝지어서 이야기하는데 나만 중간에 혼자 남는다든지. 또 애들이 전반적으로 나보다 한두살은 적은 만 26~7살이었고 노는 것도 서로 술자랑을 해가며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꼭 대학교 처음 들어가서 서로 누가 더 잘났는지 눈치싸움을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해변가에서 음악틀고 술먹고 노는 것도,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에 가는 것도, 그다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했다.

2. Road trip

저도 끼워주세요!

저도 끼워주세요!

약 보름간의 남미 여행을 마치고 난 스탠포드로 막 도착했다. 개강이 약 2주남짓 남은 상황에서 내게는 두가지 초이스가 있었다. 하나는 스탠포드에 나와서 운전면허도 따고 은행계좌도 트고 착실히 준비를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뉴욕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뉴욕에서 여기까지 자동차 타고 운전해서 오는 Road trip crew에 조인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로드트립에 갈 생각이었지만 아르헨티나/콜롬비아 트립에서 받은 충격에 또 그럴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특히나 이번 친구들은 미국인들 중에서도 뉴욕 월가에 있었던 친구들 중심으로 더더욱이 inner circle이고 나와 공통점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친구들이었다. 내가 스탠포드에서 만난 외국출신 친구들도 그냥 그곳에 머물면서 좀 차분히 시간을 보내기를 추천했다. 그러나 혹시라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언제 또 미국 자동차 횡단을 해볼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난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에서 접한 충격적인 소식은 뉴욕에서 출발하는 차에는 내가 탈 공간이 없고 세인트 루이스 (St. Louise) 에 가야 자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뉴욕에서 며칠 머물면서 친구들을 만나다가 세인트루이스로 비행기타고 날라가서 애들을 만났다.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세인트루이스 근교의 말도안되게 큰 집에 가서 풀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야구경기를 VIP석에서 관람하고 그 집으로 돌아가 술을 한잔 더하며 거짓말같은 하루를 보냈다. 정말 내 MBA동기 중에는 거짓말같은 부자들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너무나 편안하고 마음까지 착해서 이집에 양자로 입양(?) 되는 소기의 성과(?) 도 거두었다. 언제든 방문하란다. 하하. 참 Mid West, 미국의 중부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이쪽 동네 사람들이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하다는걸 느꼈다. 서부, 동부와는 또 다른 느낌의 정말 선진시민, 어른의 편안함 같은 그런 따스함이었다.

1) 에피소드 1 – 나를 도전하게 만들어준 패트릭의 진심

콧수염이 멋진 진정한 남자 패트릭

콧수염이 멋진 진정한 남자 패트릭

예상했던 것과 같이 첫날부터 나는 고전했다. 애들끼리는 이미 같은 직장에서 일했거나 여행을 같이 다녔거나 해서 대부분 친한 사이었다. 낮에는 그나마 같이 할게 있어서 괜찮았지만 밤에는 술먹고 재밌는 얘기하고 노는 거라 나는 금세 살짝 따가 됐고 흥미를 잃었다. 하릴없이 인터넷을 하려고 컴퓨터를 키고 있었는데 이놈 패트릭이 갑자기 불쑥 콧수염을 들이밀었다.

“산, 뭐해? 같이 맥주한잔 하자. 왜 혼자있어?”

“아 나 괜찮아. 가봤자 할말도 별로 없어서. 그냥 나 할거좀 할게.”

“San, I’m not okay with that. WHAT CAN I DO TO FIX THIS SITUATION? HOW CAN WE MAKE YOU MORE FUN? HOW CAN WE HANG OUT?” 

어찌보면 별거 아닌 말이지만 난 이놈의 콧수염과 눈동자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런 애들과 함께라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난 그래서 되든 안되는 맥주한병 들고 낄낄거려 보기로 했다. 참 시간이 가도 이날 패트릭의 말은, 친절은 잊을 수가 없다.

2) 에피소드 2 – 게이가 어떤건지 모든걸 가르쳐줘

애들 한명한명과 적게는 4시간, 보통 8시간씩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기존의 겉돌던 대화와는 달리 집중해서 1대 1로 인생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훨씬 관계가 깊어지고 할 이야기도 많아졌다. 한 30분쯤 간단한 대화를 하다가 금방 “너 삶에 대해 이야기해줘.” 이런 식으로 대화가 넘어갔고 나중에는 각종 재밌는 이야기부터 별의별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다 해도 시간이 계속 있었다. 한번은 게이 친구랑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야, 내가 살면서 게이친구를 만난적이 한번도 없어서 하나도 몰라. 나중에 이상한 실수 안하게 니가 좀 가르쳐주면 안되겠찌? Hey XYZ, I have to tell you I haven’t met single real gay friend in my life. Would you help me understand what it likes to be a Gay so that I don’t make any cultural mistake in the future?”

이러자 이놈이 신나서 A-Z까지 모든걸 가르쳐 주겠다며 별 이야기를 다 해줬다. 자기가 어떻게 게이가 됐는지. 게이가 되서 좋은건 뭐고 나쁜건 뭔지. 게이들은 어떻게 서로 만나는지. 외국엘 가도 결혼안한 나이든 게이가 있어서 꼭 가족이나 동포처럼 편히 챙겨주고 한다는 것. 게이들 중에 여자역할 남자역할 양성역할 하는 사람이 있다는것. 게이들만 쓰는 App과 각종 언어가 있다는 것. 등등등.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참 흥미롭고 재밌었다.

게이 말고도 방글라데시 이민가정 이야기, 인디애나의 이혼가정에서 자란 이야기, 유태인으로서 엄격한 교육받은 이야기 등등 애들 한명한명의 인생을 깊숙히 알 수 있었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니 애들도 겉도는 이야기보다 이런 깊이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해 주더라. 그리고 그렇게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나자 훨씬 더 이야기가 깊이있어지고 서로 침묵의 공감대가 형성되서 같이 어울리기가 훨씬 편하더라.

3) 에피소드 3  – 미국 농담 별거 없더라.

텍사스에서 All you can eat Stake 를 먹고

텍사스에서 All you can eat Stake 를 먹고

여행이 끝으로 가까워 질수록 우리는 친해졌고 애들끼리 나에게 서로 농담 가르쳐주기 경쟁이 붙었다. 나는 어느새 인기인이 되어 있었다. 내가 하는 미국 농담 하나하나가 그렇게 재밌나 보다. 내가 느낀 건 미국 농담의 90%는 Sexual 농담이라는 것. “That’s what she said” 같은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되자 애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단체 채팅 카카오톡 같은 Group me 를 쓰면서 놀았는데 나중에 트립이 끝나고도 우리의 채팅은 한동안 계속됐고 나의 미국 적응 + 농담 적응 은 거의 얘들의 몫이었다. 나도 재미 붙어서 계속 재밌는 말들을 배우고 실수를 해가며 얘들에게 적당한 entertainment를 제공했다. MBA기간 중에는 아주 친하게 지내긴 어려운 파티 너무 좋아하는 미국애들이었지만 적어도 초반에 같이종종 만나고 이런 친구들로부터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었던건 두고두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미국을 한번 쭉 차타고 돌아본 것도 재밌었다. Mid west, Texas, New Mexico, Las Vegas, LA 지평선은 끝이 없고 모텔은 영화에서 보던 그런 것들이었고 흑인들도 많고 멕시칸도 많고 참 기회와 다양성의 땅이지만 그렇다고 성숙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있는건 아니구나를 확실히 느꼈다. 나는 이 나라에 얼마나 있게될까. 나는 어느 곳에서 살고 싶은가. New Mexico의 석양을 보면서 Country music 을 들으면서 카우보이 놀이 하면서 그렇게 나의 미국생활은 시작돼 가고 있었다.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4 comments

  1. 글들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솔직한 대화와 심도있는 고뇌가 느껴져서 항상 글이 기다려집니다. ^^

  2. 이새롬

    안녕하세요, 여기에 코멘트 실례 되는건 아니겠죠??^^ 백산씨 블로그 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ㅎㅎ 감동적인 글, 유용한 정보 많이 얻어가는데, 염치없이 다녀가기 죄송해요~ 이렇게 글 남겨요!!! 그럼이제 MBA 마지막 학기이신 건가요?? 화이팅!! 하시구, 계쏙 좋은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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