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반기를 풍성하게 가꿔준 책들

* 아래 글 읽기에 앞서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부디 공지사항 에 있는 글들을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고 제게 연락주시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은지 제 생각 정리해 봤습니다.

그간 쓰고싶은 글이 참 많았는데 도저히 시간을 낼수가 없었다. 연말을 맞아서 동네에 오픈한 카페에 왔다. 올 하반기,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 기억에 남는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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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ption B


그 유명한 Facebook COO 샌드버그가 남편을 읽고 쓴 책이다. Option A 가 없을때, 우리는 어떻게 상실과 아픔의 순간에 대처해야 할지 본인의 생생한 경험담을 쓴다. 이분의 리더십이 상상이 될 정도로 책은 진솔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아픔을 겪는 겪은 그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 Hillbilly elegy

미국 백인 블루컬러 이야기. 힐빌리(hillbilly)라는 말은 미국 중남부 지역 애팔래치아 산맥을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에서 살아가는 백인 노동자 계층을 비하하는 말로 책 제목은 미국의 백인 노동자 계층이 부르는 슬픈 노래란 뜻이다. 정말 말도안되는 환경에서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 작가가 본인의 삶을 담담하게 기술하는데 전에 Unashamed 를 읽었을때 느낀것 만큼이나 삶이 정말 스펙터클했다. 어머니는 무직에 마약중독에 미혼모에 7년동안 7명의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계속 남자를 바꾸고 인생 밑바닥을 산다.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이 마약이나 범죄에 연루되어 있고 비만에 허덕히며 희망없이 산다. 이런 환경에서 그를 바꾼건 해병대의 경험이다. 노력으로 결과를 만드는 경험을 하고난 그는 바뀐다. 그리고 예일대 로스쿨까지 가게 된다. 이 글을 쓸때의 작가는 나와 거의 나이가 비슷한것으로 보인다. 결혼하고도 성장과정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여전히 씨름하고 있는 작가에게 많은 동지의식을 느끼고 가슴어린 응원을 보내고 싶다. 삶이 얼마나 힘들고 다채로울 수 있는지, 그러나 인간은 또 얼마나 한편으로는 약하고 한편으로는 끈질기게 강한지. 구덩이에 빠진것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건 무엇인지, 그리고 헤어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과거는 또 얼마나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는지. 삶이 단조롭다고 느껴질때 다시한번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3. Hit Refresh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CEO의 자서전. 인도에서 온 이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혼을 어떻게 다시 살렸는지, 작가는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다는 이 제목의 책에서 어떤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어떤 노력들을 기울였는지 상세히 기술한다. 그가 새 대표가 되었을때 MS는 위기상황이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들에 실적에서 밀리는 것 이상이나 이미 MS는 한물 갔다고, 더이상 테크를 선도하지 않고 이제는 ‘지는별’ 이라는 인식이 회사 안에나 밖에 가득했다. 모바일에서 iOS의 애플과 Android의 구글에 이어 MS의 OS를 넣은 Window 폰을 모바일의 제 3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시킨다는 목표로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 NOKIA 인수도 막 마무리될 단계였다. 그는 천재 창업자 빌 게이츠나 카리스마 리더 스티브 발머도 아닌, 인도 출신의 이민자였다. 그러나 그 어떤 리더도 선뜻 못해낸 한 거대한 조직의 문화와 정신을 새롭게 고취시키고, 그를 바탕으로 결과까지 만들어내는 일을 그는 해낸다.

감명깊은 부분들이 참 많았는데, 연말에 매년 리더들 중심으로 각각 소관분야의 어젠더를 발표하고 서로 그것에 대해 비판하던 임원진 중심의 연말 전략수립 워크샵을 중간관리자까지 확대하여 다양한 중간관리자끼리 소규모 팀을 만들게 하고 상대의 의견을 비판하는게 아니라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적극 반영시키고 실무진의 동기부여를 적극 이끌어 냈던 일은 정말 멋있었다. 실제로 우리회사에서도 시도해봤는데 결과는 대 성공 이었다. 삼성/애플/구글과의 주요 협상에 있어서 (애플폰/태블릿/삼성폰에 MS Office를 넣는다든지, 구글닥이 더 성공할 수 있도록 MS Office를 오픈한다든지 등등) 상생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Empathy)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한 자세도 인상깊었다. MS의 Bing과 Office 팀 간에 정보공유가 전혀 되지 않았던 문제를 해소한 것도, 서버 그룹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시켜낸 것도 정말 멋있었다. 이런 리더십의 바탕에는 깊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Empathy)가 있는것이 아니었을까. 참고로 그의 아들은 자폐아이다. 미국땅의 이민자로서 자폐아를 둔 이 아빠가 MS에서 거둔 성공과 리더십에 진심으로 경이어린 박수를 보낸다.

4. 신현확의 증언

신현확과 박정희…1976년

신현확…1959년 최연소 39세의 나이에 부흥부 장관, 박정희 대통령때 복지부 장관으로 대한민국의료보험제 도입, 전두환의 신군부 쿠테타와 전복을 최대한 막으려 했던 인물, 나중에 삼성가에 기여하기 까지…정말 울고 웃으며 손에 땀을 쥐며 한달음에 읽은 책이다. 내게 있어서 이 책이 더 특별했던 건 1) 내가 저자를 개인적으로 안다는 것 2) 저자와 신현확 고 총리 모두 내가 몸담았던 경제기획원/재무부에서 일했다는 것 3) 그리고 최근에 내게 가장 관심있는 주제인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의 이야기라는 것 등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나라에 기반시설과 세수라곤 거의 없던 시절, 어떻게 경제정책을 짰는가. 미국과의 협상 (원조를 농수산품을 사야하는 자금으로 받는지 아니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자금으로 받는지)와 관련된 줄다리기, 상대방을 앞박하기 위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다개년 경제개발계획,  4.19 이후 재판과정에서 당당하게 책임을 받겠다고 사형을 언도해 달라고 그러나 내가 하지 않았던 것을 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 기개. 박정희 대통령과도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권력을 쥔 전두환에게 호통치고 이병철 회장과 수많은 인연을 맺은 저자의 파란만장한 삶. 그래 이래서 고시도 보고 경제관료 꿈도 꿨었더랬지. 이런 사람이 있어서 이런 선배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우리나라가 있다는걸 절대 한순간 잊지 않고 싶다. 우리 시대에는 어떤 일들을 어떤 숙제들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야할지 도전과 숙제를 주는 이 분의 삶을 동시대를 사는 내 모든 지인께 자신있게 권한다.

5. The reason for God, 팀켈러


많은 사람들이 신앙은 이성이 아닌 맹목적인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종교는, 신앙은 조금씩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절대적인 하나의 진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경에 그렇게 오류가 많은데 진리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토록 악한데 하나님이 있다는걸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기독교가 진리라면 십자군 전쟁 등 기독교의 흑역사가 있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팀켈러는 자신있게 말한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다 답이 있다고. 그 누구도 하나님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이 시대가 신앙을 거부하는 7가지 주요 질문들에 대해서 일일이 대답을 단 후에 저자는 하나님이 있다는 것을 Reasoning 한다. 하나님이 있다는걸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건 모든 다른 믿음들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인간이 무릎 꿇을만한 변증은 어디에도 없다며 우리가 극작가를 소설안에서 찾을수는 없지만 소설인물을 통해 작가를 유추할수는 있다고 이야기한다. 태양을 직접볼수는 없지만 태양이 비추는 세상을 봄으로써 태양의 존재를 알고 느낀다. 그렇게 팀켈러는 하나님의 존재를 하나씩 이해시켜 준다. 정말 대단한 분이고 대단한 책이다. (최근에 Making sense of God 이란 관련책을 쓰셨다. 이것도 정말 좋다.) 따로 독후감을 써보고 싶지만 일단은 그 주요 목차만 아래 적어본다.

Reason for no god
1) 배타성 – 기독교에만 구원?
2) 악과 고통 – 하나님이 선하다면 왜 세상에 고통을 허락하는가?
3) 속박 – 기독교는 인간의 자유를 옥죈다
4) 기독교의 불의 – 교회의 수많은 죄들. 불의들
5) 심판 – 사랑의 하나님이 어떻게 인간을 지옥으로?
6) 과학과 기독교 – 과학은 기독교 신앙이 틀렸음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7) 성경 – 성경의 기적을 어떻게 곧이곧대로 믿는가?
Intermission – from skepticism to faith
Reason for god
1) 하나님의 존재를 암시하는 실마리들 – 만물에는 하나님의 실존을 가리키는 신의 지문이 있다
2) 하나님을 아는 지식 – 누구나 이미 하나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3) 죄된 본성 – 마음의 빈 공간은 하나님이 아니면 죄로 채워진다
4) 종교와 복음 –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복음이다
5) 십자가 –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예수다
6) 부활이 던지는 도전 – 예수님의 부활은 완벽한 검증을 거신 사실이다
7) 영원한 삶 – 우리를 위해 준비된 돌아갈 곳이 있다

6. Principles: Life and work, Ray Dalio

세계 최대 헷지펀드라는 브릿지워터 (Bridgewater) 의 창업자이자 오랜 대표였던 저자의 삶과 일의 원칙들에 대한 글이다. 가장 투명하고도 가장 합리적인 조직을 만드는데 (True Meritocracy: 직위나 사내 정치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되고 성과평가를 받는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의견이 채택될 수 있고 더 나은 결정들을 만든 사람이 평가받을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 모든걸 바친 저자의 혜안이 정말 정말 놀랍다. 위의 Ted talk 의 10~12 분 이쪽 잠깐만 보면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느낄 수 있으리라. 배우고 실천해보고 싶은 principle 이 너무나 많다. 여기에 Full list 가 있고 아래는 그중 몇가지다. 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책이다.

  • To get culture right, 1) 신뢰가 진실이다. (Trust in Truth) 2) 진실에 대해 두려워할게 전혀 없다는걸 인식하라 Realize that you have nothing to fear from truth.)  3) 모든것에 오픈마인드를 가져라. 극도로 투명하라. Be extremely open. Be radically transparent.

한가지 재미있었던 사실은 저자가 뼛속깊은 진화론자란 사실이었다. 저자는 TM(Transcendental Meditation)을 practice 하는 무신론자로 보이며 종교가 허구인 것에 대해서 뇌신경과학관련 논리도 꽤뚫고 있고 달라이 라마 같은 사람과 토론도 하고 한다. (Beyond Religion – 모든 종교가 결국 하나로 통한다 이런 류의 글일것 같은데 달라이 라마가 쓰고 저자가 강추한 책이다. 곧 읽어봐야겠다.) 크리스천들 중에 저자와 같은 시각과 이런 책들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 얼마나될까. 저자와 같은 삶을 보고 그 생각들에 대부분 동조하고 이런 책들을 읽고도 크리스천으로 남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난 이런게 참 재밌다.

7. 대한민국 대통령실록 

이 책은 한국근현대사를 집대성 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방대했다. 수많은 역사의 사실들이 잘 녹아 있었다. 저자 덕분에 우리 근현대사를 풍미했던 리더, 대통령 한명한명의 삶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과거의 수많은 일들도 다시한번 공부하고 알아갈 수 있게됐다. 항상 삼김, 삼김 (3 Kim) 했는데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이 사람들이 정치에 어떻게 등장했는지도 보고, 전에는 12.12, 5.16 그러면 군인이 쿠테타 일으켜서 하루아침에 모든게 뒤집어 졌다고 생각했는데 쿠테타에서 부터 정권 장악까지 어떻게 한단계씩 밟아갔는지도 보게됐다. SNS에 떠도는 얇고 넓은 ‘카더라’ 류의 지식에 질린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다만 저자의 시각이 나보다 상당히 좌 (left)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가 잘못했거나 문제있었던 부분은 대부분 지적되어 있다고 보이지만 뛰어난 부분들, 예를 들어 한국인으로서는 역사에 전무하게 미국 국회에 가서 연설을 하고, 맥아더와 친구관계가 있어서 한국전쟁때 바로 참전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영향을 행사하고 대통령 영부인을 비롯해서 미국사회 명사와 친분이 있거나 그분의 존경을 받고 때로는 미국이 극도로 꺼리는 반공포로 석방등의 일도 거침없이 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나와있지 않거나 작게 기술되어 있다고 느꼈다. 최근 역사에 대해서 광우병 파동 같은 것을 여전히 의혹이 다 해소되지 않았다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만 봐도 나와는 시각이 많이 다른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분의 노력과 이 글은 참 배울게 많은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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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San’s Book recommendation | San's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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