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앞선글 일로부터의 자유_1. 일로부터의 자유_2. 에 이은 세번째 글이다.
새해를 맞아 본격적인 리크루팅에 돌입
1월달에 CFO를 뽑으면서 사실상 1월 말쯤 나가는게 확정되었다. 마침 1월에 한국에서 일하면서 이사람 저사람도 만나고 본격적으로 몇가지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크게 생각해본것들은 다음의 옵션이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다른 시리즈에 자세히 할 예정이어서 아래는 간략하게만 적어본다. (커리어에 대한 내 현실적인 접근들은 브런치에 지금까지 조금 적어봤다.)
- 창업을 할 것인가?
- VC에 갈 수 있을까?
- 일본/아시아에 갈 것인가?
- 퍼블릭회사 – 더 늦기전에 갈 수 있을까?
- 비상장회사(Private company) – 스타트업에 또 갈것인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 PHD – 박사를 해보는건 어떨까?
정말 다양한 사람 만나서 조언을 들었고 이런 글도 썼다. 글에도 썼지만 뭐 하나 틀린 말이 없었고 뭐 하나 버릴게 없었다. 집중하고 싶었지만 집중하는건 쉽지 않았다. 내 성격이 이것저것 다 시도해봐야 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고, 내 경력도 워낙에 아직 오픈 엔드이다보니 하나가 더 다른것보다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수도 없어서, 선택지를 좁히는건 정말 힘들었다.
객관적으로 볼때, 난 아예 한국에 와서든 미국에서든 한국계 회사를 가거나, 한국계 VC를 가거나, 아니면 외국계 기업 중에는 초기단계(early stage) 스타트업에 조인할 수 있는 경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연락들이 주로 왔다. 하지만 한국계를 가는건 배제하고 싶었다. 아직은 한국 밖에서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어찌보면 딸깍발이 같은 묘한 고집이 있었다 (이건 아직도 잘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 초기단계(too early stage) 는 가지 않겠다는 마음이있었다. 다시한번 개별기업 리스크(Single company risk) 를 또 질 자신이 없었다. 모아둔 돈도 없었고, 내 경력도 너무 일관성도 없고 구직 시장에서 바로 셀링할 부분이 부족해서 (leveraging 할게 없어서) 이제는 좀더 안정적으로, 좀더 분야의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현실적으로 빌덥해가고 싶었다.
감정의 널뛰기 속에서 번민하다
1, 2월은 참 쉽지 않았다. 어떤주는 너무나 기분이 좋다가, 어떤 주는 너무 우울해졌다. 기분의 업 다운이 너무 심했다. 너무 생각이 정리가 안되고 감정이 컨트롤이 안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 난 왜 또 이러고 있나. 내 삶은 언제쯤 좀 탄탄하게, 안정적으로 가게 되려나. 아니 완전히 모든게 잘풀리는 커리어는 아닐지라도, 이미 고시라는 큰 시행착오(?) 도 있었고, 미국 와서도 몇번이나 job을 찾아서 헤맸는데 또 그걸 다시 하는건 아니지 않나. 바둑으로 따지면 내가 커리어에서 둔 수는 너무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고 연관성이 없어서 언제 어떻게 이들이 만나서 집을 이룰지 각이 안보였다. 다 각개겨파 당할것 같다는 걱정에, 왜 항상 제자리를 반복하는것 같은가 이런 번민들이 들었다. 다시는 이렇게 아쉬운 소리 하는 구직자가 되지 않으리라 이런 오기도 생겼다. 아래는 이시기에 쓴 일기들 중 일부이다.
190125: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와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이럴때는 진짜 journaling 이 필요하다. Grounded 되고 싶다.
190306: 정말 잘 버텨야 되는데 맘이 만만치 않구나. 주위에 도움요청하는게 지겹고 미안하고 민망하다. 내가 보낸 이메일을 보면 나도 안뽑을것 같다. XX형한테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는데 영 내가 읽으니 못봐주겠다. YY 같은 애한테는 아예 메일을 보내고 싶지가 않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게 이제는 진이 빠진다. 얼마 안됐는데 벌써 이렇게 지치는거냐 산아.
일본에 갈 것인가

이때 내가 취한 전략중 하나는 내가 따르고 존경하는 선배들한테 연락하기, 특히 VC 에 있는 분들에게 연락해서 포트폴리오 소개해달라고 하는 거였다. 그 중에 전에 만났던 Legend capital 의 박준성이란 분이 있었다. 전에 어웨어에서 중국 펀드레이징을 할 때, 사돈에 팔촌까지 다 동원해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VC 소개해달라고 해서 소개받았던 분이다. 그때 어렵게 시간내주셔서 우리 어웨어 출장단에게 맛있는 밥도 대접해주시고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고 펀드의 방향성과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셔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니 어떤 VC가 처음만나는, 아직 한참 갈길이 먼 스타트업한테 적극적으로 자기 펀드 철학을 설명하며 이렇게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베풀어줄 수 있는가. 알고보니, 우리뿐 아니라 다양한 주위 사람들에게 늘 많은 도움을 베풀고 사람한테 투자하는 분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누군가. 다년간에 걸친 낯 두꺼운 도움 요청하기로 단련이 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함에 있어서 프로가 아닌가. 그렇게 연락을 드리자 실리콘밸리 출장할때 만나주시고, 다양한 기회들을 소개해 주셨고, 1월달에도 한국으로 출장오셨을때 어려운 시간을 내주셨다. 아니 어려운 시간뿐 아니라 맛있는 밥도 사주시고, 저녁시간 한번을 통째로 나에게 내주시고 나의 진로를 같이 고민해줬다.
그날 나눈 자세한 대화와, 어떻게 일본에 가게 됐고, 무엇을 느꼈는지는 여기 브런치글 – 일본에 갈 것인가 와 일본에서 일한다는 것 에 자세히 적었다. 이 글에선 갈음하니 궁금하신 분은 위 링크에 가보시길. 짧게만 이야기하자면, 2월 중순에 그래서 난 다짜고짜 1주일간 일본에 갔고 (주위에서 다 이게 출장인지, 관광인지 물어보는데 딱히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정말 많은 미팅을 하고 많은걸 느끼고 왔다. 주요 느꼈던걸 소개하자면
- 일본에 오게 되면 분명 professionally 는 갈수록 기회가 많을것 같다. 글로벌 회사의 APAC GM같은걸 할수도 있고, 한국기업의 일본진출, 미국기업의 일본진출도 가능하다. 워낙 시장이 크다. 일본기업의 해외진출도 어쩌면 가능할수도 있다. Investment 쪽으로 할수도 있을것이다 일본 LP자금을 미국이나 한국에 투자하는.
- 미국 서부는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아는 사람도 정말 많고 출장오는 사람도 많고, 뭐가 계속 있는데 새로 다시 시작한다는게 스마트 한건진 모르겠다. 일본은 아는사람도 하나 없는데.
- 미국에서 이제 좀더 주류에 한번 들어가서 betting 해볼 수 있을것 같은 마당에. 이런기회는 미국 떠나면 다시는 안올것이다. 하지만 내가 꼭 구글/페이스북 초창기 멤버가 아니어도 좋다 그렇게 될 확률도 너무 적고. 비지니스/마켓은 오히려 아시아가 더 클 수 있다는게 재밌다.
- 글로벌 비지니스 기회는 미국이 최고다. (성문이형, 범준이형, 상원이형 등). 아시아 비지니스 기회는 일본에서도 많은것 같다.
- 삶의 질은 좋을것같다. 애들 교육 같은것만 괜찮으면. 민경이는 정말 어떻게 생각하려나? 애들한텐 뭐가 좋으려나?
- 영적으론, 공격도 많고 그만큼 더 진짜가 되고 더 풍성할수도 있다.
- 일본은 나라도 귀엽고 사람들도 귀엽다. 미국은 진짜 귀여운게 너무 없는데. 귀여운 민족과 나라에 좀더 나 자신을 걸어볼 것인가…
- 내가 걷는 길은 얼마나 사회적으로 후배들에게 더 의미가 있으려나.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직장인으로서, 또는 job market에서 나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자. 40이 되었을때 난 어떤 사람으로 있고 싶은가. 어떤 무기들을 갖춰갈 것인가. 나의 30대는 operating 에서 다양한 경험을 습득하는데. 이제는 스마트하게 next step을 준비할때이다. 나의 40대는 그걸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빠르게 성장하는데 집중하고 싶다. 그럴려면 앞으로 4~5년, 더 많은, 더 집중적으로, 나의 무기를 만들어 간다. 이런 전략을 세우고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아래 일본으로 가면서, 그리고 일본에서 다녀올때 쓴 기도문을 바탕으로 세번째 글을 마무리한다.
일본에 가면서 드리는 기도
일본에 가면서 드리는 기도하나님 감사합니다. 평화와 기쁨, sense of control, 주위에 좋은 사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나름의 struggle 에 mission 과 의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진것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best shot을 try 할 수 있게하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regardless of the outcome, you helped me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my heart. Please continue to help me reorient my heart. I need a lot of those.
어떤 만남들이, 어떤 생각들이 있을지 다 알지 못하고 일본에 갑니다. 일본을 갈 확률보다는 가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하지만 이 만남들을 언젠가 connect the dots 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앉고 갑니다.
최근에 주님과의 교제나 Intimacy가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말씀은 주로 듣고, 기도에 얼마나 힘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lust 도 전혀 아직 자유롭지 않지만 제 삶에서 일하고 계신 주님을 느낍니다. 제가 감사한것들을 써봅니다.
– David, Jay 같은 사람들을 보내주신것 that I want to pour over my heart
-In the midst of job search, 다양한 clarity를 주시고 mission을 주신것 (이 모든걸 겪고 또 나눠서 다음 세대에게 쓸모가 되리라)
– Men’s group 가운데에서 일하고 계심을 보여주신것 – Hyun/Matt/Dan
– Family – 민경이와 현재 상황과 비전에 대한 important communication 을 하고 아내를 안심시킬 수 있었던것. 아내가 울었던것.
Give me the clarity, vision, mission, work, people, and necessary finance. Make me repent and surrender. Make me sensitive to your guidance – 하나님이 이 기도에 대부분 응답해주시고 계심을 느낍니다.
말씀으로 조금더 교제하고 싶음을 느낍니다. 잠언, 시편, 마가복음, 출애굽기, 주님의 음성과 더 깊이있게 교제하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주님께 기도드리는 것들을 적어봅니다.
1. 가슴뛰는 일자리를 찾아서 최선을 다해 일해보기. I want to level up.
2. 나랑 맞는 사람, 내 기준의 효율성 에서 나아가서, 사람들과 진짜 connect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숙함을 기르기를
3. 민경이에게 주님을 닮은 사랑을 주는 남편이 되기를
4. 아이들에게 주님을 닮은 사랑과 보살핌을 주는 아빠가 되기를
5. David, Jay, men’s group을 통한 outreach 가 계속되기를
6. 내가 쓰는 글과 책을 통해 주님의 향기가 전해지기를. Lust에 대한 글도 쓸 수 있기를.
6. 범준이형과 Awair 식구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행복하고 기쁘기를, 무언가 계속 만들어 가기를
7. 목장식구들, 교회가 계속 주님 안에서 build up 되기를. 이들이 살아나기를. 진짜 주님이 만든 모습으로
8. 계속 스스로 성결할 수 있기를. 기쁨과 감사와 평안 가운데 거하기를. 주님의 임재를 느껴가기를
일본에 다녀오면서 드리는 기도
주님,
많은 생각과 마음이 오갑니다. 일본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일단 끝나가네요.
– 죄송/민망 – for the sin I committed. 이게 진짜 영적인 공격이었던건가요. 귀신인가요. 제가 그냥 의지가 약한건가요. 주님 다시한번 힘을 주세요. 주님과 더 가깝고 싶습니다.
– 감사 – 예배때 주신 마음들 은혜들, 잊을수가 없습니다.
– 간구 – 주님, 불안한 마음을 달랠길이 없습니다. 참 쉽지 않네요. 제가 마음과 성을 다해 일하고 살아갈 곳은 어디일가요. 어떤 직장일까요…제가 David B 나, Atsushi 같은 친구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요. 저부터 어떻게 살고 어떤 이야기들을 써야 할까요.
예배때 주신 마음들, 생각들을 여기 적어 봅니다.
– 탕자, 잔치를 벌이자: 아무리 죄를 지어도, 아무리 망쳐버려도, 주님은 늘 와서 밥먹자고 하십니다. Never 정죄. 예수님이 대속해 주셨기에. 주님의 사랑과 빛을 봅니다. 그 빛 앞에서 먹먹해지는 자신을 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 For the spirit god gave us does not make us timid, but gives us power, love, and self-discipline – 2 Timothy 7).
– 네 양을 먹이라: 주님이 왜 계속 제게 ‘주라’, ‘안심해라’, ‘you are in a position of strength’라고 하시는지 알것도 같습니다. Since I have you. It’s not because of who I am or what I’ve done. It’s because of you are in me, and you gave me all these talents. You’ve already conquered everything. 나의 약함을 자랑하면 된다. I just need to experience and explain with the gift you gave me.
– 주님께 쓰임받기: 주님께 저를 써달라고 조릅니다. You actually don’t need me. But if I’m ready, you will invite me to a beautiful world, exciting journey, the ultimate reward, etc. When I’m ready. You are training me and creating a job just for me. 저를 위해 그런 기회를 만들어 가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 희생이 낳는 열매들: 희생하는 주의 종들을 봅니다. 선교사님. 영혼구원. 그 beauty 안에서 주님을 보고 느낍니다. 그 사랑과 따뜻함에서, 그 희생에서 피어나오는 indescribable beauty를 봅니다. 거기서 민경이가 transform 되고, 제가 transform 되고 저희는 또 그렇게 복을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선택하기: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주님께 열심히 묻는데, 주님은 저희가 또 그냥 선택하기를 바라시는 것도 같습니다. You lead paradoxically, you lead unobviously. 제가 예수님을 더 닮아갈 때 주님을 더 잘 따를 수 있음을 믿습니다.
죄는, 중독은 사람을 점점 더 피폐해지게 만들고, 다른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듭니다. 다른사람을 소비재로 대하게 되는걸 느낍니다. 그게 관성이 되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죄에서 저를 구하소서.
주님, 일본이나 아시아로 보내셔도 감사, 미국에 남아도 감사 입니다. 하나님이 일본을 많이 사랑하심을 느낍니다. 아시아에서 더 살고 싶음도 느낍니다. 언젠가 아시아로 보내주세요 주님. 그렇게 살다가, 다시 또 미국이나 세계를 누비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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