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한국 catch up 단상들

* 아래 글 읽기에 앞서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부디 공지사항 에 있는 글들을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고 제게 연락주시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은지 제 생각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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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에 나와서 한 3주 가까이 있었다. (중국도 잠시 다녀왔지만) 한 2년만에 제대로 본 한국. Doing, Loving, Being 으로 나눠서 대충 든 생각들을 여과없이 나열해봤다. (왜이리 글이 길고 정리가 안되는지. 이건 내공부족때문. 여전히 있는할얘기 왠만큼 다 하니 이중에서 취사선택하십사 하는 생산자 중심의 포스팅 ㅎㅎ 혹시 생각하나당 하나씩 끊어하는게 좋다고 보시면 피드백 언제든 부탁드려요.) 한국, 고향은 여전히 너무 징글징글하지만 또 정말 사랑스럽다. 난 정말 많이 받았고 할일이 많다. 열심히 살고 사랑많이 주자 산아. 아자!

1. Doing: 전체적으로 뭔가 먹고살기가 좀더 재미없어지고 힘들어진 느낌. 특히나 정체된 커리어는. 그래도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숨어서 싸우고 있고 개척하고 있는 멋진 사람들도 참 많이 있구나.

중국 Shenzhen 의 공장모습

중국 Shenzhen 의 공장모습

지금 내 나이 때, 30대 초반이 참 바쁘고 힘든 시기긴 하겠지만, 내 동년배들이나, 후배들 세대에서 느껴지는 career에 대한 고민과 쉽지 않다는 인식은 어렵다면 어려워졌지 쉬워진거 같지는 않았다. 나도 참 미국에서 좌충우돌 어디로 흐르는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지만 꾸준히 한국에서 사는 친구들은 내가 직장 초년에 힘들었던 그 몇년을 한 10년 가까이 한 그 농도짙은 지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던 것도, 응원하는 것도 복잡한 감정.) 아래는 내가 이사람 저사람 만나면서 느낀 Career, Doing 파트에 대한 매우 주관적이고 직설적인 단상들이다. 글의 성격상 누군가를 offend 할까봐 걱정이다. 지극히 주관적이니 혹시 제가 누군가나 업계를 offend 했다면 꼭 지적해주시고 미리 사죄 드립니다.

조금은 안타깝고 할일이 많다는 느낌을 준 encounter들. (이하 삭제)

“Full disclosure: 여기에 전통적으로 좋다는 perception 이 기성세대에 특히 강하지만 업계가 얼마나 현재 진취적이고 건강한지에 대한 나 스스로 주관적인 question 이 드는 부분에 대한 감상을 몇개 적었는데 그 중 하나가 친하고 존경하는 후배한테 많이 공격적으로 들렸던것 같다. 그리고 정말 그 표현과 사고방식은 잘못된 거라는걸 이야기듣고 확실히 느꼈다. 반성 많이 했다. 너무나 경솔했고 너무나 큰 죄였다. 내가 쓰는 글이 다른사람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더 알고 더 깎이고 더 고민하고 그렇게 노력해봐야겠다. 혹시라도 상처가 됐다면 다른 분께도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이런 지적을 해준 친구이자 후배에게 너무나 큰 감사와 죄송함을 보낸다.” (다행히 후배와는 오해를 잘 풀었고 아니 오해를 풀었다기 보다는 나의 경솔함을 진심으로 사과했고 정말 고맙게도 내 사과를 받아줬다. 그래도 정말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경솔함이고 부족함이다.)

반면 내게 Inspiration,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느낌을 준 만남들, encounter들. 

  • 사명감이 있는 공무원은 멋있다. 꾸준한 공무원도 나름 멋있다. 항상 응원한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PD든 기자든 뭐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는 사람 참 멋있다.
  • Yep, Darez, 이런 사업부터, FTA에서 하는 새로운 사업들, VC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K cube, 내가 잘 모르는 수입 유통/물류 쪽 사업까지, 자기 분야에서 진취적이고 독창적으로 한우물파고 자기 사업하는 친구들이 종종 보이는데 참 응원하고 좋아보인다.
  • 스타텁의 예를 들자면 죽을고비를 넘기고 한 분야를 아주 깊이있게 판 스타텁은 정말 멋있다. ST company 가 그랬다. 진짜 멋있었다.
  • 가산동, 독산동, 경기도 동탄, 인천, 그리고 중국 선전 같은데서 직접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산업 역군을 많이 만났다. 이들은 진짜 value add를 한다. 현장에는 value creation 이 있다. Tangible 하다. 진검승부같고 숨쉬는거 같아서 참 좋다.
  • MBA를 같이 준비했던 우리 스터디원이 다 각자의 자리 (대기업, VC, 스타텁, 금융계 등) 에서 기존에 그렸던 career goal 과 대동소이하게 (나는 매우 다르지만) 살고있는걸 보니 많이 위안이 되고 재밌더라.
  • 구글, FB, Vingle, Coupang 같은 중견 테크 회사로 지인들이 많이 갔다. IDNQ 같은 성장성 높은 스타텁관련인도 있고. 이들은 똑똑하고 이들의 똑똑함이 회사에서 하는 일과 좀 맞아떨어지는것 같다. 이들은 재밌고 행복해 보였다.

기타 단상들

  • 파이를 키우고 value를 만드는 사람/업종이 누구고 어디인가. 누가 농산품을 만들고 공산품을 만들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을 키우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하는가. 양복입고 폼나는 직장, ‘사’ 자 붙은 어른들이 좋아하는 직장이 힘들어지는건 당연지사가 아닌가. 한국시장은 너무 작고 새로운 value creation 은 한정되어 있다. 나가서 싸울 사람이 필요하고 작업복 입고 물건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
  • 20대 30대의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낭만이 많이 죽었다. 차라리 우리 부모님세대가 더 낭만있는 이삼십대 보냈을듯. (물론 나부터 잘할 일이지만)
  • 일을 어느정도 즐겨가며 열심히 할 수 있다는것, 일거리가 많다는건 어찌보면 정말 큰 축복인듯. (일거리 없어본 사람으로서)
  • 한국이 가진 장점은 아래 같은게 아닐까… 잘하는걸 잘 키워보자.
    • 컨텐츠 (노래 참 잘하고 참 예쁘고 잘생겼고 드라마 같은것도 좋고…)
    • 게임
    • 물건을 어느정도까지 잘 만드는 능력. 손재주? (이거 갠적으로 성형외과도 있지만 하드웨어 craftmanship으로 잘 풀어봤으면 하는바람!)
    • 교육 (다각도에서)
    • 그리고 참 우수한 인력들. (방향제시만 잘 된다면 달려나갈 준비들이 되어 있는 성실하고 헝그리한 사람들.)
  • 짧은 3박4일의 중국 ShenZhen 공장들 방문한 후의 단상 (MIT Media Lab 헤드 Joi Ito의 요글TED 추천!)
    • 중국 사람 대인배, 낯을 붉히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지니스 할때 차마시면서 공허한 얘기하고 체면세워준다. 그러다가 막상 돈문제 걸리고 문제 생기면 안면몰수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답답해서 나가떨어 질거같다.
    • 어렵게 살지만 (only child들, 시골에서 와서 공장에 dormitary 생활하면서 한달에 약 30~40만원 받는 삶) 그래도 발전이 있고 공동체가 있으니 낭만이 있다. (공장 남녀들 다 멋내고 다니고 공원에선 할아버지들이 타이치 하고.)
    • 꽌시는 10년 걸쳐 생기지만 한번 생기면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술을 한번씩 먹어줘야 하는거 같고 – 관계 중심이고 화교 중심이다. 어쩔때는 상대방을 정말 댓가없이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화교/꽌시의 세계는 쉽지 않은거 같다. 한국업체/사람도 많이 버티지 못하고 나갔고. 어쩜 미국이 차라리 단순한듯. -0-
    • 중국의 차문화 정말 매력적이다. 이제 커피좀 그만마시고 차 마시고 싶다. 그리고 음식이 좀 느끼해도 기본적으로 설탕/밀가루가 많지 않아서 중국 따거형님들 다 날씬하신듯!
    • 육의 세계는 돈의 세계, 돈만 있으면 육의 세계는 다 구할 수 있다. 세상이 주는 기쁨. 쉽고 편하고 매력적이다. 방심하면 언제든 빠질 수 있다. 한국도 중국도 마찬가지다.
    • 많은 혁신이 이제 생산하는 쪽에서 나오고 있다. 전에는 전략 -> 돈 -> 개발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개발 -> 돈 -> 전략 순서.
  • 그래 말이 길었고 개똥철학이 길었는데 일단 내 앞가름부터 잘하고 나부터 잘하자. Bitfinder 반드시 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 재밌고 소중하고 감사하다.

2. Loving: 아픔이 참 많구나

결혼의 의미/목적에 대해 내게 깊은 감동을 준 책

결혼의 의미/목적에 대해 내게 깊은 감동을 준 책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그 다음에 계속 사랑하고 가정에서 나온 그 사랑을 바탕으로 주위를 더 사랑하고. 아기를 주시는 대로 많이 낳고 사랑과 존경과 모범으로 키우고. 이 보통 사람(?) 이 사는 결혼과 가정의 모델의 단추가 꿰어진 케이스가 열에 하나도 없지 않나. 정말 어렵고 만만찮고 아픔이 많구나…

  • 결혼전: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커리어에서 산 똑똑하고 괜찮은 친구들 중에 여자는 자기와 대화가 통하는 괜찮은 남자를 만나기가, 남자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자신도 진심으로 사랑할 사람 만나기가 정말 어렵구나. 그런 고민 하는 친구들이 참 많구나.
  • 결혼후: 결혼 초기에 이혼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는 케이스가 정말 많구나. 결혼식 준비 하기에만도 정신 없어서 결혼해서 같이 사는 준비를 충분히 못했다든지, 문제가 있어도 터놓고 이야기할 대상이 없어서 문제가 더 커져간다든지, 부부를 계속 묶어줄 구심점이 부족하고 해서 돈/양가부모님/건강/남녀차이/성격차이 등 수많은 지뢰밭을 잘 넘지 못하고 헤어지는 커플도 정말 많구나…정말 아픔이 많구나. 애기가 안생기거나 애기를 안가지려는 커플도 꽤 많구나…

이런 아픔이 느껴지는 친구들이랑은 무조건 시간내서 만나고, 기도해주고, 편지써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내게 도움된 책이나 정보들 주고, 내가 힘들었던것 이야기해주고 그럴려고 노력했다. 많이 부족하고 할 수 있는게 너무 없어서 안타깝고, 더 많이 시간보내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 많이했다. 나도 부족함 뿐이지만 난 정말 많은 주위의 보살핌과 선배 부부들의 sharing 과 직장도 제대로 없어서 많이 고민하고 공부할 시간이 있었다면 그런 resource하나 없이 전쟁터에 내팽겨쳐지고 본인 부부만 본인 생각만 정상이 아닌것 처럼 적진에서 혼자 외롭게 싸우는 (?)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계속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내가 겪는 과정들, 내가 힘들었던 부분들, 나에게 도움을 준 source들 share 하면서 가고 싶다. 요새는 Doing 보다 Loving 과 Being 이 더 절실하고 더 애틋하다. 너무나 아픔이 공감이 가고 너무나 안타깝고 너무나 도움이 되고 싶다.

관련하여 이번에 읽은 너무나 많은 은혜를 받은 책: 팀켈러 목사님의 결혼을 말하다 (The Meanging of Marriage) 라는 책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 정말 근본적인 고찰들이 가득하고 실질적으로 도움될만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이분의 설교와 podcast 도 참 즐겨듣고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좋았다…강추. 아래는 주요 메세지 요약!

  • 이 시대를 지배하는 결혼에 대한 이런 편견들은 한마디로 ‘헛소리’다.
    결혼 생활은 십중팔구 불행하다? 결혼은 완벽한 ‘소울 메이트’를 찾는 것이다? 결혼은 기본적으로 재산과 소유의 문제이다? 결혼은 대단히 유동적이고 변하기 쉽다? 결혼은 여성의 정체성을 억압하는 제도일 뿐이다? 결혼은 인간 본연의 심리 상태와 맞지 않다? 결혼은 숨 막히는 절망감에 빠트릴 뿐이다? 결혼은 나에게 노예가 되라고 하는 것이다? 결혼은 사랑을 복잡하게 만드는 ‘혼인 신고서 한 장’에 불과하다?결혼보다 더 위대하고 중요한 관계는 없다.
    결혼은 한없이 고통스럽지만 그 이상으로 근사한 일이다! 결혼은 배우자를 위해 기꺼이 자유를 내놓겠다는 결단이다! 결혼은 깊은 하나 됨을 맛보는 것이다! 결혼은 서로를 책임지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이다! 결혼은 사랑을 지켜 주는 울타리이다! 결혼처럼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결혼은 장차 하나님 나라의 예표이자 맛보기이다! 결혼은 숨이 멎도록 놀라운 약속들로 가득하다! 결혼은 인생 항로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있다!

3. Being: 하나님의 은혜를 정말 많이 받았던 시간들

이 아저씨 제대로 내 스타일

이 아저씨 제대로 내 스타일

1) 내가 조금은 변했나?

한국에서 만났던 오랜 고등학교 친구가 나와 잠깐 만나고 나서 보내준 이메일을 share하고 싶다. 이건 정말 자랑성이다. 내가 조금은 변했나…그랬다면 (그랬다고 믿고 싶고) 정말 다 하나님의 은혜다. 진심어린 칭찬은 사람에게 너무나 큰 힘이 되고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걸 다시한번 느꼈다. 고맙다 친구야.

간만에 정말 즐거운 대화였어. 생각해 보니 너랑 알고 지낸 지 15년이 넘었네.ㅋ 긴 시간을 알아왔지만 오늘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 대화였고, 너에 대해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

오래 알고 지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때는 설레기도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 지금이 우리 또래의 대부분 친구들이 직장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잡고, 결혼도 했을/하는 시기잖아. 많은 이들이 그 안정을 찾기까지 바쁘게 달려온 탓인지, 막상 만나고 보면 마음을 움직이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어. 원래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자포자기하거나, 이미 기성세대처럼 변해버리거나, 아니면 그간의 삶의 궤적 중 힘든 부분은 숨겨서 솔직한 대화가 불가하거나.

그런데 오늘의 너는 내가 알던 백산다우면서도, 그 백산다움을 가장 긍정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20대 초반에 너는 인생이 게임 같고 늘 스탯 향상하는 것처럼, 스테이지 클리어하는 것처럼 산다고 그랬지. 그 땐 네 끊임없는 에너지가 부러우면서도, 한편 네 에너지가 너무 중구난방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귀가 얇은 탓인지 넌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 한 번 다 시도해 봐야 하는 것 같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았고. 네 꿈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하는 건 좋은데, 어느 날 로스쿨 간다고 했다가, 몇 주 후에 MBA 간다고 했다가,  그 얘기를 듣는 나는 ??? 이런 기분이었어.ㅋㅋㅋ  가령 행시, 외시, 사시 합격한 사람의 유능함은 별론으로 하고, 그 사람에게 왜 3시를 공부했느냐라고 물어보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네가 흥미로운 친구이긴 했지만, 아주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지진 않았음.ㅋㅋ

반면 오늘 만난 백산은 좌충우돌 중구난방 라이프를 가장 아름답게(?)  실현시키고 있는 것 같더라. 한 번 생각한 게 있으면 두려워하지 않고 그 끝을 볼 때까지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뭔가 또 안 맞는 게 있으면 수정하고, 또 시도해 보는 것. 구도자처럼 보일 만큼 길에 닿을 때까지 모든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 사람(특히 가족)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때 피해버리지 않고, 긴 편지를 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이해시키려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설령 의견차를 끝끝내 좁히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너의 입장을 최대한 잘 설명하는 것.

이러한 너의 좋은 점들이 신앙, 결혼과 결합하면서 네 삶이 타인도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네 얘기를 들으면서 방황은 하지만 절실하게 노력하지 않는 내 삶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음. 사실 감동적인 영화 보면 그 순간은 울어도 영화관 나오면 까먹는 것처럼, 타인의 얘기가 어떤 사람의 행동을 바꿀 만큼 영향력 있는 경우는 드문데 오늘 네 얘기는 그 정도의 임팩트가 있었어.

너는 결혼식에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사실 잊지 않고 불러줘서 고마웠어. 먼저 연락해 줘서, 미국에서 잘 살고 있겠거니 생각만 했는데 오늘처럼 즐거운 얘기도 하고 앞으로 블로그/이메일로나마 interaction할 수 있어서 좋네. 앞으로 네 삶에 어떤 일이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간에 진심으로 응원한다.

음식중독에 관한 네 포스팅을 읽으면서, 또 매사 planning을 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네 얘기를 들으면서, 항상 자신감 있어 보이던 네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감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주제넘었다면 미안). 건강관리, 자기관리는 무엇보다도 너를 위한 것이고 네가 그것이 잘 지켜졌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어. 그런데 다소 살이 찌거나 다소 계획이 어그러진다고 해서, 네가 덜 매력적이거나 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야. 네가 좋았던 이유는 네가 항상 잘 나가고, 완벽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야. 네가 늘 꿈이 있는 사람이고 기본적으로 소탈하고 순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널 좋아하는 많은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 네가 꼭 대단한 무엇이 되지 않아도, 가끔 바보같은 일을 하더라도, 널 진짜 잘 아는 사람은 너를 지지하고 응원할 거야. 물론 나도 그렇고. 꼭 그건 기억했음 좋겠다. 그리고 목표나 계획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그것을 달성하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다이어터에서도 나오잖아. 한 번 폭식했다고 스트레스 받아서 다 망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간은 원래 의지가 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또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양질의 음식을 먹고 그러면 될 것 같아. 스트레스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자체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하고.

뭐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까 이메일이 길어졌다.ㅋㅋ 오늘 느낀 점을 전달하고 싶어서 쓴 거니, 괜히 짧은 한국 체류 기간에 간 답메일 쓰지 말고!

ps. 아, 그리고 네 결혼식은 내가 이제까지 본 결혼식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음.ㅋ 네가 신부한테 보내는 편지 읽을 때 나도 울컥했다 야.ㅋㅋ 일단 너와 신부의 관계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것인지 느껴져서 좋았고, 네가 겪은 힘든 일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네 용기가 좋았음!

2)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나. 정말 갈길은 멀다.

일욕심 많고 일벌리기 좋아하고 오지랖 넓은 나…특히나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한테 많이 섭섭함을 항상 안겨주는 그 고질병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 술한잔 하자고 친구들이 이야기할때마다 고민이 많이된다. 일할게 많고 바로 value creation 이 안되는 술자리(?)를 못견뎌 하는 그 identity 는 오히려 더 강해져서 이러다가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그건 그렇다 쳐도 정말 반성되는거는, 특히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랑을 더 많이 줘야 하는데 그리고 주고 싶은데 여전히 나이 서른 넘어서도 결혼해서도 철없는 막내아들은 자기만 알더라… 반성 또 반성.

3) 하나님이 만져주신 시간들, 만남들

문봉주 형제님 대사님의 이 책, 새벽형 크리스천은 정말 정말 큰 감동이었다. 이렇게 기도했구나 이렇게 하나님을 만났구나 이렇게 말씀을 먹었구나 이렇게 은혜를 받았구나 너무나 잘 설명해 주셨고 너무나 그 과정들이 relate이 되고 닮고 싶다는 도전이 됐다. 그래 이렇게 간다면 나도 왠지 할 수 있을것 같다.

오늘 고난주간 성금요 온누리 예배는 정말 은혜로웠다. 십자가에 대해서 로마서를 바탕으로 한 설교였는데 ‘내몫의 십자가’ 라는 주제로 크게 세가지 단계를 이야기하셨다. 아주 clear 하게 머리에 각인됐다. 그래 난 이제 겨우 Step 1이구나. 이게 너무 사무치게 감사하고 어서 Step 2와 3 로 가고 싶다. 나도 참 주책이고 이 욕심과 샘은 어디 가지를 않는다. 이왕 갈거면 빡세게 빨리 제대로 열심히 가고 싶다. 그래서 하나님한테 칭찬받고 싶다. 눈물날 정도로…

  • Step1 Through Christ: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 건져온 것 
  • Step2 With Christ      : 이제 내 몫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서 가는것 
  • Step3 In Christ          : 십자가를 지고 주님과 같이 주님 안에서 먹고 마시면서 은혜와 행복안에 거하는것 

이거말고도 깨알같은 재미들이 있었다.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동문회 선배인데 부부가 같이 나에게 밥 사주면서 본인들의 신앙생활과 삶을 나눠준 경험, 온누리교회 예배에 갔다가 대학교때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했던 회계학의 정운오 교수님을 성가대에서 보고 너무 반갑게 잠시나마 인사드렸던것. 간만에 만난 국회 동기나 공무원 동기와 신앙얘기 나눈것. 정말 주옥같은 글이 가득한 블로그 찾은것. 너무나 감사하고 즐거웠던 시간들이다.

또 조만간 올기회가 있겠지…XOXO 나의 조국.

XOXO

와자!

About sanbaek

늦깍이 크리스천 (follower of Jesus), 우렁각시 민경이 남편, 하루하율하임이 아빠, 둘째 아들, 새누리교회 성도, 한국에서 30년 살고 지금은 실리콘밸리 거주중, 스타트업 업계 종사중. 좋아하는 것 - 부부싸움한것 나누기, 하루하율이민경이랑 놀기, 일벌리기 (바람잡기), 독서, 글쓰기, 운동, 여행 예배/기도/찬양, 그리고 가끔씩 춤추기. 만트라 -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8 comments

  1. judy yoo

    San Baek
    When have you been here Korea?
    징글징글하고도 사랑스런 내 조국?
    딱 공감 !
    그 곳이 현재의 제 현재시간의 공간적 배경입니다
    작년 여름 말 귀국
    미국서의 힘듬과 열매 맺게 해 주신 결과들에 감사학며 기대와 흥분의 그리움 범벅의 귀국길.(60%이상이 가족적 의무감과 배경으로 인한 반 강요?? 아니 연로하신 부친의 벗할 시간이 되서 !!!)
    첨 어리버리 했던 초기 적응 시간들.
    한 이십년 사이의 변화에 적응 하느라 힘들어하며 열심히 적응 노력. 큰 한숨 돌리고 주변 돌아보니
    나의 이십대와 너무도 다른 슬프고 힘들어진 젊은이들 바라보게 되고
    앞으로의 초고령화 사회로 치 닿고 있는 한국 상상해
    보면 장년 노년층의 고용기회 소외로의 또 부딪히는 현실의 벽. 또 한번 맘 무겁게 하는 것들.
    삼십대 start ups 사람들과 엮인 몇 달들.
    그리고 모든 곳에서 중견이 된 내 동기들, 학번 84 무협 88 .
    묵직해진 현실들.
    그래도 감사하게 또 나에게 주워진 일들.
    감사히 겸손히 열심히.
    아직도 내 민족의 부족한 부분,
    해외동포로서의 특별 인프라적 의무 현실 의식 인지.
    돕고 더하고 …
    나를 낮게 할 줄 알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
    고난주간의 새벽기도회를 마치면서 오간 많은 주님과의 대화와 묵상.
    그래도 백산,윤필구,조소현(미국의대본과로 본격적
    궤도를 현실화 시킨 우리 딸)등 내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이 같은 우리가 있고 이땅의 내 한국이 또 있기에
    오늘도 희망을 작은 소망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 해 봅니다.

    할 일이 참 많은 대한민국,
    이 시기적 shifting을 잘 지혜롭게 견디고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대 해 봅시다.

    미국서도 한국서도 중국서도.

    유현정 Judy Yoo

  2. 이런 멋진 분이 계시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일, 커리어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영적인 면이나 관계적인 면에서의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글들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나아가시기를. 🙂

  3. Pingback: 한국에서 주신 하나님의 은혜 (Christian version) | San's playground

  4. 솔직한 글 감사합니다. 은혜가 넘치던 때가 생각나네요

  5. Pingback: Thankyou 2015 and welcome 2016 | San's play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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