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 in US 16_2학년 리크루팅 초반_Intuit, IDEO

* 아래 글 읽기에 앞서 제 블로그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부디 공지사항 에 있는 글들을 읽어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글들을 쓰고 있고 제게 연락주시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은지 제 생각 정리해 봤습니다.

2학년 첫학기의 캠퍼스풍경

2학년 첫학기의 캠퍼스풍경

2012년 9월, 2학년 가을학기가 시작되었을때 캠퍼스 풍경은 가관이다. 두발자국을 내딛기가 무섭게 이런식이다.

야 백산, 야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너 여름에 뭐했지? 아 맞다. 에버노트. 그래그래. 어땠어? 좋았어? 계속 다닐거야? 졸업하고 뭐할지 생각해봤어? 야 가야겠다 우리 금방 커피라도 마시며 캐첩하자.

이런걸 하루에만 수십번을 하고 나니 영 피곤하더라. 아주 그냥 강당에 모두 모아놓고 한명씩 나가 발표를 시키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님 모두 자신의 경험을 ipg이내로 제출시킨다음 모으든지.) 다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2학년에 임했을텐데 특히나 컨설팅이나 뱅킹 또는 Big tech company등 큰 회사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금방금방 리크루팅 준비를 했다. 10월 11월에 상당히 많은 풀타임 하이어링이 결판이 나는 판국이었다.

난 이때 의외로 매우 편안했고 초연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1학년 인턴십 지원때 너무 디였던 터라 다시한번 그걸 하고 또 다떨어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진짜 집중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터였다. 그래 어차피 해봐야 안될 가능성이 높은데 괜히 관심에도 없는 회사 지원한다고 내가 할일 못하지나 말자. 일단 컨설팅은 이제 안한다. Big Tech company도 안한다. 이런 생각하며 수업 더 열심히 듣고 혹시 올지 모를 Evernote에서의 오퍼를 조금은 기다리는 소망도 품어보고, StartX와 각종 학교생활 열심히 하며 진짜 관심있는 회사들만 천천히 지원해보기 시작했다.

1. IDEO

IDEO는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더 끌리고 재밌는 회사였다. 내가 참 좋아하는, 가슴 따뜻한 이 브라질출신 Paula가 여름에 본인이 IDEO에서 얼마나 재밌게 일했는지 얘기해주니 가고싶다는 내 마음은 더욱 커졌다. 커피를 마시며 그녀는 얼마나 일이 재밌었는지, 한명한명이 얼마나 다르고 재밌고 열정이 넘치고 그러면서도 합리적으로 일하는지. 꼭 다른 컨설팅처럼 밤샘일하거나 PPT만드는 그런 문화도 아니고, Innovation 은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한다는 논리인지 (?) 상당히 시간도 take하면서 일한다는 그런 말을 해줬다. 꿈의 직장 같았다. 에버노트도 정말 재밌는 직장이었지만 앞선 글에서 썼듯이 나는 회사에서 주역이 되기 너무 어렵다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여기선 어차피 모두가 다양한 백그라운드에서 와서 같이 서로 다른 view를 가지고 논리와 process에 입각해 일하는 곳이니, 이런데야 말로 나의 dream job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같이 international student였던 파울라가 일했다는 것도 왠지 해볼 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참고로 파울라는 풀타임 오퍼를 받았지만 본인 개인적인 사정으로 브라질로 돌아간다고 정말 너무나 아쉬워했다.) 

그래서 늘 하던 그런 것들 – 리크루터에게 다시한번 연락해보고, 거기일하고 있는 선배에게 연락해보고, 혹시 자리있거나 interview볼 수 있으면 연락달라고 남겨놓고, Design Club 에서 IDEO Field 트립간다기에 쭐래쭐래 따라가서 회사구경도 해보고 더 네트워킹도 하고 이래저래 할 수 있는건 해봤다. 그래도 인터뷰 조차 받지 못했다. 참고로 우리학년에서 결국 IDEO에 취직한 친구는 없다. 우리 윗 학년에서 총 세명이나 취직해서 그런거 같다. (스탠포드 MBA 졸업생 중 IDEO에 있는 사람 명단 from Linkedin). 어떤 사람이 취직했는지 보면 상당히 다양한 백그라운드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내가 만난 IDEO 인들은 하나같이 nice하고 새로운걸 만드는걸 좋아했고 아주 aggressive하지는 않았다. 계속 생각할수록 나와 가장 잘 맞는 일은 아니었다. 아마 난 상당히 그 Design thinking process 이런 과정을 답답해 했을거다. 내가 D school 수업 들을때 어떨때는 이 모든 process를 꼭 거쳐야 하고 꼭 민주적으로 하나하나 넘어가야 했던 것에 답답해 했듯이. 난 좀더 공격적이고 깔끔한 hard core business나 traditional consulting 이 더 맞을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 했다. (물론 이것도 붙었으면 다르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하하.)

2. Intuit

미국에서 좀 오래 산 사람이라면 대부분 Quickbook이나 Turbo Tax를 사용해서 세금신고를 해본적이 있을것이다. 정말 많은 미국인 개인과 소규모 가게들이 쓰는 세금, 회계, 가계장부 관리 같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주는 회사가 바로 Intuit이다. 1983년에 스캇 쿡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는 93년에 기업공개를 하고, 현재는 5조원 가량의 매출, 800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상당히 큰 규모의 테크 회사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Best seller product이 여기저기에 있다보니 회사 매출도 정말 안정적이고 계속해서 Small, medium size business의 아픔, pain point를 해결해준다는 비전 하에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며 기업 인수합병도 활발히 하고 있다. 돈을 얼마나 어디에 썼는지 보여주는 Mint.com, SMB의 마케팅을 도와주는 demandforce.com 같은 회사도 Intuit이 인수했다. 무엇보다도 이 회사를 마음에 들게 만들어준 건 Stanford GSB선배가 정말 많고 International 과 여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 등에서 나타나는 아주 nice하고 일하기 좋은 이 회사의 문화였다. 여기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 하나하나 다 회사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고 work and life balance 가 잘 유지된다고 이야기했으며 회사에서 얼마나 직원 복지에 신경을 쓰는지, 얼마나 서로서로 위해주는지 이런 이야기를 자랑스레 했다. 실제로 Intuit은 작년도에도 Fortune 지 선정 일하기 좋은 기업 8위에 선정되었고, 내가 선배를 만난다고 회사를 찾아간 날도 식당에서 재밌는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으며 지나가던 이 CEO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생판 모르는 나에게 밝게 웃으며 High라고 인사할 정도로 정말 분위기 좋고 부담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멕시코에서 온 친구 이 로드리고란 친구가 여름에 Intuit에서 일했다고 해서 어쩌면 될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더 줬다. (물론 얘는 미국에서 대학도 나오고 BCG컨설팅 경험도 있는 어찌보면 나보단 훨씬 보장된 캔디딧이지만 뭐 암튼.)

그래서 또 역시 늘 하던대로, 일했던 친구들, 일했던 선배들 찾아가서 전화해서 이야기듣고 회사에 대해서 더 듣고, 어디로 지원하면 좋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다. 로드리고는 나를 자신이 했던 Marketing 쪽 recruiter 및 senior manager랑 연결시켜 줬는데 한두번 통화해보고 나서 저쪽에서 Can you tell me any marketing experience you’ve done in your life? Why marketing? What do you think is the key factors you need to consider when you are doing the marketing? 이런걸 물었을 때 별로 할말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제한된 나의 경험에서 각종 스토리를 짜내고 나만의 논리를 만들어 이야기했지만 내가 Marketing career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히 Marketing 에 꽂혀있는 사람이 아니라는게 너무나 빤히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본 분이 이런 피드백을 줬다. “산, 넌 우리 회사와 culture fit도 잘 맞는거 같고 우리 회사에 대해서도 꽤 아는데 꼭 마케팅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어. Corporate Strategy쪽은 어떻니? 그쪽에 누구 소개해줄게.”

그래서 Corporate Strategy 팀과 다시 면접을 보게됐다. 면접도 한번 보고 Corp Strategy 팀에 있는 MBA선배를 만나 밥도 먹었는데 그리고 나서 깨달은 것, 내린 결론은 Corp strategy는 Ex consultant 즉 Mckinsey, Bain, BCG에서만 뽑는다는것. 그래. 난 정부내부에서 컨설팅 같은 일을 했지만 이런 private business sector의 traditional consulting 이랑 같을 수는 결코 없었다. 결국 내 경험은 참 어디에 끼워맞추기 어려운 계륵과 같은 존재라는게 다시한번 판명났다. 하참 이거 국제기구로 갔어야 하나 진짜. 그래서 Intuit도 이렇게 물건너 가고 말았다. 뭐 그래도 괜찮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아주 불안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꾸준히 내가 할도리 하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오리라 이런 믿음이 있었다.

3. 내게 생긴 변화 – 갑자기 찾는사람 생기면서 편안해진 마음

Evernote에서 일을 하고, StartX에서 일을 시작하자 갑자기 나의 위상이 바뀌었다. 2학년 동기들과 1학년 후배들이 걸핏하면 어떻게 에버노트에 인턴을 잡았냐. 혹시 풀타임 하이어링은 안한다냐. 누구 소개해줄 수 있냐. 어떻게 StartX에서 일 시작하게 됐냐. StartX에 대해서 좀더 알려달라 뭐 이래저래 나 보고 싶다는 이메일이 줄을 이었다. Career Management Center 에서 일하느라 커리어 관련 공지 이메일도 종종 뿌리고 StartX를 대표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홍보도 하고 해서 마치 1학년 후배들은 내가 엄청나게 Tech, Entrepeneurship 에 꽂혀있고 그런 네트워크의 중심이라고 큰 착각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말 황당했던 건 가끔 어떤애가 커피마시자고 한다음에 이렇게 나오는 경우였다.

A: 야 난 이런회사도 해봤고 이것도 하고 이것도 했고 그래서 이제 실리콘밸리에서 더 큰거 해보고 싶어. 어때. 멋지지? 넌 어떻니? –
산: (오래살다 볼일이야. 별애가 다있군.) 야 난 사실 너처럼 대단한 애가 아니야. 진짜 한국에서 정부일 하다 왔고 여기 아무것도 모르다가 재수좋아서 어쩌다 얻어걸려서 에버노트에서 인턴하고 이제 StartX에서 일 시작해보고 그거 뿐이야. 별로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A: (당황해하며) 아…그…그래. 난 뭐 꼭 뭘 하자기 보자는 그냥 잘 알고 지내자고..

이거와는 별도로, 주위에서 같이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접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MBA동기들을 비롯해 주위에 있는 한인 형들도 같이 스타텁을 해보거나 뭔가 해보지 않겠냐며 은근히 솔깃한 제안을 해주셨다. 그래 이제 안되는 스토리 짜내서 하는 그런 리크루팅에 너무 신경쓰지 말자. 1학년때 한 Approach 는 좀 잘못이었어. 날 써주는 사람이 있을거야. 그 사람과 열심히 일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난 일관했다. 그래서 Apple, Amazon, Ebay, Google 등등 큰 회사들이 캠퍼스에 와서 리크루팅하는 타이밍에 이력서한번 안넣고 면접한번 안봤다. 나중에 정말 고생하면서 학교에 왔을때 빠싹 준비해서 이렇게 나같은 경험없는 사람도 뽑을만한 데에 지원할걸 이런 후회도 꽤 들었지만 뭐 이때 나의 마음은 상당히 편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About sanbaek

Faithful servant/soldier of god, (Wanna be) Loving husband and father, Earnest worker, and Endless dreamer. Mantra : Give the world the best I've got. Inspire and empower social entrepreneur. 30년간의 영적탐구 끝에 최근에 신앙을 갖게된 하나님의 아들. 사랑과 모범으로 가정을 꾸려가진 두 부모의 둘째아들이자 wanna be 사랑아 많은 남편/아빠. 한국에서 태어나 28년을 한국에서 살다가 현재 약 3년가까이 미국 생활해보고 있는 한국인. 20세기와 21세기를 골고루 살아보고 있는 80/90세대. 세계 30여개국을 돌아보고 더 많은 국가에서 온 친구들 사귀어본 호기심많은 세계시민. 그리고 운동과 여행, 기도와 독서, 친교와 재밌는 이벤트 만들고 일 만들기 좋아하는 까불까불하고 에너지 많은 Always wanna be 소년. 인생의 모토: 열심히 살자. 감동을 만들자. Social entrepreneur 들을 Empower하자.

5 comments

  1. 무엇을 하던지 마음이 편안해야 행복하다는걸 저도 요즘에 들어서야 알게 됬어요. MBA에 관심이 있어서 검색하던중 백산님의 블로그 들렀다 갑니다. 북마크 했으니 자주 들리겠습니다. 시카고에서 응원합니다!

  2. 힘내세요~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

  3. Maria

    백산님, 우연히 MBA알아보다 들리게 되었습니다.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도 많고, 요즘들어 소원을 한가지 이룰 수 있다면 뛰어난 “학습 능력”이 소원인 저로서는 참 부러운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항상 건승하시길 응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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