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훌쩍 갔다. 참 만만치 않은 한해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내 맘대로 되는것 보다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게 더 많았던, 마음이 많이 가난했던 한해였다. 그리고 가난했던 만큼 영적으로는 너무나 풍성했던 한해였다. 백산, 어디쯤 와있냐.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경험을 하고 있는가…
1. 지금 드는 생각들
1) 무얼하고 살 것인가
이 생각에 꽉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만간 더 나누겠지만, 지난 4년남짓, 너무나 꿈처럼 신나게 일했던 어웨어를 이번달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회사는 추가자금조달도 하고 Q4에는 QoQ X배이상 성장한 사상최고의 매출도 기록하고 더할나위 없이 좋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이유에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가. 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세상에 남길 수 있게 만들어졌나. 선택할수 있는 방향의 갈래가 완전히 다르고 (상당히 다양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길도 너무나 일관성이 없어서, 그리고 이제 30대 중후반에 하는 선택은 향후 10년, 진짜 결과를 만들어낼때까지 정진할 내 분야를 선택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별의별 고민으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마음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 새로운 기회들과 다양한 조언들에 너무나 감사하고 에너자이즈 되다가도 (Excited), 머리가 너무 아파서 다 포기하고 그냥 맥없이 있고 싶을 때도 종종 있다. 아래는 내 주위사람들, 내가 믿고 따르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해준 말들이다. 가슴에 남는다.
산아, 널 보면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뭔가를 연구하고, 일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것을 고민하고, 사람들간의 시너지를 생각하면서, 그걸 나누고 교류하고 피드백 받는게 내가 본 너의 코어(core) 인거 같아. 그걸 잘 생각해봐. 그게 너의 띰(theme)이면 그걸 극대화할 일이 뭔지. 난 결국 1만시간의 법칙 – 이런말처럼, 어느 임계점을 넘어야 그것이 개인이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커리어든 뭔가를 남길 수 있다고 봐. 다른사람은 하다가 나가떨어질 것을 너는 할 수 있는거지 너의 띰(theme)과 맞는 일을 하게되면. 그게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계속 고민해야 되는게 아닌가 싶어.
산아, MBA동기나, 기타 미국에서 자라 군대도 안다녀오고 미국에서 승승장구 했던 애들과 너를 비교하면서 쫄거나 위축되지 마라.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자리에서 너무나 잘해왔다. 열심히 해왔고 성과도 계속 있었잖니. 나를 비롯해서 보통 남자 30대 중후반에는 가정이 평화롭지 않아서 (아님 가정을 꾸릴고민하느라) 정신없거나 회사에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정신없는게 대부분인데, 그래도 이렇게 오픈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게 아닌가 해. 기회를 열어놓고 기도하면서 잘 생각해봐.
2) 나라와 민족에 대한 생각들
연초에 한국에 갔을때 내가 존경하고 그 생각들을 follow하고 있는 몇분들을 모시고 나라와 민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지만 참 나는 아직도 이런걸 고민하고 이렇게 꿈꾸는게 너무 좋다. 나의 이상만큼이나 나의 실력이 올라와서, 나라와 민족에, 미래 세대들을 위해 쓰임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아래는 그때 나누고, 내가 쓴 팔로업하는 메일에서 일부 발췌한 부분이다.
A님 말씀처럼 위기가 와도 밑그림이 그려져 있고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일 수 있는데, 어제와 같은 자리가 그런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가 아니었나 (앞으로 계속 그려나가야 겠지만) 봅니다.
B님 말씀처럼 ‘한국은 앞으로 위기가 올 수 있고 어려울 수 있지만 한국인은 저력있고 한국인에겐 미래가 있다’ 는 말을 전 개인적으로 매우 동감합니다.
성경의 예를 잠시 빌리자면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의해 점령당하는 즈음에 예레미야라는 선지자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며 매우 인기없고 핍박도 많이 당했지만 당당히 예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가 70여년 이면 끝날 것이라는 점과 후에 오실 메시야/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한국의 위기상황이고 바닥까지 내려갈 것을 예측하고 있지만, 그것이 곧 우리에게 기회이며, 일회성 게임이 아닌 다중게임이라는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면서 내쉬균형이 바뀔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되기 전에 철저한 공부와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점을 저는 비전이자 희망으로 봤습니다.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치와 미래의 포지셔닝(positioning) 에 대한 이야기, 한국인 만의 정신(spirit) 에 대한 이야기, 산업적으로 봤을때 한국의 competitive edge와 미래 산업에 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다음번 모임에선 더 해보면 어떨까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까지 저도 제 자리에서 실력을 키우고 더 힘을 모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다짐합니다.
3) 주위사람 생각들
참 다양한 주위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전 공무원 선후배, 동기들 부터, MBA동기 미국친구들, 미국에서 일하면서 새로 만난 사람들, 스타트업/VC 업계에 종사하는 한국 사람들, 옛날 친구들, 새롭게 알게된 사람들 할 것 없이. 결국 다 사람이다. 내가 만나고 교제할 수 있는 사람들의 외연을 계속 넓혀가고 싶다. 내 주위에 도움일 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고, 좋은 영감을 주며 계속 교제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며 같이 성장하고 싶다. 기존 만들어진 것에 얹혀가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파이를 키우는 사람이 되기를, 그렇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주위에 새로운 기회들을 계속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언젠가 받은거 다 돌려주고, 당사자한테 다 못돌려주면 다른 사람한테라도 그걸 베풀면서 (pay it back 이 안되면 pay it forward 하면서), Favor (하형록 목사님 – 페이버 책에 나왔던 그 페이버) 를 베풀면서 사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4) 신앙에 대한 생각들
작년엔 영적으로 정말 풍성했던 한해였다. 아래 쓰겠지만 감사한게 수없이 많다. 하지만 모든걸 영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하고 하는건 때때로, 그리고 자주 숨막히기도 한다. 특히나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이 시간은 나에겐 참 갑갑하고 답답하고 그 불확실성이 버겁기만 한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사실 요샌 영적으로 전혀 좋지 않다. 마음가운데 평화와 기쁨은 별로 없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잘못된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는 중압감, 주위에 쭉쭉 뻗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 좋은 기회가 올때마다 생기는 욕심과 약간의 허영심 (fame), 너무 머리아파서 그냥 다 내려놓고 아무것도 생각안하고 싶은 마음…뭐 거의 성경에 나온 Seven Sins (Pride, Lust, Envy, Greed, Gluttony, Wrath, Slot) 가 다 있는것 같다 허허. 나와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가득차 있어서, 기도할때는 이거에서 좀 벗어나서 주위사람이나 다른걸 생각하고 싶다고 종종 매달리게 된다. (기도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아래는 내 믿음의 동역자와 최근에 나눈 이야기들이다. 이런 믿음의 전사들이 주위에 있어서 참 감사하다. 이 과정을 온전히 느끼고 견디고 경험하고 영적으로 더 성장하고 그 과정을 또 나눌수 있기를.
Episode1
N: 산, 어때? 너 뭐할지 결정됐어?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
산: 아니, 아직 결정된거 없어. 불확실성 투성이야.
N: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것’ 만으로 사는 사람이 아닌, 믿음’으로 사는 사람을 기뻐하시지. 모세가 약속의 땅에 대해 전혀 보지도 알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리드했던걸 기억해봐. 믿음으로 한거였지. 모세한테도 이렇게 믿음의 단련을 시키셨는데, 우리한테는 오죽 하시겠어. 불확실성을 통해 믿음의 단련을 시키시는 걸거야.
산: 그래,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모든걸 신앙적으로 설명하려는건 숨막히고 투머치 라고 느껴지기도 해. 좀 부자연스러운것 같기도 하고. 분명 나의 ‘일’과 관련, 작년에 두번이나 기도응답을 주시고, 내게 새로운 영적 깨달음을 주셨지만, 그래서 그렇기에 이 기다림의 시간이 내겐 참 필요한 시간이었다는걸 느끼지만, 그렇지만 믿음은 내게 너무나 어려운거 같아. 기다림의 시간을 감사함으로 받고, 믿음으로 이겨내고, 내가 할 수 있는걸 하며, 기쁨과 평화 가운데 거하는게 너무 어렵다야.
N: 당연히, 당연히 부자연스러운거야. 믿음은 (Faith) 초현실적인 개념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믿음에 의해 사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 증거에 의해 검증된 길을 사는걸 이야기하고 좋아하지. 우리가 이 세상에 발붙이고 살고 있는한, 믿음으로 사는 삶은 언제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질거야.
산: 그래, 그래…참 맞는 말이야. 이게 머리로 알아도 막상 닥치니까 내 믿음이, 내 Faith가 얼마나 얕고 약한지 알게되는거 같아. 요샌 진짜 기도하면서 스스로의 믿음을 살펴보고 (observe) 있어. 내가 진짜 바라는게 뭔지. 왜 그러는지. 내가 진짜 믿는게 뭔지. 난 뭘 믿고 있는건지.
N: 좋아, 너무 좋아. 그게 진짜야 (that’s golden). 그래서 우리에겐 이런 시간이 필요한거야. 잘 들여다봐봐. 분명히 이 과정을 통해 우린 또 한발자국 한스텝 성장할거야.
Episode2
산아, 그래 그런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고 기도를 하고 살고 있구나. 그런저런 응답들이 있었구나. 정말 은혜다야.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자면, 지난 몇년간, 한 10년을 뒤돌아 보면 내 마음대로 안되고 기다려야 했던 시간들이 참 많았어. 당장 바로 다음 커리어로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어떤때는 6개월, 어떤때는 1년이나 기다렸지. 그런데 기다리고 나면 꼭 알게되는게 있었어. 아 내가 그렇게 달라고 조를때는 그 기회 자체가 아직 완성이 안되어 있었구나. 하나님의 타이밍은 완벽하구나. 그분이 하시는 일은 실수가 없구나. 우리는 항상 내 생각만 하게 되지만 하나님은 어떨때는 나를 다른사람을 위해 쓰시려고, 아님 나의 기다림을 다른일에 쓰시려고 기다리시게 하는것도 같아 (예를 들어 난 최근 몇명에게 복음을 전하고 같이 영접도 하고 그렇게 됐는데 나를 조금더 기다리게 하신건 이 한둘의 영혼을 향한 그분의 사랑과, 나를 그 과정에서 쓰시고자 하는 그분의 계획하심이 있었던거를 최근에서야 느꼈어). 그 모든것에 순종하고 기도하고 매달릴때, 우리의 과정과정이 그분의 쓰임이 되고, 우리의 삶은 간증이 되는거 같아. 정말 중요한건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잘되고 말고가 아니잖아. 산아, 기다림의 시간 잘 견뎌내기 기도할게. 분명 그분은 너한테 가장 필요한 것을 지금 열심히 만들어주고 계시며 너의 믿음을 기쁘게 받으시고 너의 기도와 노력을 사랑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계실거야.
2. 2018년 감사했던 것들
지난해 까지는 한해를 돌아보면서 감사했던 것을 쓸때, 주로 이런일이 생겨서 이런일들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 아이를 주셔서, 즐거운 일을 주셔서, 좋은 사람을 주셔서, 좋은 교회 공동체를 주셔서 – 썼었다. 올해의 감사를 돌아볼때, 결과로서 생긴 일이나 내 외부 환경에 생긴 변화보다 내 내면에 생긴 변화들이 참 감사하다는게 느껴졌다. 할렐루야. 이런게 감사하리라곤 생각 못해봤다. 나이들어 가는건가 후후.
1) 영적인 감사함들
1-1) 겉사람과 속사람 – 필리핀 미션

이 글에 자세히 썼지만, 정말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 감사한 일이다. 내게는 가장 필요한 영적 수술이 아니었나. 선교기간중 그분은 내가 얼마나 겉모습으로 나와 다른사람의 가치를 매기기에 길들여 있는지, 내 속사람에는 교만과 음욕과 판단과 이런것들이 많은지 보여주시고 깨닫게 하시고 고쳐주셨다. 난 여전히 내 겉사람을 꾸미고, 다른사람의 겉사람을 훓는데 너무나 길들여져 있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이번기회를 통해 하나님은 나와 사람들의 속사람을 보신다는걸, 사람의 중심을 보신다는걸 확실히 느끼고 체험했다. 내 속사람의 어글리 (ugly) 함을 확실히 보여주시고 겸손케 하시니, 나를 꺾으시고 나를 다듬어 가시니, 그 사랑과 그 맞춤형 케어에, 그 은혜에,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1-2) 인터넷 Porn/Lust – Finally free, at least for now

전에도 한두번 나누었지만, 영적으로 나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가장 순종하기 어려웠던 것은 Lust, 한국말로 하면 음욕 이였다 (lust가 이 말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것 같아 이하는 Lust로 통일). 인터넷 포르노나 상대적으로 수위 낮은 (?) 사진을 보면서 그냥 내 눈을 lustfully 하게 놔둔채 내 뇌를 식히며 ‘이정도는 괜찮아, 남들도 다 하잖아’ – 이렇게 자조하던게 벌써 몇년인가. 수없이 도전하고 또 무너지고 그 사이클을 반복하던 것에서 작년 중반부터 일단(!) 드디어 벗어났다. 이거에 대해선 따로 아주 자세히 쓰고 싶다. 간단히만 나누면 난 마치 다이어트 처럼 마음먹고 실패하고 자포자기하기를 수백번은 해왔는데, 올해 중반쯤에 1) 동역(accountability) 파트너 (서로 이거에 대해 의지를 갖고 챙겨주며 같이 가자고 하는 파트너) 가 생기고 2) 남자모임(Men’s group) 이 생기면서거짓말처럼 기도와 응원으로 이걸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최근에도 왠 비키니 사진에 잠시 넉이 나가 있기도 했고, 요새 스트레스 받으면서 Lust가 계속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끼며 (스트레스와 correlation 완전높다), 작년 필리핀선교에서도 lust가 내 죄의 핵심중 하나였던 만큼, 평생에 걸친 싸움이리라. 그래도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하다. 삶은 끝없는 갈등과 회개와 은혜의 연속이겠지만 일단 한걸음은 나아간 것이 느껴지고, 죄의 노예가 되어 있을때 죄책감으로 번민하거나, Accusing 되어 한발자국도 못 나아가던 데에서 드디어 해방된 느낌이다. 결국 나는 ‘나이들어서 까지 내 딸같은 여자애를 인터넷으로 보며 침흘리고 별의별 상상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I’m really not judging anyone. 내가 이런사람이 될까봐 많이 걱정했었기에) 아니면 ‘내 눈과 내 마음을 이런 Lust에서 끊어냄으로써, 같이 나이들어가는 내 아내의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즐기고 누리면서 거룩하고 구별된 어른이 될 것인가.’ 에 대한 선택에서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건 진짜 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내가 한건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가까스로 찾은 자유를 절대 다시 놓고 싶지 않다.
1-3) 일/커리어(Work/career) – 또다른 우상

2018년,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미친듯이 앞만보고 달린지 4년차가 되어, 지금 있는곳이 과연 내가 계속 있을 곳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보면서, 내가 얼마나 나의 사회적 지위(professional status)를 우상화 하고 있었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데에 취약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이글 참고). 이건 진짜 우상이었다. 어렵게 회개했지만 내려놓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리고 두번째 기도응답도 있었다 (첫번째는 사회적 지위와 남들의 시선이 내 우상인걸 알고 회개한것). 먼저 다음 옵션을, 다른 offer 들을 받아놓고 그만두고 싶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괴롭고 힘들었었는데, 오랜 기도끝에 지금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새로운것을 찾으라는 응답을 받았다. 여전히 순종은 정말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걸 깨닫게 해 주시고 회개하게 하신 그 은혜가 참 크다. 아래는 디즈니랜드에 가서 내 딸 세살짜리 하루가 장난감 사달라는걸 보고 그 모습이 더 좋은것을 달라고 고집부리고 기도하는 내 모습과 너무 닮은 것 같아서 써본 글이다. 그래, 우리는 종종 어떤길로 가는게 맞냐고, 왜 빨리 안주는거냐고 떼를 쓰지만, 그분이 보시기에는 결과가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 마음의 중심이 중요하리라.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라는 질문을 하기 전에 ‘제 마음의 중심에서 주님 보시기에 보기 좋지 않은 것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건 아닌지. 나중에 이 과정도 한번 써보고 싶다.
– 하루가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디즈니 장난감을 너무 너무 가지고 싶어했다 (산이가 좋은 일자리와 이것저것 정말 많이 가지고 있지만 뭔가 더 새롭고 본인보기에 좋은걸 원하고 있다. )
– 장난감을 원하는게 이해는 된다.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다른사람도 요맘때면 다 원하고 주위에서도 다 원하고 하루는 특히나 이걸 좋아한다. (산이가 여기서 이런저런 기회를 더 원하는게 이해가 된다. 누구는 안원하나. 원할 이유가 너무 많다.)
– 세상 저 건너편에는 도저히 이걸 꿈조차 꿀수 없는 사람도 있고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것까지 하루에게 생각해보라고 하는건 좀 무리겠지.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키우는게 가끔은 더 나을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아니 꽤 종종한다. (세상엔 Bay Area 라이프 스타일이나 이런 정말 좋은 직엄을 꿈조차 꿀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산이 환경상 그런걸 쉽게 다 느끼고 공감할 순 없겠지만 그런 못가진, 가난한 환경을 주는게 더 산이한테 나을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
– 주면 너무 좋아한다. 며칠은 간다. 좀더 좋은거 주면 몇주도 간다. 그걸 보는게 즐겁다. (원하는 일자리 주면 참 좋아할거 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좋아했지. 몇년은 간다. 좀더 자기생각에 좋은거 주면 더 몇년도 간다. 그걸 보는게 즐겁다.)
– 하지만 이건 결코 궁극적인 즐거움은 될 수 없다. 그래도 좋다. 요맘때면 이런거 하나쯤은 필요한거니까. (이게 궁극적인 목표나 충족을 줄 수는 없다. 그래도 좋다. 산이 나이에 좋은 일거리는 필요하니)
– 사달라고 떼를 쓰는게 귀엽기도 하지만 떼를 너무 많이쓰면 좀 일부러 안사주고 버릇을 고쳐놔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된다. 참을성을 길러라 이놈아. (달라고 떼를 쓰는게 귀엽고 이해도 되지만 참을성 기를수 있게 좀 기다림의 시간을 줘야할까 고민된다.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냐. 모든게 니 맘대로 되는게 인생이 아니란다.)
– 동생도 나눠주라고, 열심히 꼬시니까 제일 안좋은거, 본인이 보기에 제일 재미없어 보이는거를 고민끝에 하나 내어준다. 그걸 우리는 열심히 칭찬해준다. (주위에도 가진거 많이 나눠주라고 꼬시니까 아주 조금 모든걸 본인의 성장과 본인을 위해 쓴 후에 남는 시간이나 물질 조금 나눠준다. 아주 고민끝에. 그래도 안주는거 보다는 좋고 그만큼 성장한것도 대견해서 열심히 칭찬해준다.)
– 하루가 정말 본인이 갖고 싶어하는걸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눠줄수도 있을까? 그건 하루에게 너무 큰 요구를 하는거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정말 대단하다. 더 좋은걸 줄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견할거다. 근데 또 너무 애기가 그렇게 성장해버리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산이가 정말 가진것중 제일 좋은걸 듬뿍듬뿍 나눠줄수도 있을까? 주위에 이웃에? 그건 너무 큰 요구일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내 눈이 휘둥그래 지리라. 아주 대견하겠지만 또 그렇게 훌쩍 커버리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 하루가 가지고 노는걸 볼때마다 신기하다. 이러다가 예술가가 되려나. 이걸 이렇게 좋아하나.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줄세우고 등등) 가지고 논다. 완벽주의자다. 하루가 성장해서 뭘 할지 너무너무 기대된다. 그냥 하루에게 바라는건 기뻐해주고 주위에 좀 나누며 사이좋게 놀고 너무 욕심내지 않는거다. (산이는 그냥 일하는게 아니라 일에 의미부여를 엄청하고 너무너무 좋아한다. 이러다가 진짜 큰 기업가가 되려나. 그리고 별의별 의미부여를 해서 기대가 크다. 그래 아들아. 아빠가 원하는건 아주 충실히 열심히 일하되 가진것에 감사하고 기뻐하고 너무 욕심내지 않고 주위에도 많이 나누면서 살라는 거란다.)
2) 가족 안에서의 감사함들
2-1) 아이들이 잘 큰것 – 하율이 돌, 하루 세살

애들이 쑥쑥 건강히 크고 있다. 우리 둘때는 돌이 됐고 첫째는 미국 나이로 세살이 됐다. 사실 내 아들이지만 왠지 실감이 안나기도 하고 생활에 치이고 하다보니 사랑이 샘솟지 않는것 같아서 은근히 고민이 되고 힘들었는데 (아내가 많이 참아주지만 아내보기도 미안했고) 돌쯤 되서 맞장구도 치고 나를 좋아해주고 나한테 오고 하니까 엄청 이쁘더라. 애들은 참 축복이다. 한번씩 나와 우리 부부의 새로운 면을 또 불러내 주지만, 그래도 얘들 때문에 나와 우리 가족과 우리 주위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하고 웃고 울며 사는지. 2018년에는 우리형네도 애기가 나와서 나도 작은아버지가 됐다. 첫 조카도 태어나고. 진짜 감사하다. 편함을 maximize 하려는 삶, 더 내한몸 편해지기 위해 사는건 충분히 이해 되고 나도 그러고 싶을때 많지만 진정한 충만과 기쁨은 느끼기 어려운것 같다. 김형석 교수님이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말씀하신것처럼 고통이 수반된 사랑이야 말로 우리에게 아주 깊은, 아주 근본적인 영혼의 기쁨과 의미와 울림을 주시리라 믿는다.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사 독생자 그리스도를 주신것처럼. 그래 애들은 진짜 고통이 분명히 있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더 나아보고 싶은데 we will see 😃
2-2) 민경이와 사이좋게 지내고 민경이가 성장하고 있는것

부부싸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우리는 절대 완벽한 부부가 아니지만, 올 한해는 초반에 부부상담 마무리한것 제외하면 그래도 전반적으로 사이 좋게,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며 지내왔던 한해가 아니었나 한다. 민경이가 두아이 육아하고, 첫딸은 부모가 많이 참여하는 Co-op 학교도 보내면서도, 온라인으로 상담 신학을 꾸준히 공부하고 그거에서 열정느끼고 좋아하고 하는게 많이 응원이 된다. 브라보!
2-3) 부모님, 형과의 여행 – 참 감사한 시간

아버지 칠순을 맞아서 좀 무리가 있었지만 어렵게 어렵게 가족여행을 갔다. 우리 엄마의 소원이었다. 우리도 남들처럼 (?) 가족여행 해외로 한번만 가보자. 우리 집안 형편이 크게 넉넉하지도 않았고, 성인 되고서는 서로 먹고살기 바빠서 그럴 수 있었던 시간이 한번도 없었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참 감사하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우리 형네에도, 우리 부모님께도, 그리고 어쩌면 우리에게도 참 필요한 시간이었다. 여기 사진과 간략한 글로서 대신한다. (페이스북 링크)
3. 직장에서의 감사함들
3-1) 회사: 나의 부족함을 알고 다른 마음으로 일해볼 수 있었던것

2018년 후반부 들어, 이 일을 한지 4년이 되가는 시점에서, 이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그 결정을 내릴수도 (결정을 own할수도), 그걸 회사와 주위에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내게는 거의 가족같은 회사였고, 그런 생각을 한다는것 자체가 미안하고 죄책감 느껴지고 무서웠다. 그리고 이야기해서 관계가 어색해지면 바로 나가야될수도 있고, 회사에 있을때 다음 옵션을 찾고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위에 이야기했듯이 오랜 기도끝에 회사에 확실하게 내가 나갈것이란걸 알리되,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라는 마음을,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 가장 잘 나의 트랜지션 (transition)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게 옳은 일이란 마음을 받았다. 그리고 나니, 이 결정을 Own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그리고 이야기하고 나서 더 충심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전엔 관계가 어색해질까봐, 또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던 것도 넘어가지 않게 되더라. 내 생각을, 아닌건 아니라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다른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고민하지 않고 내가 볼때 옳은 것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마치 생을 마감할 날짜 받아놓은 사람이 더 열심히 사는것 처럼. 진작에 이렇게 일할걸. 그러고 보니 지난 몇년간 내가 얼마나 부족함 많게 일했는지 더 보게됐다.
3-2) 회사: 너무 좋은 사람들을 새로 모시고, 성장하는걸 보는것

연말에 리트릿을 갔다. 작년에는 내가 주도해서 이것 저것 해봤는데, 올해는 올해 회사에 합류한 새로운 친구들이 주도해서 처음 계획부터 모든걸 다 하는걸 옆에서 거들고 지켜보기만 했다 (칭찬만 해주고 필요한거 있다고 하면 들어주고 도와주고). 특히 기억에 남는 시간은 자신의 핵심가치 (Core Value) 를 나누는 시간, 그리고 자신에게 아주 의미있는것을 보여주고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Show and Tell 시간이었다. 처음엔 좀 너무 진지분위기라 어떻게 갈지 걱정도 됐지만 우리 각자의 핵심가치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서로의 삶과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왜 그런지에 대해, 진정으로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하나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분명 가족이 아니라 같이 비지니스를 일궈내야할 프로들이고 팀이지만, 서로에 대한 진정어린 공감 (empathy), 배려, 사랑을 바탕으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달까. 한국팀과는 달리 미국팀은 인종도 배경도 삶의 우선순위도 참 다른 친구들이었는데, 그래도 우리는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을 사는 사람들로서 공감할게 참 많더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 진짜 내가 이 사람들을 사랑하는구나. 아 진짜 멋진 사람들이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아 이제는 내가 직접 다 하지 않아도 회사의 다양한 일들이 척척 진척이 되는구나. 아 이제는 내가 없어도 괜찮겠다…’ 등등. 여긴 다 못썼지만 한국팀은 한국팀 대로 또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단계로 성장하고 있었다. 지켜보는것이 참 즐거웠고, 또 한편으론 이젠 떠나보내도 될 것 같은, 시원섭섭한 (?), 그런 느낌이었다.
4) 신앙공동체 내에서의 감사함들
4-1) 교회: 영어부 예배 EM

올해 나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영어부 (EM) 예배였고, 형제들과의 시간들이었다. 이런 믿음의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한국에 내 친한친구 하나는 주위에 만나는 사람마다 멋있는 사람들은 다 1) 바람피고 있거나, 2) 결혼 안하거나, 3) 결혼해도 성관계 없는 sexless 이거나 해서 특별히 결혼에 소망을 못찾겠다고 했는데, 내 주위 남자들, 특히 신앙공동체에서 보는 남자들은 포르노도 안보고, 가사에도 충실하면서, 교회와 회사와 가정에 궂은일도 열심히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예수님을 닮아갈지 고민하고 서로를 북돋아 주는 사람이 꽤 많았다. 자신이 가진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나 그 무엇을 뽑내는 사람이 아니라, 아주 힘들고 무서워도 순종하려 노력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입양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이들이, 내 친구 주위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다만, 우린 다 같이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그 안에서 소망을 찾고 선함을 추구하고 쉬운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가려하고 넘어져도 서로 북돋아주고 다시 일어나려 하고 하는 그런 긍정과 사랑의 에너지를 붙드는 것이, 기댈구석이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고 내게는 특별히 감사한 부분이이다. 결국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기준과 방향성이 상당부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예를 들어 입양 같은 것이 전혀 말도 안되는 것일수도 있고 하나의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될수도 있게 되는). 받은게 너무 많아서 이젠 나도 줄 수 있는게 있음 좀 주고싶고, 앞으로도 계속 교제하면서 서로 용기도 주고 도전도 주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4-2) 교회: 목장 (스몰 그룹)

올해 내가 섬기고 있는 목장은 참 별탈없이 잘 지냈다. 별탈 없는것이 충분히 감사할 일이지만, 영적으로는 답답함이 많았다. 목자로서, 목원들이 영적으로 고갈되어 있고, 특별한 영적인 교제나 성령 체험이나. 기도 응답이나, 신앙 안에서의 새로운 도전과 의욕과 모멘텀을 가지지 못하는걸 보는건 참 쉽지 않았다 (특히 내 성격에). 대부분 신혼부부들이었고, 미국에 적응해 가며 꾸준히 신앙생활 하는것 만으로도 분명 모두들 노력하고 있는 것일텐데, 그래도 난 우리 목장에 가난한 심령을 바랬고, 더 깊은 교제를 바랬지만, 참 쉽지 않았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 했는데 (주중 남자모임, 성경공부, 등등) 다 잘 안됐다. 이 와중에 난 EM에서 너무나 큰 은혜를 받다 보니 EM으로 빨리 옮기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내와도 이것때문에 많이 다투었다. 난 ‘여긴 내가 있을곳이 아닌것 같아. 봐봐. 내가 리더로서 있는데 모두들 영적으로 힘들어만 하고 있잖아. (I’m failing them. And I feel out of it. )’ 이런 입장이었고 아내는 ‘그래도 여기 부르신 이유가 있을거야. 자리를 지켜보자. 그냥 이렇게 옮기는건 아닌거 같아’ 이러면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러다가 선교 후에, 오랜 기도 끝에, 예배를 옮기는 나의 결정을 내가 얼마든지 Own 하고 목원들과도 커뮤니케잇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한쪽발만 담그고 진정으로 목원들을 케어하지 않는 모습은 아니라는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직장에서 했던것과 마찬가지로, ‘난 사실 영어부 예배에 부름을 받은것 같다, 그래서 요새 마음이 더 괴로웠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목장에서 목자로서 충분히 최선을 다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앞으론 최선을 다하겠다, 난 아무데도 안간다 확실한 부르심이 있기까지. ‘ 이렇게 진정으로 나의 상황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회개하고 기도하고 하는데 큰 은혜가 있더라. 우리 목장 연말모임을 마치고 쓴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마무리.
4-3) 교회: 재직회
올해 처음으로 교회 재직회를 진지하게 들어가봤다. 우리 교회는 침례교로서 장로 같은 직분제가 따로 없고, 재직들에 의해 재직회에서 교회 예산이나, 인사나, 주요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지는 시스템이다. 세상은 교회 비리, 추문으로 정말 떠들썩 한데, 우리 교회는 그래도 투명하게 별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한편으로는 의사결정하는 방식, 회의를 준비하는 부분,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부분, 이런데에서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일이 교회에서도 쓰임이 있으며, 교회에서 훈련받는게 세상에도 분명 쓸모가 있을수 있는걸 느꼈다. 기존에 교회에서 행해지는 다른 봉사 – 찬양, 아이들 돌보기 등 – 은 ‘나랑 참 잘 맞지는 않는다, 내가 잘하기에는 참 평소에 관심도 없고 자신없는 일이다’ 이런생각이 있었는데, 재직회에 가보니 아 이건 내가 좀 할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교회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 가장 건전한가? 세상에 헌법이 있고 법이 있고, 기업에도 정관이 있고 의사결정구조와 내부의 문화가 있는 것처럼, 교회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더 훈련받고 싶고 그래서 언젠가 더 쓰임받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걸 경험하게 되고 발견하게 된게 분명 감사한 일이다.
5) 책들, 생각들
나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올해 좀더 분명히 알게 됐다. ‘다독/다작/다상량’ – 이게 요새 키워드다. 많이 읽고 무어라도 내 생각을 써보는 것이, 결국 내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참 재밌는 일이라는걸. 생각할 수 있다는게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올해 몇번의 글 (Overall, 중반에 쓴글)에서도 나눴지만, 나를 가슴뛰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꿈꾸게 했던 책들 몇개를 아래 적어본다. 진짜 감사한 것들이다 이런 책들이.
- 손정의 – 300년 왕국의 야망
- Becoming – Michelle Obama
- Powerful – Netflix
- How Asia works
-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 When breath becomes air
- Bad blood
- Accidental super power
- Alibaba
- 신앙서적들
- 어떻게 믿을 것인가, 왜 우리에게 기독교가 필요한가 – 김형석
-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 – 김근주
- New kind of Christian – Brian Mclaren
3. 2018년 연초다짐 대비 성적표
아래는 2018년을 맞으며 연초에 쓴 글에 내가 소망했던 것들이다. 돌이켜 보니 참 많은 기도가 응답되었음을 느낀다. 경건과 거룩, 여전히 절대 방심할 수 없지만 분명 2018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일터에서 빛과 소금이 된다는게 뭔지도 더 많이 느끼고 경험했다.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꾸려가는것도, 아내의 도움과 수많은 사람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한발자국씩 걸어보고 있다. 나라와 주위사람을 위한 힘은 아직 너무도 너무도 부족함을 느끼지만 여전히 나는 내 반골기질을 따라 내 가슴이 이야기하는 대로 한발자국씩 나아가보고 있고, 주위에 참 좋은분들이 많아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가보자는 생각을 한다. 진짜 되돌아보니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하다. 이하 2018년 연초다짐.
경건, 거룩: 마음이 청결한 자가 되고 싶다. 중심이 바로 선 자가 되고 싶다.
일터에서 빛과 소금이 되길: 회사의 시니어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우리 회사를 다음 스테이지로 가게 하는데 모든걸 바쳐보고 싶다. 새로운 스테이지를 경험하고 싶다. 비지니스로 세계를 누비고 계속해서 일거리를 만들고 혁신을 만들고 싶다.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꾸려가길: 아빠가 되고 드는 생각은 가정을 꾸리는데 정말 아내의 역할이,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아기를 낳는 것도, 젖을 먹이는 것도,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세심히 살피고 사랑을 주는 것도, 남편과 가정사의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를 챙기고 뒷바라지 하는 것도 다 아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장이라는 직책을, 직위를 주셨을까. 아무리 나이먹고 자식을 낳아도 여전히 지멋대로고 소년이고 싶고 성숙하지 못한, 성숙하기를 거부하는 남자들에게 (적어도 나는) 가장 못할 것 같은 역할을 주신게 너무나 신비롭다.
나라와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고 힘 키우기: 나라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다. 이다지도 난 우리 아빠를 닮았단 말인가. 계속해서 나라와 민족에 대한 생각을 한다.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고 길을 수축하여 거할곳이 되게하는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주님을 더 알아가고 닮아 가길: 기회가 된다면 선교를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주님의 마음을 더 느끼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닮아가보고 싶다.
4. 2019년 소망하는 것들
1) 새로운 일 –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앞으로 10년이상 할 일과 분야를 다져가고, 내 전문분야 확실하게 만들기
분명 중요한 시기이다.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정부에서 열심히 일했었고, MBA이후 5년 넘게 스타트업 관련일을 하며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켜 가는 아주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고 못하고 안좋아하는게 뭔지도 알겠다. 이젠 세상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할 수도 있는 (잘하는게 우선) 일을 찾아서, 전공분야를 쌓아가며 내 분야에서 더 확실한 결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방향으로 한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기를.
2) 가정 – 사랑넘치는 가정 꾸려가기
애들이 계속 잘 커나가기를, 민경이의 공부와 일도 계속 성장과 훈련이 있기를, 우리가 가능하다면 독립할 수 있기를 (지금은 너무 감사한 부분이지만 처가에 있는 관계로), 처남이 은혜가운데 결혼하고 (올해 결혼식이 있다), 점점 늘어가고 넓어져 가는 우리 가족들 모두 (형네 식구, 결혼하는 처남, 태어나는 아기들 등등) 더 하나되고 더 서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3) 신앙 – 새로운 기독교(Christianity)에 대한 고민과 성장
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신앙과 교회 (New kind of Chrisrianity)에 대한 고민이 참 많다. Brain Mclaren의 New Kind of Christianity를 보고 나랑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그런 생각을 하는 지식인이 있다는걸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선배 신앙인들이 주위에 꽤 있다는 것도) 한국 교회는 한국의 1) 질문하고 토론하지 않는 문화 (정답을 찾으려 하고 파고들지 않는) 2) 유교문화, 장유유서, 권위에 순복 3) 기복신앙과 샤머니즘 등에 4) 원래부터 믿음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성과 논리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기독교(Christianity) 와 만나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문제도 많고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한국교회에, 그리고 꼭 한국교회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해서 전세계적으로 분명 우리에겐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예배하고 하는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세상이 다 mobile, data 시대로 변해서 모든 조직이, 기업부터 국가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세대에 맞는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 조직구조, 문화, 관계를 고민하고 있는데 교회라고 어찌 예외일 수 있을까. 정말 많은 젊은 세대들이 신앙을 떠나고 있고, 아니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 하면서 성장하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어떤 모습인든.
4) 새로운 영적 회개와 각성, 깨달음
2018년 한해동안 많은 영적 수술을 받았다. Lust의 문제, Professional status에 대한 우상숭배의 문제, 겉사람만 value하고 나와 상대방을 점수매기고 겸손하기 보다는 (Humble 보다는) 교만했던 Pride의 문제, 진짜 이생의 자랑,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의 문제들이다. 올해엔 또 어떤 영적 수술이 있을까? 기대하고 기대한다. 매년 선교를 꼭 한번은 가보거나 보내거나 (아내) 하고싶다.
5) 좋은 책들/글들/생각들
올한해 좋은 책을 많이 만났다. 새해엔 어떤 책들이, 글들이, 스토리들이, 생각들이 나에게 영감을 주고 나의 생각을 더 발전시켜 줄까. 그리고 나도 그런 글들을 더 많이 써보고, 가능하다면 영상으로나 다른 방식으로도 나의 생각을 더 정돈하고 표현하고 알려보고 싶다.
6) 좋은 사람들 계속 만나고 교류하고, 주위에 도움될 수 있는 삶이기를, 그리고 주위에 조금은 더 편안해 질 수 있기를.
2018년 한해, 참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교제를 나누고, 같이 울고 웃고 성장하고 위로하고 사랑하고 그래왔다. 만남의 축복이 분명히 있음을 느낀다. 특히, 마음이 많이 가난했던 시기에, 참 예상한것보다 훨씬 더 큰 도움을 준 사람들,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평생 보답하고 싶다. 그리고 2019년은 받는것보다 주는게 많을 수 있는 (?), 아니 한꺼번에 그렇게 안되면 최소한 주위에 베풀고 도움주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계속해서 가난한 마음을 (Humble Heart) 유지해가고, 그런 사람들 속에 거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주위사람들의 삶에 조금은 더 ‘스며들 수’ 있는 조금 더 마음 놓고 ‘편안할 수’ 있는 삶이기를 소망한다. 그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삶에 관심도 많고 오지랖도 넓지만, 워낙에 그러다 보니 내 주위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나 일상적인 관심사에는 충분히 공감하거나 함께할 여유들이 없었다. 가족들도, 회사에서도, 우리 목장에서도, 그냥 나와 좀 놀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난 항상 바쁘고 뭔가 다른데에 관심이 더 많고 우리의 일상적인 관심사에는 큰 관심이 없고, 더 중요한게 많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냥 가치 시간 죽이기 (killing time)하기엔 전혀 편하지 않은. 그래 그게 어찌보면 나의 아이덴티티 이지만, 내가 내 가장 근처 주위사람의 삶과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게, 그냥 내 방식대로 하고 있다는게, 최근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상당히 착찹하고 괴롭다. 내가 나 다우면서도, 주위를 더 사랑하고, 더 그냥 마음좀 놓고 살 수 있는 2019년일수 있기를 소망한다.
5. 마치며 – 구별된 삶

2018년 한해의 마지막날, 아내와 한국 서빙고 온누리교회에 가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 “구별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라는 기도가 간절히 나왔는데, 아내에게도 물어보니 “좁은 길을 가라” 라는 마음을 주셨다고 한다. 우리 부부에게 동일한 (?) 메세지를 조금은 다르게 주신, 그 은혜가 참 감사하고 참 의지가 된다.
올해 초 한국에 있으면서 온누리교회 40일 새벽기도를 매일같이 나갔다. 예년과는 달리 집중도 안되고 은혜도 크게 안될때가 많아서 (옆에서 큰소리로 방언기도하시는 분도 많아서 집중도 안되고 허허) 좀 허한 면이 있었는데, 토요일 아침 새벽기도 끝나고, 목회자들이 나와서 성도들에게 1:1로 기도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냥 집에 가려다가 저 구석에 계신, 가장 줄이 짧은, 나랑 태어나 처음 만나는 목사님 앞에 가서, “목사님, 전 미국에서 잠깐 한국에 왔습니다. 새로운 신앙, 기독교에 관심이 많아요. 기도부탁드려요” 란 딱 한마디 하고 목사님께 기도를 받는데 아래 기도를 주셨다. 의지가 많이 된다. 2019년도 은혜를 붙잡고 가보자.
주님, 형제를 아이와 같이 순수하게. 가장 아름다운것만 찾고 보게 하소서. 외롭지 않게 함께 큰 뜻을 도모할 사람을 주소서. 조직과 일을 경영하고 운영할 능력을 주셨으니 사람과 재정을 뒷받침하여주소서. 새로운 시대를 위해 쓰임받게 하소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요셉처럼 쓰이게 하소서. 함께하소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2018년 한해동안 산이 형제님의 삶을 통해 열심히 일하셨던 주님이 보이니 감사합니다.
2019년도 주님과 동행하는 가운데 그분의 인도하심 가운데 그분이 가장 기뻐하시는 삶으로 한해를 채우시길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God bless you.
그래요? 제가 안 보이고 그분이 보인다니 그게 은혜네요. 지나놓고 보면 그게 좀더 보이겠죠? 살때는 허덕여도, 아 일하고 계시고 인도하고 계셨구나 이렇게. Thank you for the prayer and blessing.
이번에 mba 에 가게되는 학생입니다 ㅎㅎ 항상 블로그 보면서 느낀거지만 참 대단하세요~ 이미 밟고가신 발자취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종종 더 들리겠습니다 화이팅하시길!
화이팅입니다!! How exciting. 멋진경험 마음껏 하시길